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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심판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4. 16.

예전 개그콘서트에서 "그까짓것 그거 대충 ~하면 되겠구먼 뭐"라는 유행어가 전국을 강타할 때가 있었다. 하지만 그러한 유행어의 이면에는 오히려 피나는 노력이 뒤따라야 함을 알리는, 일종의 역설적인 표현이다.

이 유행어 때문인지는 모르지만, 많은 야구팬들이 ‘진짜’라고 믿었던 사실 중 상당수가 사실이 아닐 경우 밀려오는 허탈함은 상당할 것이다. 반면 몰랐던 사실을 새로 알았다는 후련함도 동시에 밀려들 것이다.

예를 들면 이러한 것이다. 선발 투수가 6이닝동안 3실점 이내로 막은 것을 일컬어 일부 야구팬들은 ‘저 투수, 퀄리티 피칭을 했다’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는 ‘퀄리티 스타트’라고 해야 맞다. ‘퀄리티 피칭’은 투수가 등판하여 효과적인 투구를 했을 때 쓰는 말이다. 조금 더 자세한 예를 들면, ‘오늘 박찬호 선수가 구원으로 등판하여 3이닝을 무피안타 무실점의 퀄리티 피칭을 했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외에도 여러 야구팬들이 '사실'이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실제로는 '거짓'일 가능성이 많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심판’에 대한 부분이다.

심판이 경기 결과를 좌우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최근들어 많이 사라지기는 했지만, 많은 구단 관계자들이나 야구 팬들이 심심찮게 이야기하는 부분이 바로 심판에 대한 이야기다. ‘심판때문에 경기에 이겼네 졌네’하고 짜증을 낸다. 많은 말들이 오가지만 심판, 이것도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잘 보면 본전, 못 보면 바로 매장되는 것이 심판의 위치이기 때문이다.

심판은 욕 먹는 상대가 정해져 있지 않다. 때로는 선수들에게, 때로는 코칭스태프에게, 홈팀의 승패가 엇갈리는 경우 팬들에게까지 욕 먹는 것이 심판이다.

그렇다고 보수가 그다지 뛰어난 것도 아니다. 일반 샐러리맨 수준을 약간 윗도는 수준이며, 메이저리그의 경우 선수 최저연봉에 미치지 못하는 정도다. 어쨌든 자신들이 투입한 것에 비하면 보수를 포함한 결과물은 터무니없이 적은 것이 그들의 실체다. 그래서 그들은 정신을 바짝 차릴 수밖에 없다. 항상 중립을 지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하며, 포수가 미트질하는 미세한 진동까지 감지하는 능력까지 갖추어야 하는 만큼 이것만 봐도 심판이라는 것,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메이저리그의 경우 자체적으로 오심이라고 인정하는 사례가 발견될 경우 지체없이 벌금을 물게 하여 1차 경고를 주고, 추후 또 그러한 사례가 발견될 경우 마이너 심판으로 강등되거나 옷을 벗는 극단적인 케이스가 발생할 수 있다. 국내 프로야구라 해서 예외는 아니다.

물론 대부분의 선수/코칭스태프가 이를 알기에 대부분은 심판의 명령에 복종하는 편이다. 특히, 선수 출신 심판들이 많은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더욱 그러하다(예 : 김호인, 허운, 김풍기, 전일수씨 등). 재미있는 것은 감독들이 팀 분위기 쇄신을 위해 심판을 희생물로 삼을 수도 있다는 점이다. 다혈질적인 감독의 대명사였던 쇼월터 감독(전 텍사스 레인저스)의 경우 침체된 팀 분위기를 수습하기 위하여 조그마한 볼카운트 판정에 불만을 갖고 모자를 거꾸로 쓰면서까지 심판과 크게 다투기도 했다. 애매한 심판만 말다툼에 희생되는 샘이지만, 이를 통하여 야구팬들에게 또 하나의 볼거리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자 모두가 경기 후에는 '허허' 웃으면서 끝낸다는 점도 또한 재미있는 부분이다.

오심의 비율, 얼마나 될까?

그렇다면 좀 더 깊게 분석해 보자. 한 명의 심판이 133경기에 모두 출전하여 경기를 진행할 경우 판정하게 될 아웃카운트의 숫자와 스트라이크/볼 숫자를 가정해 보겠다. 전 경기에 출전하여 아웃카운트를 판정할 경우 1년간 약 133 × 3(아웃) × 2 × 9(이닝) = 7,182 개의 아웃카운트를 잡아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의 경우까지 살펴본다면, 1년간 약 133 × (3+4) × 2 × 9(이닝) = 16,758 개의 판정을 내려야 한다는 결론이 나온다(파울까지 포함할 경우 그 이상이 될 수 있다).

그러면 이 중에서 오심의 비율이 1%라고 가정해 보자. 그렇다면 아웃카운트 7,182개 중에서 71.82 ≒ 72개 아웃이 오심 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데, 뒤집어 이야기하면 두 경기 중에서 한 번은 오심으로 경기가 끝난다는 결론을 도출할 수 있다(이유 : 총 133경기를 72개 아웃카운트 오심으로 끝낼 경우 팀당 평균 2경기가 오심으로 끝날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이 승부에 결정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아웃카운트 오심일 경우 문제는 심각해진다. 스트라이크와 볼 판정 오심비율을 따지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오심률이 1%일 경우 한 경기당 8번의 볼카운트 오심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심률 1%는 상당히 높은 수치다. 즉, 경기당 오심률은 0%에 가깝다고 보는 것이 맞다.

‘6 시그마’란 무엇인가?

경영학 원론 책을 보면 제품 1백만개 중에서 불량품이 한개 있을까 말까 하는 품질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바로 ‘6 시그마(Sigma)’에 대한 이야기다. 이러한 원론이 바로 심판들에게도 필요한 부분이다.

만약에 비행기 사고율이 1%라고 가정할 경우, 완주율이 99%이기 때문에 ‘이 항공사 참으로 믿을 만한 회사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사고율 1%를 실제 비행에 대입할 경우 하루에 한 건씩 비행기 사고가 난다는 통계가 나온다. 왜냐? 한 항공사가 하루에 띄워보내는 항공기 숫자가 100대를 넘기 때문이다. 100대 중에서 완주율이 99%일 경우 한 대는 반드시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심판도 사람이니 오심을 범할 수 있다지만, 그 오심이 승패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경우는 정말 드물며, 있다고 해도 133 경기 중에서 한두 경기 있을까 말까 할 정도다. 심판들도 ‘오심률 1%’가 아닌 6 시그마를 목표로 심판보고 있기 때문이다.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

"선수들 타격 연습할 때 홈런 치는 연습도 좋지만 타구가 2루수와 우익수 사이, 유격수와 좌익수/중견수 사이에 떨어지는 연습을 시키면 되지 않습니까?"
과거 MBC 청룡 고위층 코미디 1

"아니, 9명의 투수가 매일 1이닝씩 던지면서 페넌트레이스를 치르면 되지 왜 선발투수가 9회까지 힘들게 던지려고 합니까?"
과거 MBC 청룡 고위층 코미디 2

선수단으로서, 코칭스태프로서 심판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과거 MBC 청룡 고위층과 같은 코미디가 연출될 수밖에 없다. 심판에 대해 잔뜩 오해를 가지고 있으면서 그들에게 콩 놔라 팥 놔라 하여 도리어 경기를 망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럴때 심판들이 선수나 코칭스태프, 팬들을 향해 이런 소리를 할 수 있다.

"자기들이 한번 심판 해보라지. 반풍수가 집안 망친다, 망쳐!!"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