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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황금사자기 고교야구가 남긴 것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5.

“우리집에 금송아지 있다”

이는 남을 설득시키지 못하는 거짓말을 할 때 사용하는 우리나라 대표 거짓말 속담(?)이다. 예를 들어 좋은 물건을 사서 남에게 자랑하고 싶은데, 당장 손에 쥐고 있지 않아 ‘그 물건, 집에 놓고 왔다’고 얼버무릴 때 상대편은 ‘그래? 그럼 우리 집에 황금송아지 있어’라고 맞받아칠 수 있다. 일종의 해학적인 표현이다.

그러나 야구에서는 이 말이 ‘진실’로 받아들여질 때가 있다. 바로 ‘우리 학교에 황금사자 있다’는 말이 그것이다. 그리고 황금사자를 품에 안았다는 것은 전국 50:1의 경쟁률에서 이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렇다. 바로 황금사자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를 말한다. 올해로 63회째를 맞이한 황금사자기 고교야구는 아마야구 첫 대회임과 동시에 가장 많은 학교가 참가하는 ‘고교야구의 중심’이기도 하다. 따라서 해당년도 첫 대회에서 우승했다는 것은 그만큼 우승 학교에 대한 프로구단의 관심이 높아짐을 의미하기도 한다.

광주 3강 탈락, 인천/충청야구 부활

이번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선수권대회의 가장 큰 이변은 ‘광주 3강’이 나란히 16강을 넘기지 못하고 탈락한 데에 있다. 광주 진흥고등학교가 2회전에서 탈락한 것을 비롯하여 광주일고, 광주동성고가 나란히 16강에서 고배를 마셨다. 반면, 4강권과는 거리가 먼 것처럼 보였던 인천/충청고교 팀들이 대거 8강에 합류했다. 인천고교, 제물포 고교가 나란히 8강에 오른 것을 비롯하여 청주고교가 4강, 천안 북일고교가 결승까지 진출했다.

우승 전력이 아니었음에도 불구, 이들이 꾸준한 성적을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수비 조직력에 있었다. 실책을 줄이고, 아마답지 않은 모습을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그들은 분명 여느 학교와는 달랐다.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이 주목하는 것도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타격이나 투구 그 자체에 대한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수비에서 얼마나 집중력을 보이며 ‘해도 안 될 실책’을 얼마나 줄이느냐를 중점적으로 점검한다.

그런 점에 있어서 충암고등학교와 천안 북일고등학교의 결승전은 왠만한 프로구단 정규시즌 경기와 맞먹는 수준이었다. 실책 하나 없이 진행된 이 경기에서 충암고등학교는 단 3안타로 3득점하며, 10안타를 기록하고도 무득점에 그친 북일고등학교를 제치고 우승을 차지했다. 산발안타와 집중안타의 차이점이 무엇인지를 일깨워 준 한판승부이기도 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장의 목소리 : 전면 드래프트, 다시 고려해야

충암고등학교의 우승으로 아마야구 첫 대회가 끝이 났다. 그러나 현장에서 선수들을 끝까지 지켜 본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은 한숨을 푹 쉬는 모습이 역력했다. 바로 연고와는 무관한 전면 드래프트에 대한 문제 때문이었다.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이 사라진 틈을 이용하여 우수 선수들이 대거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어도 이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자칫하다가는 B급 선수들로만 드래프트를 실시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이 나오고 있다.

따라서 현장에서 해결책으로 제시하고자 하는 것이 있다. 대한야구협회와 협의를 통하여 드래프트 일정을 앞당기는 것, 아니면 종전처럼 1라운드 우선 지명권을 부활시켜야 한다는 점이 그것이다. 그래야 아마야구에서 두각을 나타 낸 유망주들의 해외 유출을 다소 막을 수 있다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다.

그럼에도 불구, 현재까지 총 3명의 선수가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마쳤다. 북일고교 김동엽(좌익수)은 시카고 컵스와 계약금 55만불, 연봉 5만불에, 화순고교 신진호(포수)가 캔자스시티 로열스와 총액 60만불에, 동산고교 최지만(포수) 역시 시애틀 매리너스와 총액 42만5천달러에 사인했다. 2010년 신인 드래프트 일자는 8월 16일. 그때까지 시간은 넉넉하다. 얼마나 많은 고교야구 유망주들이 해외로 나갈지 아직 미지수다.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다우면 프로가 될 수 없어

한 가지 더 아쉬운 점은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태도에 있었다. 아직 학생이고, 또 아마추어이기 때문에 동료들의 실책에도 화를 낼 수 있고, 또 경기 패배 이후 상대팀 선수들에게 축하인사를 건네지 않고 지나칠 수 있다. 이 모두가 ‘아직은 학생’이기에 어느 정도 눈감아 줄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러나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로 머무를 때 프로가 절대 될 수 없음을 유념해야 한다. 동료들의 실수에 에이스가 오히려 격려를 보낼 수도, 경기 승리 이후 패배팀에 대한 예의 차원에서 과도한 몸짓을 자제할 수도 있다. 이는 중학교 도덕 교과서에도 나오는 이야기다. 그리고 아마추어가 아마추어로 안주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일선 지도자들이 일깨워 주어야 마땅하다.

다음 대회는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선수권대회다. 본 대회에서는 황금사자기 고교야구 선수권 대회때보다 조금 더 성숙한 아마야구 선수들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기원한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