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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4할 타율 '설레발', 하지만 현실적인 어려움 많아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18.

‘2009 CJ 마구마구 프로야구’를 보는 팬들은 즐겁다. 모처럼 나타난 ‘타고투저’ 현상으로 연일 타격쇼가 펼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5월 중순이 지난 현재, 규정 타석을 채운 선수들 중 세 명의 선수가 4할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두산의 김현수(0.414)를 필두로 LG의 페타지니(0.412), SK의 정근우(0.412)가 그 대상이다. 이쯤 되면 시즌 직후 4할 타자 탄생에 대한 야구팬들의 ‘설래발’이 현실이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가져 봄직 하다.

프로 원년 MBC 청룡의 감독 겸 선수로 활약했던 백인천이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4할 타율을 기록했다는 사실을 모르는 야구팬들은 없을 것이다. 그는 원년 72경기에 지명타자로 출전하여 250타수 103안타, 타율 0.412를 기록했다. 그리고 이 기록은 27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깨어지지 않고 있다. 그나마 경기 숫자가 적었던 우리나라에서는 한 번이라도 4할 타율이 나온 바 있지만, 70년 역사를 자랑하는 일본 프로야구에서는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은 대기록이다. 심지어 메이저리그에서도 ‘최후의 4할 타자’ 테드 윌리엄스 이후 구경할 수 없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에서 27년 만에 4할 타율이 나올까? ‘정규 시즌 4할 타율’에 대한 설레발을 가지고 있는 팬들에게는 찬물을 끼얹는 말이 될지 모르겠지만, 대답은 ‘아니다’에 가깝다. ‘왜 테드 윌리엄스 이후로(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백인천 이후) 4할 타율이 나오지 않을까’에 대한 여러 가지 분석이 있지만, 가장 현실적인 이유는 다음과 같기 때문일 것이다.

1. 투수 분업화 : 특급 구원투수의 등장

일명 ‘스타 시스템’이라고 하는 투수 분업화에 대한 이야기가 오간 것은 얼마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도 1973년, 아메리칸리그에서 ‘지명타자’ 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서 점차 분업화가 이루어지기 시작했고, 그나마 ‘전문 구원 투수’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것은 한참 뒤의 일이다. 선발 투수가 1회부터 9회까지 모두 책임져야 한다는 인식이 서서히 사라진 이후 ‘특급 마무리’나 ‘특급 셋업맨’의 등장은 타자들의 4할 타율을 더욱 어렵게 만들었다. 힘이 빠진 선발 투수를 9회 말 투 아웃 상황에서 안타를 뽑아내는 것이 쉬울까, 아니면 이제 막 올라 온 클로저를 상대로 안타를 뽑아내는 것이 쉬울까? 적어도 후자의 확률이 낮은 것만큼은 틀림없다.

2. 많아진 게임 숫자

테드 윌리엄스는 마지막 4할을 기록했던 1941년에 143경기에 출장하여 606번 타석에 들어섰다. 이 중 150개의 사사구를 기록한 윌리엄스는 실제로 456타수를 기록했다. 그런데 지금은 출장 경기 숫자가 162경기로 늘었다. 타석에 들어서는 기회가 많으면 많을수록 안타를 기록할 확률보다 범타로 물러날 확률이 더 크다(3할 타자는 10번 타석에 들어서 3번은 안타를 차고, 7번은 실패한다는 이야기 아닌가). 따라서 많아진 경기 숫자는 4할 타율 생성을 가로막는 또 다른 요인이 된다. 한국만 해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4할 타율을 기록한 백인천 선수가 경기 숫자가 가장 적었던 1982년 프로 원년에 불과 72경기에 출장했다. 그러나 지금은 133경기를 소화해야 한다. 이와는 별도로 자신의 3할 타율을 유지하기 위해 일부러 마지막 경기에 출장하지 않는 사례도 많이 늘고 있다.

3. 고연봉 : 굳이 4할 타율 기록할 필요가 없어

두 번째로 ‘선수들의 높은 연봉’을 들 수 있다. 이는 굳이 4할을 기록하지 않아도 ‘준수한 3할 타자’는 많은 연봉을 받는다는 데에 기인한다. 선수들은 높은 기본봉을 포함하여 안타 하나당 얼마씩 추가하는 형태로 ‘성과급’을 받는다. 3할 타율만 기록해도 높은 연봉이 보장되기 때문에 구태여 힘들게 4할을 기록하려 하지 않는다. 이는 자신의 몸값을 높이는 수단으로 3할 타율을 바라보는 선수들이 증가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4. ‘스몰 야구’의 실종

일단 4할 타자는 많은 안타를 기록해야 한다. 홈런도 중요하지만, 타구를 그라운드 곳곳으로 보내는 재주도 필요하다. 그러나 현대 야구가 ‘빅볼’로 정착됨에 따라 선수들 스윙 폭이 커진 것이 4할 타율을 가로막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미국에 한정된 이야기일 수 있지만, 한 시즌 30홈런 이상 터져나오기 시작한 우리나라도 결코 이에 무관할 수 없다.

그렇다고 해서 4할 타자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 것은 아니다. 토니 그윈, 이정훈 등이 그러했듯 야구팬들이라면 테드 윌리엄스/백인천 이후 사라진 4할 타율의 계보를 누군가 이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물론 위에서 제시한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그 달성 가능성은 상당히 낮지만, 빅볼을 추구하는 미국과는 달리 빅볼과 스몰볼의 조화를 이루는 ‘토털 베이스볼’의 나라 한국에서는 가능할 법한 이야기다.

4할 타자에 대한 ‘설레발’은 5월 중순이 지난 현재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정말 시즌 직후 4할 타자가 나올 수 있을까. 나온다면 누가 그 주인공이 될까.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