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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가 된 ‘블로거뉴스 베스트’의 가치

by 카이져 김홍석 2009. 5. 11.
블로그를 처음 시작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Daum의 블로거뉴스에서 ‘베스트’로 선정된다는 매우 기분 좋은 일이었다. 선정만 되면 엄청난 트래픽이 보장됨과 더불어 많은 사람들과 함께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랬던
블로거뉴스 베스트의 가치가 점점 떨어지더니 지금에 와서는 아무런 의미 없는 ‘싸구려’가 되고 말았다. 적어도 ‘스포츠 카테고리’에서는 더더욱 그러하다.

5월 2주  310개
5월 1주  260개
4월 4주  272개
4월 3주  154개
4월 2주  140개
4월 1주  128개
3월 4주   83개
3월 3주  104개
3월 2주   93개
3월 1주   83개

위는 3월부터 스포츠 카테고리의 열린편집자가 추천한 베스트 뉴스의 개수다. 열린편집자가 모든 베스트뉴스를 추천하지 못함을 감안하여 실제 베스트 뉴스는 위의 숫자에 +@를 더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는 베스트 뉴스의 저 엄청난 개수다. 3월 첫 주에는 100개를 넘지 않았던 베스트 뉴스가 5월 둘째주에는 무려 300개를 넘어섰다. 하루에 45개 이상의 포스트가 베스트로 선정되고 있다는 것이다.

조금만 자세히 살펴 보면 추천수가 ‘5’만 되면 베스트로 선정되는 것을 지켜볼 수 있다. 다른 카테고리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다. 실제로 일요일이었던 5월 10일 하루 동안에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베스트로 선정된 포스트의 개수는 무려 65개였다.

IT-과학 카테고리와 함께 사이드 날개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 카테고리가 실제로 ‘베스트 뉴스’로서 동시에 노출될 수 있는 것은 5개에 불과하다. 하루에 50개가 베스트로 선정된다면 편집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새벽 시간을 제외한 20시간을 기준으로 하나의 베스트 뉴스가 2시간 정도 날개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당연히 트래픽은 처참한 수준이다.

말이 ‘베스트’지 아무런 실속이 없다. 베스트로 선정된 뉴스의 조회수가 고작 ‘20~50’에 불과한 포스트가 허다하니 말 다했지 않은가. 지금의 스포츠 카테고리는 실속 없는 베스트 뉴스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에 따른 문제점도 허다하다.

유명 블로거의 포스트는 무조건 베스트로 선정된다. 실제로 이곳 <MLBspecial>에서 블로거뉴스로 발행한 최근 30개의 포스트 가운데 무려 27개가 베스트로 선정되었다. 유명한 축구 전문 블로거 효리사랑님의 <축구감성 2.0>의 경우는 ‘110개 연속 베스트 선정’이라는 기염을 토하고 있을 정도다.

유명 블로거의 글이 베스트로 선정될 확률이 높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이 정도가 되면 그 사태는 조금 심각하지 않을까. 실제로 <MLBspecial>에서 베스트로 선정된 지난 27개의 포스팅 가운데 다음 메인에 올랐던 하나를 제외한 나머지 26개의 평균 조회수는 300도 되지 않는다.

또한 ‘퍼온 글’이 베스트로 선정되는 일도 허다해졌다. 블로거뉴스는 분명히 ‘자신이 직접 작성한 포스팅’만 블로거뉴스로 송고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실제로 퍼온 글이 송고되는 경우는 꽤나 많은 편이며, 최근 베스트 남발과 관련하여 그러한 퍼온 글이 베스트로 선정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베스트로 선정되는 포스트가 많아져서 더욱 많은 블로거들이 기뻐한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느냐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베스트 선정’으로 인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전혀 없다면 결국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하다는 것도 사실이다.

적어도 블로그 네트워크의 중심축을 형성하고 있던 블로거뉴스의 베스트 뉴스라면 일정 수준 이상의 트래픽을 확보함과 동시에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스포츠 카테고리에는 ‘커뮤니케이션’이 사라져 버렸다. 이슈를 생산하고 그것을 문제시 삼을 수 있는 언론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이 없어진 것이다.

제각각 난무하는 수백 개의 베스트 뉴스 가운데 무엇이 더 가치 있고, 어떤 뉴스가 지금 가장 큰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알 수가 없게 되어버렸다는 뜻이다. 베스트 선정으로 인해 얻게 되는 것은 실속 없는 자기만족뿐이다.

스포츠 카테고리에서 블로거뉴스는 기존 언론의 시각을 비판하고 또는 수용하기도 하면서 거듭된 토론으로 이어져왔다. 적어도 누군가가 하나의 이슈를 부각시켜서 그것이 영향력을 발휘하면 그에 대한 찬성과 반대가 이어지면서 또 다른 토론의 물줄기를 형성하곤 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모습을 잃어버렸다. 더 이상 블로거들 간의 교류는 ‘의미 없는 것’이 되고 있다.

또한 참여하는 블로거들이 갑자기 4배로 늘어난 것도 아닌데, 베스트 기사만 4배로 늘어났다는 것은 그만큼 질적으로도 수준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스포츠 쪽의 ‘어처구니없는 수준의 베스트 뉴스’를 보고난 후 실망한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진지하게 읽어보기도 난감하다 싶은 수준의 포스트들이 몇몇 블로거가 3~4시간의 노력 끝에 포스팅한 블로거뉴스를 저 아래로 밀어내고 새롭게 자리를 차지했다가 잠시 후 또 다른 글에 밀려 사라지고 있다. 기가 막힐 따름이다.

대체 무엇이 문제인 것일까. 다음 블로거뉴스의 베스트 선정과 관련된 알고리즘이 스포츠 카테고리에만 구멍이 뚫려버린 것은 아닐까. 송고되는 글의 수가 가장 적은 카테고리에서 가장 많은 베스트 뉴스가 선정되고 있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카테고리의 특성을 감안하건대, 스포츠 분야에서 베스트로 선정되는 포스트의 개수는 하루에 약 15개 정도로 일주일에 100개를 넘기지 않는 편이 좋아 보인다. 지금처럼 베스트 선정을 남발하는 것은 스포츠 카테고리를 죽이는 것이나 다름없다.

블로거뉴스가 그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베스트의 질을 유지하고 그에 대한 가치를 느끼게 해 줄 필요가 있다. 적어도 내가 쓴 글이 베스트 뉴스로 뽑혔을 때, 선정된 것 자체만으로도 자부심과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수준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지금의 베스트 뉴스 선정에는 어떠한 기쁨도 느낄 수 없다. 예전처럼 정성들여 포스팅 할 필요도 없어졌다. 대충 써도 베스트로 선정되는데 굳이 고생해서 열심히 써야할 이유가 어디에 있단 말인가.

싸구려가 되어 버린 ‘베스트 블로거뉴스’ 선정이 결국 전체 블로거뉴스의 질적 저하를 가져오고 있다. 기르는 개가 좋아한다고 해서 계속해서 먹을 것을 주면, 결국 그 개는 비만이 되어 일찍 죽어 버린다. 블로거뉴스의 담당자는 이 점을 필히 명심해야할 것이다.


PS. 예상했던대로 Daum은 이 글을 베스트로 선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많은 블로거님들의 추천을 받으며 2시간 넘게 실시간 인기뉴스에서 최상위를 차지하고 있었음에도, 자신들을 향한 쓴소리는 항상 무시하고 사장시켜버리는 그들만의 본성을 이번에도 여지없이 보여주고 있네요. 메일을 보내서 문의를 해봤으니, 조만간 답이 오겠지요. 어떤 변명을 하는지 한 번 지켜보겠습니다. 블로거뉴스의 여론조작은 정말 지겹네네요. 이름만 View로 바꿔서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고친다고 다가 아닐텐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