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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세광고 김선기, '포스트 박찬호는 바로 나'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5. 22.

1라운드 우선 지명이 없어진 2009년에는 유난히도 많은 고교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 구단과 계약을 맺었다. 화순고 주장 신진호(포수)는 계약금 60만 달러에 켄자스시티 로열스와 계약을 맺었고, 북일고 외야수 김동엽도 계약금 55만 달러에 시카고 컵스와 계약을 맺었다. 그리고 여기 시애틀 매리너스 유니폼을 입게 될 두 유망주가 있다. 바로 동산고 최지만(포수)과 세광고 김선기(투수)다.

이들은 내년부터 시애틀 매리너스 산하 루키리그에서 배터리로 활약하게 된다. 포수 최지만이 “성공하기 전까지 절대 한국으로 돌아오지 않겠다”는 등 고교생다운 패기를 보여주는 선수인 반면 김선기는 내성적이며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선수다. 그러나 마운드에만 오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속 145km에 달하는 속구로 상대 타선을 윽박지른다. 그리고 경기 내내 위기가 와도 평정심을 잃지 않는다. 185cm, 81kg로 체격 조건도 뛰어나다. 이 정도면 메이저리그 스카우터들이 욕심을 낼만하다.

미국 진출을 앞두고 그는 어떠한 생각을 갖고 있을까. 청원고와의 청룡기 16강전에서 승리투수가 된 그를 3루 덕아웃에서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청룡기와 나

Q : 청원고를 상대로 상당히 호투했다.

김선기(이하 ‘김’으로 표기) : 청원고가 강팀이라서 더욱 집중해서 던졌다. 오늘은 슬라이더를 주로 던졌는데, 사실 제구가 잘 되지 않았다. ‘낮게’ 던졌는데, 그러다 보니 오히려 상대 타자들이 헛스윙을 많이 했다. 마지막에 (스트라이트를 잘 안 잡아줘서) 심리적으로 흔들려 볼 넷을 두 개나 내어 준 것이 아쉬웠다.

Q : 2회를 제외하고 매 이닝 삼진을 잡아낼 수 있었던 것(삼진 12개)도 그 때문인가?

김 : (웃음) 그렇다. 내가 잘한 것 보다는 운이 많이 따라준 것 같다. 무엇보다도 타선에서 3점을 뽑아 내주어 이길 수 있었다.

Q : 그렇다면 청룡기에서 목표를 어느 정도로 잡고 있는가?

김 : 사실 감독님께서는 ‘8강 까지만 올라가자’고 하셨다. 그런데 이미 8강에 진출한 만큼, 4강을 목표로 열심히 뛰고 싶다.

Q : 그렇다면 다음 경기에서 또 선발로 등판한다는 이야기로 받아들여도 되는 것인가?

김 : (웃음) 감독님께서 결정하실 일이겠지만, 일단 난 언제든 던질 준비가 되어 있다.

Q : 오늘 두 차례 걸처셔 호수비를 펼쳤다(2회/5회 청원고 공격서 두 번의 번트 타구를 병살로 연결). 삼진 잡아내는 능력도 능력이지만, 번트 수비가 상당히 뛰어난 것 같다.

김 : (쑥스러운 듯) 2학년 때까지 투수와 함께 유격수도 병행했다. 야수 경험이 풍부했던 점이 좋은 결과로 나타났다.

나의 꿈, 메이저리그

Q : 이제 곧 메이저리그에 진출한다. 모델로 심고 싶은 선수가 있는가?

김 : 박찬호 선배다. 메이저리그를 꿈꾸는 이들이라면 박찬호 선배를 닮고 싶어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부터 박찬호 선배의 경기를 봤다.

Q : (웃음) 같은 동네 출신이라 그런 것 아닌가?

김 : 그런 것도 있다(웃음).

Q : 메이저리그 진출은 본인 의지였나?

김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고 3때 잘 던져서 시애틀 매리너스에서 스카우트 제의가 왔다. 큰 무대에 가서 잘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가서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뿐이다.

Q : 미국 간다고 했을 때 부모님 반대는 없었나?

김 : 없었다. 오히려 가도 좋다고 적극 추천하셨다.

Q : 최지만(동산고)과 베터리를 이룰 텐데, 둘이 실제로 호흡을 맞춘 적은 없지 않은가?

김 : 그렇다. 하지만 (최)지만이도 잘 하는 선수고 투수 리드도 뛰어나니 내가 안심하고 던질 수 있을 것 같다. (최지만과) 전화 통화는 몇 번 했고, 또 고등학교 때부터 알기 시작했는데 계약 직후에는 서로 만나보지 못했다. 고교 졸업 이후 같이 시애틀로 갈 것 같다.

▲ 내성적인 김선기와 활발한 최지만의 성격은 대조적이다. 이 둘은 내년부터 시애틀 산하 루키리그에서 베터리로 호흡을 맞춘다. 그러나 둘은 그라운드에만 서면 투지가 불같이 타오른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다.

Q : 미국 가서 본인이 보완해야 할 과제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김 : 내가 던질 수 있는 구질이 직구, 슬라이더, 커브에 불과하다. 미국에서는 더 많은 구종을 배워 더 나은 내가 되어야 할 것 같다. 물론 힘든 마이너리그 과정을 이겨내야 하는 것도 내가 소화해야 할 일이다. 힘든 일에 대한 각오는 되어 있다.

Q : 마지막으로 미국 진출 후 목표가 있다면 말해 달라.

김 : 간단하다. 메이저리그에 빨리 입성하여 이름을 알리고 싶다.

나의 아들, 김선기

청원고와의 청룡기 16강전에 선발투수로 출장한 김선기는 9이닝을 완투하며 2실점, 3피안타, 6볼넷을 내어 주며 탈삼진을 무려 12개나 잡아냈다. 그리고 멀리서 이를 말 없이 지켜 본 이가 있었으니, 바로 김선기의 아버지, 김종구씨 였다. 세광고 야구부 학부형 회장을 맡고 있는 김씨는 ‘아들이 메이저리그에 도전한다고 했을 때 오히려 기뻤다’며 아들의 도전 정신을 높이 샀다.

Q : 그래도 시애틀로 간다는 아들의 말에 서운하지는 않았는가?

김선기 부친 김종구씨(이하 ‘김’으로 표기) : 아니다. 처음부터 나는 아들 편이었다. 아들이 결정한 일이니 아들의 뜻을 따라야 한다고 생각했다.

Q : 김선기와 함께 동산고 최지만도 같이 시애틀로 떠난다. 둘이 베터리를 이루게 되지 않겠는가?

김 : 그래서 마음이 참 편하다. 혼자 가는 것보다 둘이 같이 가니, 힘들 때마다 서로 의지가 되지 않겠는가. 투수와 포수가 한 구단에 같이 입단하는 것이 드문 일이지만, 미국가서 잘 하리라 믿는다.

Q : 이제까지 아들이 잔부상 없이 지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김 :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다. 초, 중, 고등학교 때에도 단 한 번의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했다. 그렇게 연투를 했는데도 다치지 않았다. 하늘이 주신 복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Q : 마지막으로 아들에 대해 응원 한 마디 해 달라.

김 : (웃음) 아니다.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부모의 응원이 아니라 끝까지 지켜보는 것이라 생각한다. 나는 (김)선기가 잘 하건 못 하건 간에 부모로서 끝까지 지켜볼 뿐 나머지는 아들의 몫이다.

한편 세광고 민문식 감독은 제자의 메이저리그 성공 가능성에 대해 “유연성이 참 좋다. 크게 다칠 염려가 없고, 제구력이 상당히 좋기 때문에 ‘장래성’이라는 측면에서 지금까지 메이저리그에 진출한 선수들보다는 낫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부상에 대한 염려가 없다는 것이 큰 장점이다. 결국 빨리 살아남는 것이 관건인데, 현지에 얼마나 잘 적응하느냐, 그리고 언어 문제를 얼마나 빨리 극복하느냐에 (김)선기의 장래가 달려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피나는 자기 노력과 몸 관리만 이루어진다면 단기간내에 메이저리그에서 (김)선기를 볼 수 있는 것은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닐 것이다”라는 견해를 표했다.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