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로이스터 감독은 히어로즈와의 목동 원정경기에 앞서 ‘터질 듯 터지지 않는’ 타선에 대해 “(타선이) 터질 때까지 기다리겠다”면서 선수들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 그의 기다림이 헛된 것이 아님을 이번 원정 경기를 통하여 증명했다. 롯데 타선이 목동 원정 경기에서 폭발한 것이다. 17, 18일 경기에서 무려 아홉 개의 홈런을 작렬시킨 롯데는 지난 주중 3연전에서 3득점에 그쳤던 부진을 단숨에 날려버렸다.
이쯤 되면 로이스터 감독의 바람이 모두 성취될 법 했지만, 그는 여전히 1번부터 9번 타자까지 모두 ‘타점 능력이 뛰어난 선수’가 되기를 원했다. 2002 국가대표 축구 감독을 역임했던 히딩크 감독이 좋은 성적에도 불구, “나는 아직도 배가 고프다”고 말했던 것과도 일맥상통하는 로이스터 감독의 바람이었다.
“이제서야 타자들이 상대 투수들에 적응했다”
목동 3연전을 계기로 타선이 폭발할 수 있었던 비결에 대해 로이스터 감독은 “타자들이 상대 투수들의 투구 패턴과 볼 배합에 적절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만큼 롯데 타자들이 그 동안 상대 투수들의 생각을 읽지 못하고 서둘러 왔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또한 로이스터 감독은 선수들에게 ‘타격하는 것을 절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문하는, 전형적인 ‘공격야구’를 추구하는 감독이기도 하다.
“삼진 아웃을 당한다든지, 도루하다가 아웃되는 일은 적극적인 플레이에서 나오는 좋은 현상이다. 아웃된 상황을 탓하지 않고 오히려 선수들에게 용기를 북돋워 주어야 한다. 타석에서 절대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No Fear)”
위의 인터뷰 내용은 로이스터 감독의 야구 스타일이 어떠한 것인지를 잘 말해주는 일면이기도 하다. 이는 곧 로이스터 감독과 롯데 자이언츠의 야구 철학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물오른 타격감에 대한 경계심도 늦추지 않았다. ‘목동 경기때와 같은 타격감이 계속 유지되면 더 없이 좋겠지만, 무엇보다도 약점을 찾아 보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 그의 견해다.
하지만 팀 타선의 ‘중심’을 묻는 질문에 그는 주저없이 ‘4번 타자 이대호’를 뽑았다. 그가 좋은 모습을 보이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다른 선수들의 타격감에도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최근 물오른 이대호의 타격감이 가르시아나 조성환, 김주찬 등에게도 좋은 영향을 주었다는 것이 로이스터 감독의 말이다.
▲ 로이스터 감독이 항상 선수들에게 강조하는 것이 있다. 바로 ‘No Fear(마운드에서건 타석에서건 두려워하지 말라)’다.
‘트리플 플레이’, 나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
이번에는 조금 예민한 문제에 대한 질문을 던져 보았다. 바로 18일 경기에서 발생했던 ‘트리플 플레이’에 대한 것이다. ‘만약에 본인이었다면 그 상황에서 어떻게 대응했겠느냐’는 질문에 그는 “나라도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히어로즈의 팀 플레이에 많은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만약에 3루 주자가 그 상황에서 ‘태그-업’ 플레이를 하고, 1루 주자가 그대로 가만히 있었다면 원 아웃 상황에서 5번 타자를 맞이하여 위기가 계속되어 역전 가능성도 있었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만약에 두 주자가 1, 3루 상황에서 가만히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1사 1, 3루에서 5번타자 오재일-강정호-송지만으로 이어져 자칫하다가는 대량 실점으로 이어질 수도 있었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은 ‘트리플 플레이’에 대한 색다른 의견을 내놓았다. 이 역시 공격적인 야구를 펼치다 보면 나올 수 있는 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면서도 ‘히어로즈는 우리(롯데)보다 더 공격적인 팀’이며, ‘작년보다 올해가 더 나아지고 있는 팀’임을 재차 강조했다.
‘타고투저’ 현상? 우연한 현상일 수도 있어
이번에는 올 시즌 초반, 유난히 ‘타고투저’ 현상이 발생하는 이유에 대해 질문해 보았다. 이에 로이스터 감독은 “본인도 확실히 잘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도 국내에는 타자들을 압도할 만한 투수들이 많아 언제든지 ‘투고타저’가 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다.
하지만 타자들이 조금 더 공격적인 성향을 보인다는 점에는 동의했다. 또한 작년처럼 주자를 진루시키기 위한 번트작전이 줄어든 점, 타점 상황에서도 볼카운트에 상관없이 타자들이 안타를 잘 친다는 점 등을 ‘타고투저’의 원인으로 뽑기도 했다. 그래서 그는 ‘번트보다는 타점을 올리려는 경향’이 작년보다 강해져서 (경기하기에) 쉬운 팀이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또한 그는 ‘전체적으로 각 팀들이 작년보다 더 나은 야구를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작년에는 몇몇 강타자만 피하면 승부를 걸 만했지만, 올해부터는 타점능력이 좋은 타자들이 부쩍 많아져 ‘승부하기 쉬운 타자’가 하나도 없다고 말한다. 그래서 그는 “스피드와 힘이 조화되어 전체적으로 모든 팀들의 밸런스가 일치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는 작년보다 힘들지 않겠냐”며 조심스러운 의견을 표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WBC의 영향으로 관중들이 야구장으로 몰려들고 있다. 예전에는 3루측 원정 관중석이 비는 날이 종종 있었지만, 최근에는 많이 들어차고 있는 편 아닌가. 이렇게 수준 높은 경기 내용을 선보인다면, 600만 관중도 어렵지 않을 것이다”며 만원 관중에 대한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