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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인맥사전 - '롯생롯사' 이성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6. 26.

‘편파 해설의 달인’, ‘롯데 자이언츠 광팬’, ‘롯데에 애정이 넘치다 못해 과한 사나이’ 등등 롯데 자이언츠 팬들은 KNN(부산경남방송) 야구해설가 이성득(56) 위원에 대해 이와 같은 표현을 쓴다. 이 위원에 대한 표현을 딱 한 마디로 정의할 수 없지만, 적어도 그의 해설이 방송의 공영성을 생각하면 상당히 ‘위험’한 것은 틀림없다. 그러나 공영성보다 재미위주로 본다면 이 위원만큼 ‘귀에 쏙쏙 들어오는’ 해설을 하는 이도 없다. MBC ESPN 허구연 해설위원이 한일전만 되면 편파 중계를 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올 시즌을 앞두고 ‘자이언츠네이션’이라는 책까지 출판한 이성득 위원은 그만큼 롯데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해설위원이기에 앞서 ‘롯데 팬’이다. 그래서 그의 해설을 듣는 롯데 팬들은 행복하다. 공식적으로 한 팀을 위한 해설을 하는 이는 그만큼 드물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편파 해설’은 롯데를 전혀 모르고 하는 것이 아니다. 그의 해설을 즐겨 듣는 야구팬들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그것은 이성득 역시 롯데 자이언츠 원년 멤버라는 사실이다. 경남고등학교-고려대학교 야구부를 졸업한 이성득은 1982년 프로 원년에 뛰어들며 52경기에서 타율 1할 9푼, 2타점을 기록했다. 무릎 부상으로 한 해만 뛴 뒤 자유계약선수로 방출됐다. 그 뒤 프런트로 변신해 매니저, 기록원 등을 맡다가 1988, 1989년 수비 코치로도 활동했다. 1990년에는 다시 프런트로 돌아왔고, 1998년부터는 방송인으로 변신했다. 프로 원년부터 롯데에 몸담아 온 이성득은 그래서 ‘롯데를 가장 잘 아는 사람’으로 꼽힌다. 그렇게 마이크를 잡은 지 11년이 지났고, 그 동안 단 한 경기도 놓치지 않았다. 이만 하면 웬만한 역대 롯데 자이언츠 감독들보다 구단 사정을 더 잘 알고 있지 않겠는가!


강병철

1984년에 롯데 감독으로 부임하자마자 팀을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끈 강병철 감독은 이성득 위원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1984년과 1992년 팀 우승의 현장에 두 사람이 늘 같이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강 감독은 그라운드에, 이 위원은 롯데 구단 프런트 요원으로서 말이다. 그래서 이 위원은 늘 우승 이야기를 꺼낼 때마다 강병철 감독 이야기를 빼놓지 않는다. 경기 시작 전, 중, 후에 늘 함께 했던 두 사람은 매우 죽이 잘 맞는 파트너처럼 보이기까지 했는데 실제로 강 감독은 이 위원의 조언을 즐겨 듣곤 했다.

그렇지만 강 감독이라고 이 위원의 독설에 예외일 수는 없었다. 특히, 팀이 암흑기를 전전했던 2005~2007 시즌에는 그 정도가 상당히 심했다. 그러나 방송에서 그치지 않았다. 이 보다 한술 더 떠 선수들 앞에서 (일부러 그렇게 했는지는 모르지만) 강 감독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아 강 감독과 롯데 프런트에 '그만하라'는 주의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강 감독은 이 위원에게 별로 언잖은 내색을 하지 않았다. 이 위원의 말에 의하면 '둘은 의리하면 죽고 못 사는 사이'라고 한다. 지금도 좋은 음식이 있으면 강 감독에게 보내주곤 한다고도 덧붙였다.

제리 로이스터

사실 이성득 위원은 롯데 자이언츠 전 선수와 코칭스태프, 그리고 역대 감독들과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고 봐야 한다. 이성득 위원을 모르는 롯데 관련 관계자들과 팬들은 하나도 없기 때문이다. 로이스터 감독이라 해서 예외일 수 없다.

야구장을 찾을 때마다 이성득 위원이 제일 먼저 만나는 이가 바로 로이스터 감독이다. 그리고 통역(커티스 정)을 사이에 두고 많은 이야기를 나눈다. 부진할 때에는 왜 부진한지를 대화함과 동시에 잘 할 때에는 ‘로이스터 넘버 원’이라고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한다. 그러나 로이스터 감독이 처음 한국땅을 밟았을 때에는 ‘칭찬’보다는 ‘직격탄’을 더 많이 날렸다. 특히, 지난 해 5월에는 “로이스터 감독은 롯데를 몰라도 너무 모른다. 잘 모르면 코치들에게 조언을 들어야 하는데 그 누구의 얘기도 듣지 않는다”며 방송 해설 도중 강도 높은 비판을 서슴지 않았다. 이에 이 위원은 자신의 비판이 논란의 줌심으로 떠오르자 “나는 누구보다 롯데를 사랑한다. 롯데의 성적은 내 생계와도 연관이 있다. 방송 중 너무 답답해 작심하고 했던 말”이라고 밝혔다. 강병철 감독이 그러했듯, 로이스터 감독 역시 이 위원의 ‘호통해설’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었던 모양이다.

아나운서 현승훈

이 위원은 경기 도중 극적인 상황이 발생하면 당장 쓰러질 듯한 목소리로 감격에 겨워한다. 그만큼 롯데 팬들과 뒤섞여 해설하고, 롯데 팬들과 뒤섞여 응원한다. 그 때마다 차분한 진행으로 이 위원을 도와주는 이가 있다. 바로 KNN 현승훈 아나운서다.

훤칠한 외모를 자랑하는 현승훈 아나운서는 원정 경기 때에도 이 위원과 함께 하며 프로야구 라디오 방송을 진행한다. 그리고 둘의 찰떡궁합은 롯데팬들 사이에서도 큰 호평을 얻고 있다. KNN 아나운서직은 2002년부터 맡았다. 그리고 현재는 개인 블로그를 통하여 원정 경기에서 만난 맛집과 괜찮은 지방 숙소 정보를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경기 중계 뒷이야기도 남기면서 팬들이 궁금해 하는 ‘그라운드의 또 다른’ 이야기를 전달한다. 부산 롯데 팬들과 함께 하고자 하는 현승훈 아나운서 역시 ‘제2의 이성득’이라 불릴 만하다. 그도 다른 롯데 팬들처럼 롯데에 죽고 롯데에 산다.

동문선배 허구연

야구 해설에 몸담고 있는 허구연과 이성득. 두 사람은 경남고/고려대 동문이다. 허구연이 1951년생, 이성득이 1953년 생으로 허구연이 2년 선배다. 그런데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허구연이 고향팀 롯데에서 1987~89년 동안 수석코치를 역임했을 때 이 위원 역시 수비 코치로 활약했다. 그 인연이 벌써 40년을 향하고 있다. 그만큼 둘은 각별한 인연을 자랑한다.

또한 이 위원의 삼촌(이상호 전 대신초등학교 감독)은 허 위원에게 야구를 시킨 장본인이다. 허 위원은 당시를 회상하며 “이상호 감독과 교감, 교장 선생님까지 집으로 찾아와 야구를 하도록 부모님을 설득했으나 부모님은 단호하게 거절했다”고 말한다. 이렇게 둘의 질긴 인연이 거의 50년째를 향한다.

허 위원은 공정한 해설로 많은 야구팬들의 호평을 받는다. 그러나 이러한 허 위원의 모습도 한일전만 다가오면 서슴없이 ‘이성득’으로 변한다. 그래서 사람들은 때로는 인간적인 허 위원의 해설을 더 즐겨 듣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이렇듯 두 사람은 서로 비슷한 점이 너무 많다. 함께 해 왔던 시간이 그만큼 많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진=위클리 이닝 장원석, 유진, KNN 현승훈 아나운서, MBC 제공>

// 유진=http://mlbspecial.net

※ 본 고는 위클리 이닝(inning.co.kr)에 기고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