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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진정한 미국의 야구 드림팀이 출장했다면?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16.

국이 본선 2조 첫 경기에서 푸에르토리코에게 11-1의 7회 콜드게임 패배를 당했습니다. 푸에르토리코도 올스타급 메이저리거를 주축으로 만들어진 팀이라 미국을 이긴 것이 마냥 놀라운 일은 아니지만, 콜드게임은 확실히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결과입니다.

ⓒworldbaseballclassic.com

미국의 자치령인 푸에르토리코는 그 동안의 설움은 톡톡히 날려버림과 동시에 이번 대회에서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부상했습니다.


이번 대회의 준비과정을 지켜보면서 제가 가장 실망스럽게 느꼈던 점은 편파적인 일정도, 이해할 수 없는 대진 방식도 아닌, 각 국의 대표팀이 100%의 전력을 갖추지 못했다는 점이었습니다.

‘월드컵처럼 모든 여력을 WBC에 쏟아낼 수 있는 환경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계속해서 남았던 것이죠. 박찬호와 이승엽이 대표팀에서 빠진 것도 같은 시기에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의 스프링캠프 및 시범경기가 열리지 않았더라면 벌어지지 않았을 일이였죠.

그나마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들은 괜찮은 편이었습니다. 메이저리거가 주축이 된 미국, 도미니카, 베네수엘라, 푸에르토리코, 캐나다, 멕시코 등의 경우는 팀의 중심이 되어야 할 특급 선수들이 대표팀 구성 단계부터 불참을 선언하면서 흥미를 반감시키고 말았으니까요.

결국 싸움은 ‘어느 팀이 가장 적은 출혈로 대회에 출전할 수 있느냐’로 좁혀졌습니다. 이것은 비단 최종적으로 구성된 선수들의 수준만으로 팀의 전력을 논할 수 없음을 뜻하기도 합니다.

우리나라처럼 WBC를 위한 전지훈련은 꿈도 꿀 수 없다고 하더라도, 미리부터 대표로 거론되던 선수들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참가하는 것과 나중에 빈자리를 매우기 위해 대타로 출장하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으니까요.

이와 같은 사실은 똑같이 메이저리거를 주축으로 팀을 꾸렸음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잡음이 덜했던 베네수엘라와 푸에르토리코의 타선이 제 기능을 발휘하는 것에 비해, 미국 대표팀의 타력과 수비력이 들쑥날쑥한 것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현재 미국 대표팀 엔트리에 포함된 28명을 살펴보면 처음 발표되었을 당시와 비교해 엄청난 변화가 있었음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디 사이즈모어, 조 네이선, B.J. 라이언, 브라이언 푸엔테스, 더스틴 페드로이아, 브래드 허프 등이 차례로 부상과 개인사정으로 엔트리에서 하나씩 빠졌기 때문이죠. 지금 현재 미국 대표팀에 승선해 있는 선수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미국 대표 드림팀’이라고 부를 수 없는 수준입니다.

위의 이번 푸에르토리코 전에서의 미국 대표팀 라인업입니다. 강하긴 합니다. 확실히 수준급이죠. 지난 시즌 성적을 기준으로 30홈런 100타점급의 중심타자가 4명(유킬리스 포함), 3할 타자가 5명, OPS 5할 이상을 기록한 선수가 6명입니다.

하지만 이 팀은 외야수가 모자라 1루수로서도 좋은 수비수가 아닌 아담 던을 우익수로 돌리는 무모함에 가까운 모험을 단행했습니다. 그 결과는 푸에르토리코전에서 기록되지 않은 실책 2개로 드러났지요. 포수 브라이언 맥캔의 수비력 또한 대표팀을 이끌기에는 부족했습니다.

그럼 아래의 라인업을 보시죠.

미국 대표팀의 진정한 ‘드림팀 라인업’입니다. 공수주와 더불어 뛰어난 선구안과 파워를 겸비한 선수들이 수두룩하다 못해 넘쳐날 정도지요. 1번부터 9번까지 쉬어갈 구멍이 보이지 않을 정도입니다. 현재의 라인업도 상당한 수준임에 확실하지만, 이 라인업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의 차이라고 할 수 있죠. 벤치 멤버들만 봐도 기절초풍할 정도의 멤버들이 대기하고 있습니다.

그나마 타선의 경우는 양반입니다. 원래의 드림팀이 1진이라고 한다면, 현재의 라인업도 2진급에 준하는 수준은 되니까요. 문제는 투수진입니다.

위는 현재 미국 대표팀에 소속되어 있는 주력 투수들입니다. 하도 불참을 선언한 선수들이 많아 구성에 난항을 겪다보니 현재 미국 대표팀에는 28명의 선수 가운데 15명이 투수입니다. 그러다보니 야수는 모자라고, 투수는 풍부한 것처럼 보여도 정작 믿고 기용할 만한 선수는 부족한 실정이죠.

그럼 진정한 미국의 투수 드림팀을 한 번 살펴볼까요?

가히 환상적인 투수진 아닌가요? 이것이 진짜 미국 대표팀에 포함되었어야할 투수 드림팀 1진의 위용입니다. 위에서 타선을 15명으로 꾸렸기 때문에, 투수진은 13명으로 구성해봤습니다. 한국 대표팀과 같은 비율이죠.

선발진에는 지난해 양대리그 사이영상 수상자를 비롯해 월드시리즈 MVP인 하멜스 등 메이저리그를 호령하는 투수들이 모두 망라되어 있죠. 메이저리그에서 현역 투수 가운데 가장 뛰어난 선수 10명을 꼽으라면 요한 산타나(베네수엘라, 불참)와 더불어 빠질 수 없는 이름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구원진도 마찬가지입니다. 저기에 마리아노 리베르(파나마, 불참)와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베네수엘라)만 더하면 단숨에 ‘최강칠우’가 되는 거죠. 저 선발진과 구원진이라면 셋업맨 전문 셋업맨 따위는 필요 없지 않을까요?


메이저리그가 중심이 되어 대회를 개최하고 미국에게 유리한 일정이나 대진을 만들어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선수 구성에 실패해 지난 대회에 이어 연이어서 망신을 자초하고 있는 미국 대표팀.

게다가 이미 지난 올림픽에서 실패를 맛본 ‘단기전의 패전술사’ 데이비 존슨 감독을 또 다시 사령탑에 앉히는 이해하라 수 없는 인사를 단행하기도 했지요.

마이클 조던, 매직 존슨, 칼 말론, 찰스 바클리, 래리 버드, 패트릭 유잉, 데이비드 로빈슨, 존 스탁턴, 스카티 피펜, 클라이드 드렉슬러 등 이름만 들어도 전율이 느껴지는 NBA의 레전드들이 모두 참가한 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에서의 미국의 ‘원조 농구 드림팀’은 팬들에게 엄청난 기쁨과 감격을 동시에 선사했었습니다. 저들의 이름을 자판으로 두드리는 제 팔에도 이미 소름이 돋아 있을 정도니까요.

대체 언제쯤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의 ‘드림팀’을 출범시킬까요? 제3회 대회가 열리는 2013년에는 꼭 볼 수 있길 기대해 봅니다. 3주 정도 미리 모여서 함께 훈련도 한다면 더욱 좋겠지요.

그렇게만 된다면 92년의 농구 드림팀이 그랬던 것처럼, 미국의 야구 드림팀이 WBC의 전경기를 콜드승으로 장식하며 우승을 차지할 지도 모르지요. 한 번쯤 그런 팀을 보고 싶지 않으세요? 전 미치도록 보고 싶습니다.


// 김홍석(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