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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2008년 부활을 꿈꾸는 MLB 투수 5인방

by 카이져 김홍석 2007. 12. 29.
어느덧 한해를 마감할 시간이 다가왔다. 야구와 함께 숨 가쁘게 흘러간 2007년을 마감하고 새로운 2008년을 바라봐야 할 시기다.


2007년 메이저리그는 그 어느 때보다도 진기한 각종 기록이 풍성한 시즌이었다. 거기에 페넌트레이스에서의 예상치 못한 극적인 대반전과 포스트 시즌에서의 명승부가 이어졌다. 하지만 마지막에 터진 미첼 리포트로 인해 스테로이드 파동으로 얼룩진 채 씁쓸한 기분으로 시즌을 마감하게 되었다.


시즌 내내 좋은 성적을 거둔 이들에게는 스포트라이트가 쏟아졌지만, 기대 이하의 성적을 보였던 이들에게는 많은 비난이 쏟아졌다. 어떤 이들은 관심조차 받지 못하고 쓸쓸하게 잊혀 지기도 했다. 힘든 한해를 보냈지만, 내년 시즌의 힘찬 반격을 준비하고 있을 선수들은 누가 있을지 살펴보려 한다. 오늘은 투수들 편이다.



▷ 크리스 카펜터(75년생,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2005년 내셔널 리그 사이영상 수상자이자 지난해에도 3위에 올랐던 카펜터는 시즌 개막전에 등판해 1패(6이닝 5실점)만을 안은 채 팔꿈치 통증을 호소하며 전력에서 이탈하고 말았다. 5월에 뼈 조각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았지만 상태가 호전되지 않아 결국은 7월 중순에 그 유명한 토미 존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올 시즌을 시작하기에 앞서 구단으로부터 5년의 장기계약(총액 6350만불)을 보장받았던 카펜터이기에 이러한 부상은 그 자신으로서도 팀으로서도 더더욱 아쉬웠을 것이다. 사실상 지난 2년 동안 내셔널 리그 최고의 투수로서의 자리를 굳혔던 카펜터의 공백으로 인해 지난 시즌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는 5할 승률도 거두지 못했다.(78승 84패)


내년 시즌의 전망도 그다지 밝지 않다. 최소한 1년 이상의 회복기를 가져야만 하는 대수술을 받은 터라 빨라도 올스타 브레이크 이후에나 복귀가 가능할 전망이다. 그 회복 기간에서의 재활이 순조롭지 못하면 2008년 까지도 통째로 쉬어야 할 수도 있다. 내년 시즌이면 33살이 되는 카펜터가 무난히 재활에 성공해 건강하면서도 예의 그 강력한 모습으로 복귀할 수 있을지는 사실 의문이다.


그가 없는 동안 제이크 피비는 투수 3관왕과 사이영상을 차지하며 리그 최고의 투수로 떠올랐고, 지난 해 사이영상 수상자인 브랜든 웹, 카를로스 잠브라노, 브래드 페니 등의 젊은 선수들이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로 자리를 굳혔다. 카디널스로 이적한 후로 데이브 던컨 투수 코치를 만나며 투수로서 새로운 눈을 뜬 카펜터, 자신의 재기를 기대하는 팬들이 많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



▷ 마이크 무시나(68년생, 뉴욕 양키스)

11승 10패 5.15의 방어율. 승-패는 차치하더라도 저 방어율은 마이크 무시나의 것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성적이다. 17년 연속 두 자리 승수를 거두며 통산 250승을 달성하긴 했지만, 올 한해는 무시나 개인의 경력에 큰 오점으로 남는 시즌이 되고 말았다. 1991년 데뷔 이후 그가 5점대 방어율을 기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심지어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와의 디비즌 시리즈에서는 선발 투수로 마운드에 오르지도 못했다. 조 토레 감독은 그를 믿지 못하고 왕첸밍을 4일 만에 마운드에 올렸고, 결국 왕첸밍이 무너진 이후에나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결국 가장 중요한 시기에 팀의 믿을만한 전력이 되지 못했던 것.


90년대와 2000년대를 거치면서 그렉 매덕스, 탐 글래빈 등과 함께 가장 꾸준하면서도 큰 부상 없이 매년 평균 이상의 성적을 보여줬던 무시나의 이러한 부진은 참으로 의외였다. 지난 해에는 15승 7패 방어율 3.51의 좋은 성적을 거뒀던 터라 그 충격이 더욱 심하다.


준수한 외모와 깔끔한 매너, 언론에 집중 조명되는 양키스 소속의 선수이면서도 경기 내외적인 면에서 쓸데없는 구설수에 오르지 않는 무시나는 한국에서도 많은 팬층을 확보하고 있는 선수 중 한명이다. 뉴욕 양키스를 싫어할지언정 마이크 무시나를 싫어하는 사람은 드물다. 2008년을 끝으로 양키스와의 계약도 종료가 된다. 300승과 명예의 전당을 목표로 선수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라도 원래의 그다운 모습으로 돌아올 필요가 있다.



▷ 바톨로 콜론(73년생, FA)

최근 들어 콜론의 모습은 ‘과연 이 선수가 요한 산타나를 제치고 2005년 아메리칸 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던 그 선수가 맞나?’ 하는 질문을 던지고 싶을 정도다. 2005년 21승 8패 3.48의 방어율로 사이영상을 차지하더니 지난해 1승 5패 5.11에 이어 올시즌에는 6승 8패 6.34로 더욱 처참하게 망가졌다.


그가 차지하고 있었어야 할 LA 에인절스의 에이스 자리는 존 랙키가 차지했고, 그것도 모자라 시즌 중반에는 마이너리그로 강등되어 버렸다. 140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선수로서 더 이상 수치스러울 수가 없었다. 시즌 종료되고 FA 자격을 취득했지만 에인절스에서는 그에게 관심조차 내비치지 않았다. 지금 현재도 FA 시장에서 별다른 관심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텍사스 레인저스에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곤 하지만 아직까지 그 거취가 명확하지 않다.


하지만 콜론은 여전히 강력한 스터프를 지니고 있는 경험 많은 투수다. 두 번의 20승을 기록하는 등  1998년부터 2005년까지의 8년 동안 135승을 거두며 매년 최소 평균 216이닝을 책임져준 투수다. 게다가 이제야 막 부상의 그늘에서 완전히 벗어나고 있는 터라, 콜론의 재기 가능성은 아직까지 충분하다.



▷ 페드로 마르티네즈(71년생, 뉴욕 메츠)

아무리 그가 예전에 강력한 투수였다 하더라도 올해의 페드로 마르티네즈는 소위 말하는 ‘먹튀’다. 1400만 불의 연봉을 받는 선수가 5경기만 등판했다는 것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변명할 수 없는 것이다. 단, 훨씬 더 화려한 축제로 이어질 수 있었던 그의 컴백이 결국 아쉬움으로 얼룩지고 말았다는 점이 무척이나 아쉽다.


9월 3일이 되어서야 1여년 만에 팬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긴 했지만, 사실 페드로는 조금 무리를 했다면 그보다 이른 시기에 컴백할 수도 있었다. 그렇지만 당시 메츠의 상황은 여유가 있는 편이었고, 팀 프런트는 그가 포스트 시즌을 대비해 확실한 몸을 만든 뒤 복귀할 수 있도록 배려를 해주었던 것이다. 그러나 메츠는 기적과도 같은 막판 대역전의 희생양이 되어야 했고, 결국 그는 팀을 구원하지 못했다.


페드로의 올시즌 마지막 등판은 9월 27일에 있었던 세인트루이스 전이었다. 멀찌감치 떨어뜨려놨다고 생각했던 필라델피아가 1경기 차로 따라왔던 터라, 그 어느 때보다도 중요한 시합이었다. 그렇지만 시합은 0:3으로 패배해 동률을 허용했고, 시즌 최종전에서 메츠는 필리스에게 지구 1위 자리를 내어주어야 했다. 7이닝 3실점(2자책)으로 비교적 호투하긴 했으나, 투구 내용에 관계 없이 무조건 이겼어야 했던 경기였다.


3000탈삼진이라는 업적을 이루어냈으나 마냥 기뻐할 수만은 없었을 것이다. 올해를 포함해 지난 2년 동안은 전혀 페드로 마르티네즈 답지 않았다. 어쩌면 그 스스로도 충분히 자존심이 상했을 지도 모른다. 다행이라고 할 수는 없으나 부상 덕분(?)으로 지난 2년 동안 성치 않았던 몸을 추스르며 어께도 충분히 쉴 수 있었다. 2008년 ‘외계인의 귀환’을 기대해 본다.



▷ 랜디 존슨(63년생,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

얼마 전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는 오클랜드의 에이스 댄 하렌을 영입했다. 브랜든 웹-댄 하렌의 원투 펀치를 보유하게 된 애리조나 선발 투수진은 당장 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받게 되었으나, 돌려 생각해 보면 랜디 존슨을 믿지 못했기 때문에 일어난 트레이드라 볼 수도 있다. 그만큼 랜디의 재기 가능성 여부를 점치기 힘들다는 뜻이다.


존슨은 올시즌 10번의 선발 등판후 허리 수술을 받으며 시즌을 마감했다. 수술 부위 자체도 매우 민감한 부분이고, 내년이면 45세가 되는 그의 나이도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비록 300승(현재 284승)을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5번의 사이영상 수상 경력과 4616탈삼진으로 역대 3위에 올라 있는 존슨은 향후 명예의 전당에 입성할 것이 확실하다. 하지만 랜디 본인은 이 정도에 만족하지 못하는 듯하다.


그 스스로도 300승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히며, ‘재활 이후 내년 스프링 캠프 때 돌아오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많은 전문가들이 그의 재기에 물음표를 그리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아직까지도 랜디는 SI.com의 설문조사에서 선수들이 뽑은 가장 두려운 투수에 뽑혔을 만큼 그 명성을 떨치고 있는 선수다. 만약 그가 건강하게 복귀에 성공했을 경우, 애리조나는 다시 한 번 태풍의 핵이 될 것이다.



▷ 그 외

위에서 언급한 5명의 선수들 외에도 내년 시즌에 부활을 신고해야만 하는 선수들이 있다. 마무리 투수로서의 변신을 시도하려는 케리 우드와 샌디에이고에 새로운 둥지를 튼 마크 프라이어의 행보는 모든 팬들의 관심사다. 역대 투수 최고 대우로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던 배리 지토도 올 시즌의 부진을 씻고 화려하게 비상하기 위해 철치부심하고 있을 것이 틀림없다.


‘부상만 아니면 요한 산타나 못지않다’는 평을 듣는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의 진짜 에이스 리치 하든의 재기도 많은 이들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다. 또한 2001년부터 2005년까지 88승을 거두며 에이스로 자리매김 하던 마크 멀더도 2년간 이어져 온 깊은 부진과 부상의 늪을 벗어나야만 한다. 지난 번 칼럼에서 언급했던 제이슨 슈미트도 입장은 마찬가지.


이 모든 투수들이 내년에는 부상 없이 한 시즌을 소화하며 경기의 수준을 한층 높여주어 보는 재미를 더해 주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