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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상'과 '바램'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3. 22.
이제 조금만 있으면 한국과 베네수엘라의 WBC 4강전이 시작되는군요. 어제 경기가 없어서 무척 심심했었는데, 또 다시 흥미진진한 경기를 볼 생각을 하니 벌써부터 설렙니다^^

이번 경기가 우리나라 대표팀에게 매우 어려운 시합이 될 것으로 예상합니다. 질 것이라고 '예상'한다는 뜻이죠. 대회 전부터 베네수엘라를 우승후보 1순위로 꼽고 있었고, 경기를 거듭하면서 그들의 강함이 입증된 터라 그런 예상을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한국이 지기를 바라느냐면 그건 또 그렇지 않습니다. 제 '바램'은 한국이 보기 좋게 베네수엘라를 꺾고 결승전에 진출하는 것입니다. 즉, 저의 '예상'이 틀리길 기대한다는 뜻이죠.

이렇듯 '예상'과 '바램(또는 기대)'은 때로 다를 수가 있습니다. 시험을 앞두고 공부를 하나도 하지 않았다면, 나쁜 성적을 '예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좋은 성적이 나오길 '기대'하죠. 경우는 다르지만 그런 것과 비슷합니다.'

사람이 아무리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려고 해도, 완전한 객관성이라는 것은 갖출 수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 객관적인 시각을 가지려고 노력하는 것 자체는 상당히 중요한 일이죠.

'예상'이라는 건 나름대로 최대한의 객관적인 시각을 견지한 채 어떤 일에 대한 결과를 예측하는 거죠. 반대로 '기대'나 '바램'은 객관적이기보다는 개인의 주관적인 성향과 시각이 드러납니다.

베네수엘라 선수들의 면면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제 나름대로의 객관적인 이번 시합에 대한 '예상'은 한국의 패배입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의 이번 시합에 대한 '바램'은 한국의 승리입니다. 저의 예상이 깨지더라도 상관없습니다.

이러한 '예상'과 '바램'의 불일치 때문에 곤란을 겪을 때가 많습니다. 특히 전업 블로거 기자로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는 더더욱 그런 적이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한 사람의 '기자' 또는 '블로거'로서 내놓는 '예상'은 저의 주관적인 생각이나 바램과는 무관할 때가 많습니다. 제아 아무리 우리나라 대표팀의 선전을 간절히 바라고 있다 하더라도, 경기에 대한 예상은 그와 달라질 수가 있다는 것이죠.

하지만 독자들의 일부는 그러한 점을 이해해주지 못할 때가 많죠. 그래서 때로는 아쉬운 일을 당할 때도 많습니다.

예를 들어 제가 일본전에서 한국의 패전을 예상했다고 칩시다.(물론 그러지 않았습니다만은) 그랬다면 전 글 속의 근거 등과는 아무런 관계없이, 그 결론만을 놓고 엄청난 악플에 시달리지 않을까요?

경기 결과 한국이 이겼다고 합시다. 그럼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겠죠. 반대로 일본이 이겼다면? 그럼 사람들이 " 야구 좀 볼 줄 아는구나"라고 인정해줄까요? 천만의 말씀이죠. "그래 일본이 이겨서 속 시원하냐? 쪽XX 새XX야"라는 말만 듣겠죠.

저의 바램은 한국의 승리였음에도 불구하고... 저 자신 스스로가 저의 예상이 틀어지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 것과는 별개로 최대한의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했던 저의 노력은 물거품이 되곤 합니
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곤 하죠.

"기사는 객관적으로 써야 하는거 아닌가?"

라구요. 하지만 정작 절대 다수의 독자들이 원하는 것은 '객관적인 기사'가 아니라 '자기가 원하는 방향의 기사'입니다. 객관성과는 무관할 때가 많죠. 아무리 객관적인 입장에서 불리해 보여도, 한국의 승리를 예상하는 기사가 독자들에게는 '객관적인 좋은 기사'가 되죠.

그래도 전 나름대로의 객관성을 유지하려고 합니다. 물론 '나름대로의' 객관성이기 때문에 틀릴 때도 많지요. 하지만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 자체가 중요하지 않을까요?

모두의 입맛에 딱딱 떨어지는 '기분 좋게 만드는 글'보다는 솔직한 제 생각과 의견을 드러내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그게 저 자신 스스로에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전 오늘 베네수엘라가 한국을 이기고 결승에 진출할 것이라고 '예상'합니다. 하지만 정작 경기를 보는 저는 한국이 안타를 치거나 윤석민이 좋은 피칭을 하면 웃으면서 박수를 치겠죠. 오늘도 저는 저의 '예상'이 틀리기만을 바랍니다. 그 결과는 3~4시간 후에 나오겠죠.

이러한 저의 고민... 여러분은 이해해 주실실 수 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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