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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최지만과 김선기, 그리고 정영일과 최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6.
미 프로야구(MLB)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가 때 아닌 한국인 바람이 불고 있다. 이치로가 몸 담고 있는 시애틀 매리너스가 국내 고교야구 포수 랭킹 1위를 달리고 있는 동산고 최지만(18)과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은 가운데, 세광고 에이스 김선기(18)마저 데리고 갔다. 이 둘을 데려 간 시애틀의 의도가 무엇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최지만을 '포스트 조지마'로, 김선기를 '제 2의 박찬호'로 키우려는 것 만큼은 확실해 보인다. 올해로 서른 셋인 조지마의 나이를 감안해 보았을 때 최지만 카드는 결코 나쁜 선택이라 할 수 없다(물론 고교랭킹 1위 포수를 해외로 빼앗긴 것은 국내 구단에 큰 손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본 고에서는 '이왕 해외로 진출한 선수에 대해 격려를 해 주자는 의도가 담겨 있음을 밝히고자 한다).

최지만/김선기 외에도 LA 에인절스에 세 명의 한국인 마이너리거들이 있다. 투수 정영일과 장필준(21), 그리고 한국인 2세 최현(21, 미국명 행크 콩거 현 초이)이다. 김선기-최지만이 베터리로 호흡을 맞출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공교롭게도 정영일/장필준과 최현 역시 투수와 포수로 그라운드에 나설 수 있는 공통점이 있다.

19세 새내기 vs LA 유망주

일단 다섯 명의 선수는 빠를 경우 내년 시즌부터 서로 만날 수 있다. 고등학교 3학년인 김선기와 최지만이 '졸업'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애틀의 새내기 베터리들이 LA 에인절스의 유망주들을 만나는 셈이다. 이와 관련하여 동산고 최지만은 인터뷰에서 "최현을 만나면 무조건 배우겠다는 심정으로 다가가겠다"며 한국인 선배를 만나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또한 "공격도 공격이지만, 공격보다는 수비로 인정받는 포수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밝히기도 했다. '인천 사나이'다운 당돌함과 자신감을 선보인다는 점에는 일단 높은 점수를 줄 만하다.

최지만의 장점은 날로 좋아지고 있는 투수리드 능력과 좋은 어깨다. 파워를 조금 더 기를 경우 얼마든지 '제 2의 조지마 겐지'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 특히, 고교 선수답지 않은 배짱은 그만이 가질 수 있는 무기다. 에인절스 '최현'과의 선의의 경쟁이 기대되는 이유다.

▲ 대통령배 대회에서 만난 동산고 포수 최지만. 그는 '성공하기 전까지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각오가 대단했다.

한편 세광고 김선기를 두고 8개 프로구단 스카우터들은 한결같이 입모아 "정말로 안타까운 선수"라며 아쉬워했다. 때에 따라서는 전면 드래프트에서 1순위로 선정될 가능성이 높은 선수였기 때문이다. 한 스카우터는 "타고투저인 2009 고교야구에서 빠른 볼 구속이 140km/h를 넘나드는 투수가 드문데, 김선기만은 예외였다. 투수 가운데 가장 돋보여 욕심이 났다"며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모습도 보였다. 역으로 이야기하면, 체계적인 훈련 과정을 거칠 경우 최대 150km/h까지 나올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충청권에서 공주고 출신 박찬호가 메이저리거로 대성만 만큼, 김선기 역시 '제 2의 박찬호'가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마이너리그에서 선배 정영일/장필준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하다.

그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것

하지만 그들이 절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있다. 계약 조건에 비해 그들이 받아야 하는 심리적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특히, 메이저리그의 '맛'을 보기 위해서는 5년 정도 마이너리그의 눈물젖은 햄버거를 먹어야 한다. 최대 17시간을 버스로 이동해야 하며, 새벽 3시에 경기가 끝나도 다음 날 같은 시각에 정상적인 일과를 소화해야 한다. 체력 문제와 더불어서 고도의 정신력을 요구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성공할 때까지 절대 돌아오지 않겠다'는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외로움과의 싸움도 신임 마이너리거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과제다. 정영일 역시 '무관심이 가장 서러웠다'고 이야기 할 만큼 국내 언론은 2등에 대한 조명을 전혀 해 주지 않는다. 그러다보면 '내가 왜 미국에 간다고 했을까'하는 후회감이 빨리 몰려 올 수도 있다. 그럴 때마다 초심을 잃지 말아야 한다. 또한 박찬호/추신수를 바라보며, '나도 저렇게 되겠다'는 다짐을 매일 해야 한다.

영어 문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부분이다. 아니, 어쩌면 가장 중요한 문제일 수 있다. 의사 소통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자신이 잘못한 것이 아니어도 고스란히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기가 막힌 상황이 연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실제로 정영일 역시 언어문제로 불합리한 처분을 받은 경험이 있다). 스프링 캠프에 합류하는 다음 오프시즌까지 미국 진출이 확정된 선수들은 모름지기 '공부'를 해야 한다.

▲ 2009 시즌에는 정영일/장필준-최현 배터리를 빨리 보고 싶은 것은 왜일까?


2013년 WBC/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 에서는....

시카고 컵스 김동엽, 켄자스 시티 로열스 신진호, 시애틀 매리너스 최지만/김선기 등등....

다른 것을 제외하더라도 2013년 월드 베이스볼 클래식,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때에는 정영일을 필두로 한 '지금의 마이너리거'들을 봤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그리고 충분히 국가대표팀에 선발될 수 있는 역량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물론, 국내리그로 유턴하지 않고 끝까지 살아남을 경우에 한해서다. 또한 이들 모두가 이왕 미국에 진출한 이상, 혹독한 자기와의 싸움 끝에 메이저리그의 '단물'을 맛보았으면 한다. 타국에서 고생하는 이들 젊은 선수들의 분전을 기원한다.

<사진=최지만 (C) 유진, 정영일 (C) 홍순국 순 스포츠>

// 유진(http://mlbspecial.net)

※ 본 글은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