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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개념구단' 히어로즈의 지혜로운 행보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3.

히어로즈는 작년까지만 해도 존폐의 기로에 놓였던, ‘바람 속의 촛불’과 같은 팀이었다. 우리 담배회사가 스폰서로 나서며 ‘우리 히어로즈’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출발했지만, 전준호를 필두로 한 노장 선수들의 연봉 삭감, 해외 전지훈련 취소 등 구단 안팎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설상가상으로 우리 담배회사는 2008년을 끝으로 ‘스폰서 중단’을 선언하며 프로야구판을 떠났다. 누가 보아도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위태로운 상태였다.

그러나 2009 시즌을 맞이한 히어로즈는 작년 시즌과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였다. 성과에 따라 노장들의 삭감된 연봉을 다시 올려줌은 물론, 히어로즈 선수들이 ‘아버지’라 부르는 김시진 감독을 다시 사령탑으로 앉혔다. 이에 그치지 않고 작년에 실시하지 않았던 해외 전지훈련까지 실시하는 등 비로소 ‘구단다운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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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히어로즈의 선전은 ‘턱돌이’도 춤추게 한다. (C) 히어로즈 구단 제공

경기장 일부 개선, 팬서비스 강화 등 ‘개념구단’으로 자리잡혀

또한 히어로즈 이장석 사장은 단계적으로 목동 구장을 개선할 것을 선언했다. 즉, 테이블 지정석을 전면 교체함은 물론 노란색 일변도의 내야석 의자를 점차 교체할 것을 약속했다. 비록 내야석의 ‘노란색 의자’는 아직 교체되지 않았지만, 테이블 지정석은 100% 교체되며 야구팬들이 조금 더 가까이에서, 편하게 야구를 볼 수 있는 환경을 마련했다.

이렇게 오프시즌부터 차곡차곡 진행된 히어로즈의 ‘개념구단’다운 모습은 개막 이후에도 계속되었다.

히어로즈는 ‘마운드로의 초대’라는 코너를 개설하여 홈 3연전 중 한 경기를 일반 야구팬을 위한 시구 행사로 만들었다. 이는 뭇 야구팬에게 ‘개념 시구’라는 칭찬을 받을 만큼 높이 평가되고 있는 부분이다. 또한 연예인이나 유명인사들 일변도로 진행되었던 시구 행사에 소방관, 집배원 등 ‘보통 사람’들을 초청한 것도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이제 더 이상 ‘시구’를 특정 계층의 전유물로 여긴다는 생각을 과감하게 버린, 좋은 시도로 볼 수 있다. 이는 장기화된 경기침체에도 불구, 사회 한 편에서 묵묵히 일하는 ‘보통 사람들’을 섬길 줄 안다는 인상을 확실하게 잘 심어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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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반 팬들을 위한 시구행사 개최 등을 시도하는 히어로즈의 최근 행보는 ‘개념있는 구단’이라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C) 히어로즈 구단 제공

‘개념있는 구단’에서 나온 초반 성적도 ‘수준급’

이러한 구단의 노력에 선수들도 실력으로 화답했다. 비록 원정 개막전에서 1패를 당했지만, 바로 다음 날 경기에서 10-1 대승으로 맞대응했다. 그리고 홈에서 맞은 삼성과의 3연전마저 싹쓸이하며, 최근 4승 4패(4월 12일 기준)를 기록중이다. 마운드에서는 ‘신예’ 이현승과 ‘베테랑’ 김수경이, 타선에서는 외국인 선수 클리프 브룸바를 필두로 황재균, 강정호 등이 선전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시진이라는, ‘아버지 겸 감독’이 있었다.

양키스의 명 선수이자 명 감독인 요기 베라(Yogi Berra)는 “야구는 90%가 정신력이다”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즉, 스타 플레이어들을 끌어모았다고 해서 반드시 우승하는 것도 아니며 풍족한 구단이라고 해서 반드시 포스트 시즌 진출을 보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나 두산 베어스처럼 대형 선수는 없으되 조직력이 강한 팀이 우승을 가져올 수 있다. 그리고 그 후보군으로 올해부터 대두되고 있는 팀이 바로 히어로즈다.

각 구단 팬들로부터도 높은 칭찬을 받고 있는 히어로즈가 올 시즌 마지막까지 팬들에게 큰 박수를 받는 구단으로 남게 될지 지켜볼 만하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