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상당히 큰 감독 중 하나다. 그만큼 재주만큼 활약을 펼치지 못하는 선수들을 일찍 내치지 않고 ‘터질 때까지 기다려 줄 줄 아는’ 끈기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그만큼 낙천적인 성격을 지니기도 했다. 그리고 최악의 상황에서도 ‘더 이상 떨어 질 곳이 없다. 이제 치고 나가면 된다’는 마음가짐으로 선수들을 독려한다. 이는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렇게 팀 분위기 쇄신에 성공한 롯데는 작년 시즌 3위를 차지하며, ‘500만 관중 시대’의 선봉장 역할을 톡톡히 했다.
작년 시즌 최고의 활약을 보여 준 롯데였지만, 시즌 초반 모습은 아직까지 썩 미덥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히어로즈와의 원정경기를 위해 서울로 온 로이스터 감독을 목동구장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Q : 이렇게 만나뵙게 되어 정말 반갑습니다.
제리 로이스터 감독(이하 ‘로이스터’로 표기) :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Q : 지난 주중 3연전에서 롯데 자이언츠 득점력이 매우 빈곤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이 있으신지 알고 싶습니다.
로이스터 : (득점력이) 좋아질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가장 최선의 방법이 아닐까 싶습니다. 연습이 필요하다면 하는 것이고, 이에 맞추어 볼 배합에 대한 연습도 병행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팀이 현재 4승 7패를 기록중인데, 저는 133경기 일정을 놓고 보았을 때 11경기 중에서 4승이나 한 것은 다행이라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현재 타자들이 제 기량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더 나빠질 것은 없는 것 아니겠습니까? 시즌 초반인 만큼, 이러한 문제는 얼마든지 극복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타자들이 상대팀 투수들의 볼 배합에 제대로 적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즉, 지금 어려운 것은 타자들이지 투수들이 아닙니다. 타자들이 공을 잘 못 치고 있지요.
무엇보다도 상대팀 투수들이 우리 타자들에게 어떤 볼을 줘야 하고, 어떤 볼을 주지 말아야 할지를 알고 있습니다. 여기에서 우리 타자들이 수 읽기에서 지고 있는 셈이지요. 이러한 패턴을 알지 못한다면 (경기 전 실시하는) 타격 연습은 큰 의미가 없습니다. 경기에서 잘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만약에 타자들이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타격 연습을 당장 중단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무엇보다도 타자들이 상대팀 투수의 투구에 적응하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 목동구장에서 만난 로이스터 감독. 그는 타선의 부진 속에서도 선수들을 끝까지 믿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Q : 마운드가 좋아졌는데, 투수들에게 변화구를 많이 던지라고 주문하시는 편입니까?
로이스터 :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솔직히 저는 시즌에 들어가기에 앞서 마운드가 우리 팀의 약점이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투수들은 좋은 피칭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약점이라 생각했던 부분이 저절로 없어진 셈이지요.
하지만 투수들에게 파워피칭보다는 변화구를 잘 던지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는 합니다. 한기주(KIA 타이거즈)도 우리와의 주중 3연전에서 변화구를 많이 던졌지요. 그런데 왜 그런 볼배합을 보여주었느냐 하면 KIA의 코칭 스태프가 우리 타자들을 공략하는 방법을 변화구로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그래도 우리 타자들이 (지난 경기를 시작으로) 변화구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은 좋은 소식이라 생각합니다. 생각하고 타석에 들어섭니다. 특히, 김주찬과 조성환은 변화구를 잘 치고 있습니다. 따라서 나머지 선수들도 영리하게 생각하면서 타격에 임해야 합니다. 쉽게 말하자면, 대부분의 우리 타자들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는 변화구에는 방망이가 안 나가고, 볼로 들어오는 변화구에는 방망이가 나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쉽게 고칠 수 있습니다.
Q : 김주찬 선수가 타석에서는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지만, 볼넷이 적은 편입니다. 그만큼 타석에서 1번 타자다운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보십니까?
로이스터 : 김주찬은 타율과 득점이 높은 선수입니다. 무엇이 더 필요하겠습니까? 물론 김주찬이 전형적인 1번 타자는 아닙니다. 그러나 1번 타자도 잘 치는 능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지금 김주찬은 잘 하고 있다고 봅니다. 작년 3할 타율에 30도루를 한 선수입니다.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물론 볼넷으로 인한 출루 숫자가 적다는 것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저는 ‘타점 능력’이 있는 선수를 원합니다. LG 트윈스의 이진영, 히어로즈의 이택근 역시 1번 타자로 쓰일 수 있는 선수들이면서 타점 능력도 뛰어난 선수들 아닙니까? 타점 능력이 뛰어난 선수는 기회가 있을 때 상대팀에서 고의사구로 출루시킬 수도 있습니다.
Q : 서울 목동 원정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특별히 지시한 것이 있으십니까?
로이스터 : 전체적으로 다 이야기했습니다. 호텔에서도, 그리고 이동하면서도 선수들에게 상대팀 투수들에 대한 비디오를 시청하게 했습니다. 그러나 한 번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또’ 보라고 했습니다. 특히, 주말 3연전 중 첫 번째로 선발 등판하는 히어로즈 김수경 선수의 볼배합은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을 상기시켜 주었습니다. 분명 첫 번째 경기는 우리에게 유리하게 흘러갈 것입니다(실제로 롯데는 17일 경기에서 상대 선발 김수경을 상대로 4회까지 6점을 뽑아내며 모처럼 시원한 타격감을 과시했다).
▲ 경기 전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과 만난 로이스터 감독. 로이스터 감독은 상대팀 감독들을 만날 때마다 늘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한다.
Q : 이인구 선수를 다시 2번 타자로 기용하셨습니다. 감독님께서 특별히 2번 타자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시다면?
로이스터 : 2번 타자는 방망이에 맞추는 재주가 뛰어나고, 중심타자들에게 많은 기회를 제공해야 하는 타순이라 생각합니다. 또한 2번 타자는 주루 센스가 뛰어나야 합니다. 즉, 1루 출루시 3번 타자의 안타로 3루까지 뛸 수 있어야 합니다. 그리고 우리 팀에서 이러한 역할을 가장 잘 소화시킬 수 있는 선수가 바로 이인구입니다. 이인구가 우리 팀 2번 타자입니다. 다만 지금은 컨디션을 끌어올릴 수 있도록 선발 출장 기회를 많이 부여하고 있습니다.
Q : 마지막으로 팬 여러분들게 한 말씀 해 주십시오.
로이스터 : 계속 기다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오늘 경기가 될지, 아니면 내일이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타선이 터지게 되어 있습니다. 팬 여러분들을 포함하여 저 역시 ‘똑같은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롯데다운 야구를 하는 것’입니다.
지금은 시즌 초반이지만, 여름이 되면 프로야구 판도가 재미있어 질 것입니다. 여름때까지 가 봐야 압니다. 지켜봐 주십시오.
// 유진(http://mlbspecial.net)
유진의 꽃 보다 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