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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김시진 감독이 말하는 '승리의 정석'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7. 2.

감독은 매 경기를 이기고 싶어 한다. 이것은 당연한 욕심이다. 전체적인 경기 상황을 감안하여 선수들을 기용해야만 승리에 가까워 질 수 있다.

승리를 하는 방법은 여러가지다. 압도적인 타력을 앞세워 큰 점수차이로 대승할 수도 있고, 투수전을 통하여 한두점차의 아슬아슬한 승리를 거둘 수 있다. 결과적으로 '잘 치고 잘 막아야' 경기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히어로즈 김시진 감독 역시 이에 공감한다. 선발 투수가 6회 이상을 책임지고, 타선에서 '승리에 필요한 적절한 점수'를 뽑아 낼 경우 이른바 '필승 계투조'를 투입하여 경기를 마무리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날 경기에서도 '필승 계투조'의 하나인 이보근을 대기시켰다가 상황이 역전되자 그를 다시 덕아웃으로 돌려보내기도 했다.

그리고 김 감독은 여기에 한 가지를 더 추가한다. 바로 '자신감'이라는 무기다.


▷ 자신감은 승리로 가는 '지름길'

이에 대해 김 감독은 지난 6월 30일 경기를 예로 들었다. 당시 히어로즈는 2회에 대거 석 점을 뽑아내며 일찌감치 앞서가고 있었다. 그러나 3회까지 잘 던지던 선발 장원삼이 4, 5, 6회에 대거 4점을 허용하며 패전을 기록했다. 이와 관련하여 김 감독은 "선수가 잘 던질 때가 있으면 못 던질 때도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운을 뗀 이후 "그 날 경기에서는 (장)원삼이가 이전까지 호투했던 내용의 투구가 전혀 아니었다"고 잘라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패할 수밖에 없었던 데에는 자신감 있는 투구가 부족했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은 135km의 직구를 던지더라도 '홈런 맞아도 문제 없다'는 생각으로 던지는 것과 '내가 던지면 행여 얻어맞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으로 던지는 것은 분명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김현수를 상대했을 때 장원삼이 도망가는 피칭을 한 것에 대한 아쉬움을 드러냈다. 당시를 회상하며 김 감독은 "만약에 (장)원삼이가 김현수를 상대로 한점 줘도 된다는 생각으로 자신감 있게 던졌다면 결과는 어떻게 됐을 지 모른다."라며 안타까워했다.

특히, 김 감독은 원 포인트 릴리프로 나서는 선수들에 대해서는 '홈런을 맞는 한이 있더라도 자신감 있는 투구를 하라'고 당부한다. 자신감 없는 투구는 결국 볼 넷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볼 넷을 내어 줄 경우 투수를 바꾼 의미가 없게 된다는 것이 김 감독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어렵게 승부하라"는 말을 절대 안 한다. 상대 타자와의 대결에서 충분히 승산 있을 경우 "승부하라"고 주문하는 반면, 그렇지 못할 경우 "걸러라"는 사인만 내보낸다. 어렵게 승부하라는 주문은 결국 감독이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말이기 때문이다.

▷ 단조로운 투구 패턴은 결국 패배로 이어져

또한 김 감독은 "승리를 원할 경우 투수들도 다양한 행동 패턴을 보여주어야 한다는"고 설명한다. 그 중 하나가 투구 패턴이다. 일례로 A라는 투구 패턴으로 1년을 잘 보냈다 해도 그 이듬해에는 B나 C로 투구패턴을 바꾸어 주어야 한다는 것이 김 감독의 또 다른 '승리 방정식'이다. 왜냐하면 A라는 패턴은 이미 타 구단에게 노출이 됐기 때문이다.

이에 김 감독은 "필요할 경우 3이닝에 한 번씩 투구 패턴을 바꾸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예를 들어 선발 투수가 '직구-변화구-직구'의 투구 패턴으로 3회까지 버텼다면, 타순이 한 바퀴 도는 4회 부터는 '변화구-직구-변화구'로 바꿔줄 필요가 있다는 이야기다. 이러한 투구 패턴의 변화가 상대 타자들과의 머리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 지름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김 감독은 마일영이 올 시즌 부진한 투구를 보여주는 이유로 '단조로운 투구패턴'을 지적했다. 작년과 같이 던지려고 하다 보니 타자들에게 '수'를 읽혔다는 것이다. 이에 김 감독은 마일영에게 '과거의 투구 패턴'에서 빨리 벗어나라고 주문한다.

마지막으로 김 감독은 "위기상황에서 자신만의 주관 있는 피칭을 하는 것도 승리로 가는 지름길이 될 수 있다"고 충고한다. 설령 신인급 투수가 김동수 같은 베테랑 포수를 만날지라도 자신이 던질 수 있는 가장 자신 있는 공을 던져야 타자와의 승부에서도, 경기에서도 이길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 감독은 "우리 팀에는 이러한 조건을 모두 충족할 만한 투수가 없다"며 한 발 물러섰다. 그러나 이것은 히어로즈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모든 구단이 머리에 쥐가 나도록 고민하는 문제가 바로 승리에 대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아무나 이길 수 있는 것도, 아무나 에이스가 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사진 = 김시진 감독 (C) 히어로즈 구단 제공>

// 유진(http://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