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혁 (C)롯데 자이언츠 제공
3루수 부문의 이대호도 두산의 김동주를 약 2천표 차이로 따라 붙었습니다. 아마도 곧 역전되지 않을까요? 그렇게 되면 올해 롯데의 올스타는 7명이 되겠지요. 그나마 투수 부문 후보가 조정훈이어서 그렇지, 만약 송승준이 후보로 올라가 있었더라면 8명이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해보기도 합니다.
서군(KIA, LG, 한화, 히어로즈)에서는 KIA가 이와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10개 포지션 가운데 6개에서 1위를 달리고 있죠. 대부분의 포지션이 큰 차이로 벌어져 있어 아마도 지금 현재 상태로 각 부문 1위가 결정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네이버의 올스타 팬투표 페이지에서 댓글을 좀 살펴보니 재밌는 문구가 눈에 띄더군요.
“반장 투표 하는 데 꼭 1등만 뽑아야 합니까?”
라는 것이었습니다. 올스타 투표를 하는데 성적과 관계없이 롯데와 KIA 선수들이 대거 1위를 독식하고 있는 것에 대해 다른 팀 팬들이 불만을 표시하자, 거기에 대한 반론으로 나오는 말이더군요.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하지만 반장 투표하는 데 꼴찌를 뽑는 경우도 없지 않나요? 아이러니하게도 양 리그의 유격수 부문에는 박기혁과 이현곤이라는 꼴찌 유격수들이 1위를 달리고 있거든요.
저도 고등학교를 졸업한지 꽤 된 사람이라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반장이 되려면 성적이 최소한 절반 이상은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작년에 롯데가 올스타 스타팅 멤버를 독식한 것에 이어 올해에도 롯데와 KIA의 올스타 싹쓸이 현상이 이어지자, 다른 팀 팬들의 불만이 쌓이고, 당연히 그에 대한 갈등도 점점 깊어지는 것 같습니다.
올스타 투표는 어디까지나 ‘팬들의 인기투표’입니다. 따라서 많은 팬을 가진 팀의 선수가 유리한 것은 당연한 것이죠. “팬을 늘리는 것이 어디 그리 쉽나요”라고 말을 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인기가 많은 구단들은 그 쉽지 않은 작업을 아주 오랫동안 해왔기 때문에 지금의 인기를 누리고 있다는 사실도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올해 부진한 선수가 팀의 엄청난 인기를 바탕으로 올스타에 뽑히는 것이 불만스러울 수도 있겠지만, 지난 20년 간 쌓아왔던 노력도 무시할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하지만 역시나 그렇다고 해서 너무 성적이 뒤떨어지는 선수에게 ‘올스타’의 칭호가 따라간다면 그것 역시 그다지 좋은 현상은 아니겠지요.
동군의 투수 김광현, 1루수 김주찬, 외야수 김현수까지의 3명은 성적과 인기 모두 1등으로 가장 올스타라는 타이틀에 어울리는 선수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군에서도 포수 김상훈, 유격수 안치홍, 외야수 이진영과 이택근, 지명타자 브룸바, 이렇게 5명은 모두가 인정하는 해당 포지션의 최고 선수들일 듯 싶네요.
동군 3루수 부문에서는 비율 스탯이 뛰어난 김동주와 누적 스탯이 뛰어난 이대호, 둘 중 누가 되건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 같구요. 4명의 후보가 모두 만만찮은 서군 3루수 부문에도 홈런-타점 1위인 이범호가 올스타로 선정되어도 손색없다고 봅니다. 동군 지명타자 부문에서도 양준혁의 성적이 기록상으로는 한 수 위인 것이 분명하지만, 홍성흔도 올스타로 뽑히기에 부족한 성적은 아니니 이해해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9개 포지션에서는 일부 팬들이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겠네요. 특히 최다 실책의 주인공인 동군 유격수 1위 박기혁과, 올 시즌 골든글러브의 유력한 두 후보인 강정호와 송광민을 제치고 서군 유격수 1위를 달리고 있는 이현곤이 주요 타겟이 되고 있습니다.
박경완과 정근우를 제친 강민호와 조성환도 그렇고, 박재상-박정권의 SK 콤비와 최형우-강봉규의 삼성 외야수들에 비하면 부진한 성적의 이종욱과 가르시아도 마찬가집니다. 페타지니와 비교하면 조금 민망한 최희섭,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이긴 하지만 당장 올해 성적만 놓고 보자면 이종범도 박용택 앞에서는 부끄러울 수밖에 없을 겁니다. 팀의 필요에 의해 이리저리 끌려 다닌 결과이긴 하지만 윤석민도 나머지 세 후보(봉중근, 류현진, 이현승)에 비하면 당장의 성적은 가장 나쁘다고 할 수 있죠.
이 9명의 선수는 두산의 이종욱을 제외하면 모두 롯데(4명)와 KIA(4명)의 선수들입니다. 바로 이 점이 두 구단의 팬과 나머지 팀의 팬들 사이에 갈등이 깊어지는 원인이 되고 있는 것이죠.
‘올스타’라는 타이틀이 성적과 인기, 둘 중 어디에 더 중점을 둔 칭호가 되어야 할까요? 사실 그에 대한 결론은 이미 ‘인기’로 결정되어 있습니다. 올스타전에 선발 출장할 선수를 가리는 투표의 이름부터가 ‘올스타 Best 10 인기투표’이니까요. 논란의 대상이 되는 것은 그 ‘인기’라는 것이 선수의 인기라면 몰라도, 구단의 인기에 편승한 것이면 곤란하지 않은가라는 점이겠죠.
사람들이 이종범을 찍는 것은 ‘그가 이종범이기 때문’이지만, 이현곤을 찍는 것은 ‘그가 KIA 선수이기 때문’일 테니까요. 일찌감치 2군으로 내려간 롯데 손아섭이 박한이, 최형우, 박정권, 박재상 등 보다 많은 표를 얻고 있는 것도 그의 유니폼에 새겨진 ‘롯데’라는 팀 때문이지요.
그러나 롯데와 KIA의 팬들도 억울하긴 마찬가집니다. 다른 팀 팬들도 ‘자기가 응원하는 팀의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몰표를 하면서, 더 많은 팬층을 가졌다는 이유만으로 욕을 먹는 것이나 다름없으니까요.
히어로즈의 1루수 장영석이 9만 이상의 표를 얻고 있고, 두산 임재철이 SK의 박정권이나 박재상보다 많은 표를 얻고 있는 마당에 그 누가 ‘순수한 성적 위주의 투표’를 논할 수 있단 말입니까. 올 시즌 1할대 타율로 죽 쑤고 있는 고영민이 얻은 표의 절반만 정근우에게 갔더라면, 조성환이 올스타로 뽑히는 일은 결코 없었을 겁니다. 결국 똑같은 족속이면서 자기편이 지고 있으니까 심술부린다는 느낌을 롯데와 KIA의 팬들은 받을 겁니다.
지금 총 투표수는 120만을 조금 넘었습니다. SK의 김재현은 14만 표 이상을 얻었고, 두산 최승환은 18만표, 삼성 김상수는 10만표, 한화 추승우와 히어로즈 장영석은 9만표, LG 권용관은 15만표를 얻었습니다. 롯데 손아섭은 23만표, KIA 장성호는 35만표를 얻었습니다. 각 팀에서 올스타와 가장 거리가 멀게 느껴지는 선수들이 얻은 표입니다.
이 글은 어느 한 쪽의 손을 들어주고 싶어서 쓴 글이 아닙니다. 다만, 오랫동안 지켜본 결과, 진정으로 ‘실력’을 기준으로 올스타 선발에 표를 던지는 사람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롯데와 KIA의 팬분들 만이 아니라, 다른 팀의 팬들도 모두 마찬가지라는 거죠.
입으로는 ‘실력이 우선되어야 한다’라고 말을 하는 사람들조차도, 막상 투표를 할 때는 ‘자신이 좋아하는 선수’ 혹은 ‘자신이 보고 싶은 선수’를 뽑더군요. 정말 롯데와 KIA를 제외한 나머지 모든 팀의 팬들이 ‘실력’을 우선으로 투표를 했다면, 지금과 같은 독식 현상은 애초에 일어나지도 않았을 겁니다.
자, 여러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전 롯데 팬이든... KIA 팬이든... 두산 팬이든... 한화 팬이든... 팀에 관계 없이 팬들의 속성은 모두 '똑!같!다!'라고 생각하는데요...
PS. 참고로 전 동군에선 김광현-박경완-김주찬-정근우-이대호-손시헌-박재상-김현수-박정권-홍성흔, 서군에서는 이현승-강귀태-페타지니-안치홍-황재균-강정호-이택근-클락-박용택-브룸바 이렇게 뽑았습니다.
// 김홍석(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