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가 홈페이지를 통해 ‘돔구장 건립 국민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제껏 국제 대회에서 호성적을 거두어도 ‘지나가는 행사’로 치부했던 KBO가 적어도 전과 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 않은 것만큼은 분명해 보인다. 이미 지난 4월 23일, 야구발전 토론회 공동 개최를 통해 돔구장 건립에 대한 의지를 천명한 KBO가 이제는 100만 국민 서명이라는, 구체적인 행동 옮기기에 나섰다. WBC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더 이상 ‘지나간 행사’로 치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났다고 봐도 좋을 듯 싶다.
그러나 야구 원로 이용일(78) 전 KBO 사무총장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이 총장은 각종 인터뷰와 야구 발전 토론회를 통하여 “우리나라에서 돔구장 짓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보는가?” 라는 질문을 던진다. 또한 “돔구장 건립은 때에 따라서 몇 천 억이 투입될 수 있는 대형 사업이다. 솔직히 그 돈이면 야구장 5~6개 지을 수 있다”며 서두른 돔구장 건립 사업이 오히려 스스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이 총장의 경고는 전혀 터무니없는 것이 아니다. 메이저리그에도 조예가 깊은 이 총장은 ‘왜 메이저리그에 돔구장이 사라지고 있는지 되새길 필요가 있다’고도 조언한다. 고령의 나이에도 메이저리그를 즐겨 보는 야구 원로다운 매서운 일침이다.
왜 메이저리그에는 돔구장이 사라지는 추세일까?
이 총장의 조언대로 메이저리그는 돔구장이 사양화되고 있는 추세다. 그나마 템파베이 레이스(트로피카나 필드)와 미네소타 트윈스(메트로돔)가 돔구장을 사용하고 있다. 하지만 미네소타도 2010년부터는 ‘타킷필드’라는 새로운 볼파크를 홈구장으로 사용할 예정이기 때문에 사실상 템파베이만 유일한 돔구장을 가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돔구장의 장점은 날씨/기후에 관계없이 1년 365일간 야구를 즐길 수 있다는 데에 있다. 따라서 야구장을 찾은 팬들이 우천시에도 헛걸음을 하지 않을 수 있다. 또한 날씨가 쌀쌀할 때에는 난방을 통하여 경기장을 훈훈하게 만들 수 있다. 선수들 개개인의 컨디션을 고려한 경기 운용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돔구장의 존재는 충분히 매력적이다. 또한 올림픽과 같은 국제무대에서 야구가 ‘날씨에 관계없이 실시할 수 있는 실내스포츠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할 수 있다. 이는 런던 올림픽 이후 야구가 다시 정식종목으로 체택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기도 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메이저리그에서는 돔구장이 서서히 사라지거나 미닛 메이드 파크(휴스턴 에스트로스 홈구장)처럼 ‘개폐식 돔구장’으로 변경되는 추세다. ‘돔구장이 볼파크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예측이 완전히 빗나갔기 때문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잔디 관리다. 햇볕이 통하지 않다 보니 천연 잔디를 쓸 수 없게 되어 인조 잔디에 의존하게 되는 것이 돔구장의 한계다. 설령 천연 잔디를 이용한다 해도 관리하는 데에 상당한 어려움이 따른다. 잔디 관리에만 연간 수백만 달러가 소모된다.
돔구장의 공기 저항이 전혀 없기 때문에 나타나는 타고투저 현상도 돔구장이 사라지게 된 원인이기도 하다. 웬만한 플라이볼이 홈런이 된다. 일본 프로야구를 즐겨 보는 이들이라면 이해가 쉽다. 동경돔에서 많은 홈런이 터져나오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물론 돔구장에서 나온 홈런의 가치가 떨어진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그래서 최근에는 실용적인 측면과 친환경적인 측면을 모두 고려한 ‘볼파크’를 선호하는 추세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는 쿠어스필드, 그리고 가장 ‘예쁜 구장’으로 평가 받는 PNC 파크 등이 모두 ‘볼파크’임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초소형 구장으로 지어진 ‘미닛메이드 파크’의 전경도 빼어남을 자랑한다.
그래도 돔구장이 건립되어야 하는 이유
이러저러한 이유로 돔구장이 그 한계를 드러내고 있지만, 그래도 ‘돔구장은 반드시 지어져야 한다’는 것이 야구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기후조건 때문이다. 년간 강우량 중 7~8월에 절반이 집중되는 우리나라 특성상 ‘장마철’이란 불청객은 분명 야구팬들에게 반갑지 않은 손님이다. 미국에서는 사양화되는 돔구장이 우리나라에는 오히려 ‘더욱 알맞은 구장’이 될 수 있다.
또한 ‘미국에서 한계점이 드러난 돔구장이 우리나라에서도 한계점을 가질 것이다’라는 것이 편견이 될 수 있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도 ‘돔구장’이란 것을 사용해 본 나라만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단 한 번도 돔구장을 사용하지 못한(국제대회 제외) 우리나라에서는 ‘일단 건립한 이후 사용해 봐야’ 한다. 그래서 나타나는 문제들에 대해서는 서서히 고쳐나가면 그만인 것이다.
하지만 돔구장 건립에 앞서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지방 구장 보수 문제다. 경인지역과 부산을 제외한 나머지 구장(목동구장 포함)의 관중석이 2만석도 채 되지 않은 ‘초소형 미니구장’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메이저리그 셀릭 커미셔너(총재)는 재임기간 동안 29개 구장을 개/보수하거나 신설하는 놀라운 행정력을 선보였다. 현 KBO 유영구 총재가 우리나라의 열악한 지방구장 인프라를 눈으로 확인했다면 이를 신속히 바꿀 생각부터 가지고 있어야 한다. 셀릭 커미셔너가 29개 구장을 완전히 새것으로 바꾸어 놓았듯이 말이다.
김소식 전 대한야구협회 부회장은 “돔구장이나 경인지역과 대전 중간인 천안에 새로운 구장을 건립하는 문제는 모두 총재가 해결해야 한다”고 견해를 밝힌 바 있다. 결국은 한 배를 탄 선장이 직접 키를 잡아야 이에 따른 큰 줄기와 구체적인 행정 문제도 같이 수반되는 법이다.
// 유진=http://mlbspecial.net
※ 본 고는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