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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한-일 베이스볼 클래식!!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17.

제2회 WBC 본선 2라운드 첫 경기에서 한국과 일본은 각각 멕시코와 쿠바를 제압하고 승자전에 진출했다. 이번 대회에서만 3번째 맞대결, 지난 제1회 대회까지 합치면 총 6번째 대결이다.

ⓒworldbaseballclassic.com

한국은 WBC를 통틀어서 지금까지 12경기를 치렀다. 전적은 10승 2패. 일본에게만 3번 이겼고, 대만, 중국, 멕시코를 2번씩, 미국을 1번 이겼다. 반대로 패배한 2경기는 모두 일본전이었다. WBC에서 한국보다 좋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2위 푸에르토리코 8승 3패)


지난대회 우승국인 일본은 WBC 통산 12경기에서 8승 4패를 기록 중이다. 한국, 쿠바, 중국에게 각각 2승씩을 거뒀고, 멕시코와 대만을 한 번씩 이겼다. 패배한 4경기는 지난 대회 본선에서 미국에게 1패를 기록한 것을 제외하면 모두 한국에게 당한 것이었다.


즉, 한국은 일본전을 제외하면 아직까지 WBC에서 무패다. 일본도 한국과 미국 외에는 진 적이 없다. 서로 간의 맞대결을 제외하면 한국과 일본은 WBC 무대에서 13승 1패의 엄청난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나라 모두 지난 제1회 대회에서 4강에 진출했고, 일본은 우승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에서도 4강 진출 티켓 한 장을 놓고 본선 1조 승자전에서의 맞대결을 준비하고 있다. 최소한 둘 중 하나는 4강에 올라갈 것이 확정된 상황이고, 이 경기에서 패한다 하더라도 4강 진출의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승자전은 두 팀의 WBC 통산 6번째 맞대결이다. 한국과 일본을 제외하면 3번 이상 경기를 치른 팀은 아직까지 단 한 팀도 없는데다, 앞으로 두 번이나 더 붙게 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이만하면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WBC)’이 아니라,
‘한-일 베이스볼 클래식’이라 불러도 괜찮지 않을까.


WBC에서 가장 높은 승률을 기록하고 있는 한국과 전 대회 우승팀 일본은 서로 간의 맞대결이 아니면 웬만해서는 지지 않는 WBC 최강의 두 나라인 것이다. 거기다 가장 많은 맞대결을 치러왔고, 또한 그 대결을 향한 한-일 양국의 관심도 다른 나라와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엄청나다.


이번 대회에서도 결국 한국과 일본의 경기 결과에 따라 우승팀의 향방이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아예 두 나라가 결승전을 벌이게 될 확률도 무시할 수 없다. 마치 WBC라는 대회가 처음부터 일본과 한국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메이저리그의 강함과 재미를 세계로 알리고 그를 통해 ‘빅리그의 세계화’를 노린다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MLB Invitational(초청대회)’의 성격을 지닌 WBC가 아시아 야구의 강함만 세계로 알리고 있는 셈이다.

ⓒworldbaseballclassic.com

메이저리거로만 선수단을 구성한 도미니카 공화국은 ‘복병’ 네덜란드에게 연달아 패하면서 일찌감치 예선에서 탈락했고, 그런 메이저리거로 구성된 팀 가운데 가장 강한 선수단을 구축한 미국은 예선 C조 순위결정전에서 베네수엘라에 패한 데 이어, 본선 첫 경기에서는 푸에르토리코에게 11-1의 치욕적인 7회 콜드 패를 당했다.


현재까지의 실적에서 한국-일본에 비하면 한참이나 뒤쳐진다. 대표팀에 합류하기 전날까지도 각자의 소속 팀에서 시범경기에 출장하고 있었던 터라, 훈련이 부족해 호흡도 잘 맞지 않는 모습으로 팬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이해하기 어려운 대회 진행 방식으로 인해 한국과 일본이 ‘메이저리그 올스타급 팀’을 만난 것은 지난 제1회 대회에서의 미국뿐이다.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와는 아직 만난 적이 없다.


하지만 그러한 것을 한-일 양국이 WBC를 주름잡고 있는 현실에 대한 변명으로 내세울 수는 없다. 메이저리그가 세계 최고의 리그임은 틀림없는 사실이지만, 아무리 좋은 선수들이라도 충분한 대비도 없이 상대할 수 있을 만큼 한-일 양국의 야구는 만만하지 않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까지, WBC의 주인공은 메이저리거가 아닌 한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선수들이다. 만약 한국과 일본이 나란히 준결승에 진출해 베네수엘라와 미국(혹은 푸에르토리코)를 꺾고 결승에 오른다면, WBC가 한-일 양국을 위한 무대였음이 다시 한 번 증명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 김홍석(
http://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