지난해 베이징 올림픽을 시작으로 대만야구가 흔들리고 있다.
베이징 올림픽 본선에서도 중국에 승부치기 끝에 패할 때만 해도 ‘방심한 끝에 패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그런데 그러한 대만이 2009 WBC에서 한국에 0-9로 패한 것을 시작으로 약체 중국에게마저 1-4로 패하며 1라운드 2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그야말로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나 사실 대만야구의 몰락은 작년부터 예견되어 왔었다. 올림픽 개막을 앞두고 강타자 장타이산(33, 신농)의 금지 약물 복용 사실이 적발되어 국제대회에 1년간 출전 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은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이후 대만은 올림픽 본선에서 이렇다 할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그리고 올림픽에서의 부진은 다시 WBC로 이어지며 단 두 경기만에 보따리를 싸야 했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우승에 빛나는 대만이 왜 이렇게까지 됐을까.
▲ 중국에 패배한 대만야구. 그러나 대만야구의 문제는 이미 전부터 여러 차레 지적된 바 있다.
One for all, All for one에 대한 마인드 부족
대만 야구 선수들의 면면을 보면 야구 잘 하는 선수들이 많음을 확인할 수 있다. 왕치엔밍(뉴욕 양키스)을 비롯하여 첸친펑(前 LA 다저스), 차오 친 후이(前 콜로라도 로키스) 등이 한꺼번에 메이저리그 로스터에 포함된 경험이 있을 만큼 결코 만만치 않은 선수 풀(Pool)을 자랑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함께 하는 야구’에 대한 마인드는 오히려 아시아 약체 중국에 못 미치는 모습이 역력했다. 2009 WBC 중심 타선을 보더라도 3번 린이취앤, 4번 펑정민, 5번 린웨이주 모두 한방이 있는 선수들이었지만, 이들은 타석에서 서두르는 모습을 보이며 스스로 찾아 온 기회를 범타로 마무리했다.
One for all, All for one(모두를 위한 하나, 하나를 위한 모두)이라는 문구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계속 이렇게 나아갈 경우 대만은 중국에 뒤진 아시아 야구 4등 국가로 전락할 수 있다.
도덕적 해이에 대한 문제도 심각
한국이나 일본에서는 아직까지 금지 약물 복용으로 국제적인 문제를 야기한 선수가 없다. 그러나 대만에서는 작년에 한 선수가 적발됐다. 바로 강타자로 유명한 장타이산, 그 선수였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경계대상 1호’로 늘 거론되었던 그 장타이산이었다.
결국 대만야구위원회는 장타이산에게 1년간 국제대회 출전 금지라는 중징계를 내렸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서 외면 받은 장타이산은 국내리그에서는 외면 받지 않았다. 오히려 아직까지 현역 선수로 활약하며 건제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도덕적 해이에 대한 이슈는 개인적인 문제에서 끝나지 않았다. 바로 대만야구를 거론하는데 있어서 절대 빠질 수 없는 이슈, 도박사건이 항상 대만야구를 따라다녔기 때문이었다.
대만 프로야구는 한때 1997년도까지 7개팀이었지만, 그해 시보 이글스팀이 승부조작에 연루돼 해체됐다. 폭력조직 흑사회의 조직적인 승부조작 개입이 사회문제가 된 것이 주된 이유였다.
2005년에도 폭력배, 감독, 선수들의 승부조작 문제가 또 한 차례 파문을 일으켰다. 작년에는 프로야구팀을 인수한 기업이 폭력조직과의 금전거래에 따른 승부조작으로 해체됐다. 이로 인하여 6개 팀이었던 대만 프로야구리그는 현재 4개팀만 남아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대만에서는 도박이 프로야구리그 존립을 위협하고 있다.
야구가 국가스포츠인 대만에서 벌어지고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못내 아쉬운 부분이다. 야구의 세계화가 요원한 현시점에서 프로야구리그가 활성화 되어 있는 국가가 이러한 모습을 보이고 있으니 더욱 안타까울 노릇이다.
▲ WBC를 바탕으로 다시 일어서야 할 대만야구
‘화합’과 ‘도덕’이라는 두 단어를 기억해야 할 때
지난 겨울 전지훈련으로 대만을 다녀왔다는 충훈고등학교 김인식 감독은 “대만 국민들의 야구 사랑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이다. 특히, 고교야구 선수들의 첫 번째 꿈이 미국 진출, 두 번째 꿈이 일본 진출, 세 번째 꿈이 국내리그 진출일 정도”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그렇다면 대만이 중국에 밀리지 않고 다시금 2006 도하 아시안게임 금메달의 영광을 누리기 위해서는 딱 두 단어만을 기억하면 된다. 바로 ‘화합’과 ‘도덕’이다. 그리고 대만 프로리그에서 이러한 두 단어만 숙지한다면, 대만리그 프로 관중 200만도 결코 꿈이 아닐 것이다.
중국야구의 성장은 분명 아시아에서도 반길 만한 소식이다. 그러나 대만야구가 주춤하다는 사실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에도 손해다. 야구의 세계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WBC에 참가한 16개 국가들의 선전이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4국은 라이벌이자 친구다. 선의의 경쟁을 통하여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함을 잊지 않기를 기원한다.
[사진(C) = WBC 공식 홈페이지 캡쳐화면]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