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래도 어제(16일) 있었던 롯데와 한화의 경기 때문에 말들이 많은 것 같군요. 가벼운 기분으로 포스팅한 글도 상당한 조회수를 기록했고, 역시나 송승준의 완봉이 깨진 것과 가르시아의 홈 쇄도 등이 이슈가 되고 있는 모양입니다.
KBO 홈페이지에는 오석환 심판의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가르시아의 플레이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네요. 간단하게 어제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1. 가르시아의 바디체크는 오버였다?
가르시아의 홈 쇄도는 ‘정당한’ 플레이였습니다. 오히려 이도형이 좀 안일하게 대처한 경향이 있었죠. 어떤 기사에도 나왔듯이, 그 상황에는 같이 어깨로 부딪히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미 주자의 가속이 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부딪히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부상의 위험이 더 작아지니까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 플레이가 ‘과하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위가 허용하는 범위라고 해서(즉 배가 터지지 않았다고 해서)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면, 결국 과식이 되어 배탈이 나고 말죠. 가르시아의 바디체크가 약간 그런 경향이었다고나 할까요? 정당한 플레이는 맞지만, 조금 과한 면은 있었습니다.
아마 가르시아 스스로도 ‘내가 너무 심했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조금 오버했나?’라는 생각 정도는 했을 겁니다. 이후 화면에 잡힌 가르시아의 얼굴도 후련한 표정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그러한 자격지심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 벌어진 한화 투수 연지의 볼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을 겁니다.
2. 가르시아를 향해 던진 연지의 투구는 과연 빈볼일까?
당시 상황은 좀 묘했습니다. 분명 연지는 가르시아에게 빈볼을 던지고 싶었을 겁니다. 아니, 미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라면 100% 빈볼을 던질 타이밍입니다. 단, 경기 정황은 조금 달랐지요. 1점 차로 지고 있는 가운데 주자가 3루에 나가 있었으니까요. 때문에 빈볼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인데요...
메이저리그에 맷 모리스라는 투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한때 박찬호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기도 했던 특출난 투수였죠. 그의 등판 경기 중에 홈런을 친 자신의 팀 4번 타자가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았습니다. 특별히 빈볼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홈런을 쳤던 4번 타자였다는 점이 문제였죠.
다음번 수비 때 모리스는 2,3번 타자에게 연속으로 출루를 허용합니다. 그리고 상대팀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죠. 미국 야구의 특성상 빈볼을 던져야 했지만, 경기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4번 타자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상대 타자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살짝 맞았고, 결국 무사 만루가 되었죠. 여기서 모리스는 5~7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상대팀을 완벽하게 엿 먹입니다.
이게 미국야구입니다. 가르시아를 향해 던진 연지의 투구가 보복성 빈볼인지는 스스로만이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연지의 제구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은 건 저 혼자만이 아닐 겁니다. 왜 하필 그 타이밍에서 가르시아의 엉덩이 뒤쪽으로 공이 날아갔을까요? 제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건 좀 오버 같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하죠.
3. 뻘쭘해진 가르시아, 그리고 롯데 선수들
가르시아는 조금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의든 아니든 연지의 공은 가르시아의 몸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연지는 공이 몸에 맞지 않고 폭투가 된 줄 알고 홈으로 쇄도했고, 몸 쪽으로 날아온 공에 눈을 치켜떴던 가르시아는 연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줄 알고 과민하게 대응했죠.
가르시아가 이도형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나 자격지심이 전혀 없었더라면 좀 더 냉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죠. 스스로가 조금은 캥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한화 선수들이 뭐라고 하자 자신에게 욕을 하는 줄 알고 달려들려고까지 했습니다.
이 때 롯데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에이 저건 아닌데...’까지는 아니더라도 ‘쩝... 저건 좀 오버 아닌가?’라는 생각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요? 이후 롯데의 분위기와 경기가 흘러가는 양상은 딱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4. 대인배 이범호
만약 그 경기를 한화가 승리했다면 그건 100% ‘대인배’ 이범호 덕분이었을 겁니다. 송승준이 이범호의 엉덩이를 향해 던진 공은 확실히 빈볼이었습니다. 미국식 야구를 배운 송승준이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위였죠.
하지만 이범호는 이를 ‘피식’ 웃으면서 그냥 넘겼습니다. 쌍심지를 켜고 달려들어서 한 판 붙을 만도 한 상황이었는데 참았던 거죠. 무척 인상적인 장면이었습니다. 그리고 ‘꽃범호’라 불리는 이범호의 인격을 엿볼 수 있기도 했죠. 결국 그는 솔로 홈런으로 보기 좋게 응수하며 경기를 동점으로 만듭니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롯데의 긴장감은 여기서 ‘툭’ 하고 끊어지고 말죠. 뭔가 찜찜한 기분에서 경기를 하다가 동점이 되어버리자 급격히 안정감을 잃어버리면서 3-6으로 역전당해 버립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대인배’ 이범호는 승리의 주역으로 찬사를 받았을 겁니다.
5. 마지막에 빛난 롯데의 정신력
사실 그런 식으로 역전을 당했기 때문에 그 경기는 한화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력에서 롯데가 졌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역전을 허용하면서 이전에 지고 있던 찜찜한 빚을 모두 청산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8회말부터 롯데는 믿어지지 않는 끈끈함을 선보이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서 역전승을 거두고 맙니다.
롯데의 정신력이 막판에 빛을 발한 거였죠. 적어도 승리 자체만은 더러운 방법으로 따내거나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정에서 조금 애매한 점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경기 중에 모두 풀어버린 뒤였죠. 한화로서는 아쉬웠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승리를 향한 집념만은 잃지 않았던 롯데 선수들(특히 홍성흔)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보너스. 2만호 홈런이 터졌을 때 관중들의 추태
뭐 긴말 필요 없습니다. 추태 맞습니다. 일부라곤 하지만 사직에는 이런 관중들 꽤나 많습니다. 누구 한 명이 물병 던지면 따라 던지는 사람도 부지기수지요. 사직구장은 최고의 매너를 가진 관중과 최악의 매너를 가진 관중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때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때로는 해외 토픽감의 추태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게 사직 구장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8개 구단의 팬 모두가 그렇지요. 사람은 ‘개인’을 벗어나 ‘군중’이 되면 필요 이상으로 용감해지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거든요.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게 되지요.
// 카이져 김홍석(YagooTimes.com)
KBO 홈페이지에는 오석환 심판의 퇴출 운동이 벌어지고 있고, 각종 커뮤니티에는 가르시아의 플레이에 대한 이런 저런 말들이 많네요. 간단하게 어제 있었던 사건들에 대한 제 생각을 정리해 봅니다.
1. 가르시아의 바디체크는 오버였다?
가르시아의 홈 쇄도는 ‘정당한’ 플레이였습니다. 오히려 이도형이 좀 안일하게 대처한 경향이 있었죠. 어떤 기사에도 나왔듯이, 그 상황에는 같이 어깨로 부딪히는 것이 ‘정석’입니다. 이미 주자의 가속이 붙은 상황이라면, 그렇게 부딪히는 편이 양쪽 모두에게 부상의 위험이 더 작아지니까요.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아마 가르시아 스스로도 ‘내가 너무 심했군’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조금 오버했나?’라는 생각 정도는 했을 겁니다. 이후 화면에 잡힌 가르시아의 얼굴도 후련한 표정은 아니었으니까요. 그리고 결국 그러한 자격지심을 조금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이후에 벌어진 한화 투수 연지의 볼에 그토록 민감하게 반응했을 겁니다.
2. 가르시아를 향해 던진 연지의 투구는 과연 빈볼일까?
당시 상황은 좀 묘했습니다. 분명 연지는 가르시아에게 빈볼을 던지고 싶었을 겁니다. 아니, 미국 야구를 경험한 선수라면 100% 빈볼을 던질 타이밍입니다. 단, 경기 정황은 조금 달랐지요. 1점 차로 지고 있는 가운데 주자가 3루에 나가 있었으니까요. 때문에 빈볼이 아니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는 모양인데요...
메이저리그에 맷 모리스라는 투수가 있었습니다. 지금은 은퇴했지만, 한때 박찬호와 라이벌 관계를 이루기도 했던 특출난 투수였죠. 그의 등판 경기 중에 홈런을 친 자신의 팀 4번 타자가 상대 투수의 공에 맞았습니다. 특별히 빈볼이라고 볼 수는 없었습니다. 하지만 홈런을 쳤던 4번 타자였다는 점이 문제였죠.
다음번 수비 때 모리스는 2,3번 타자에게 연속으로 출루를 허용합니다. 그리고 상대팀의 4번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죠. 미국 야구의 특성상 빈볼을 던져야 했지만, 경기 상황은 그렇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모리스는 아랑곳하지 않고 4번 타자의 머리 쪽으로 공을 던졌습니다. 다행히(?) 상대 타자는 아슬아슬하게 피하면서 살짝 맞았고, 결국 무사 만루가 되었죠. 여기서 모리스는 5~7번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고 상대팀을 완벽하게 엿 먹입니다.
이게 미국야구입니다. 가르시아를 향해 던진 연지의 투구가 보복성 빈볼인지는 스스로만이 알 수 있다는 뜻입니다. 경기를 지켜보는 내내 연지의 제구력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인상을 받은 건 저 혼자만이 아닐 겁니다. 왜 하필 그 타이밍에서 가르시아의 엉덩이 뒤쪽으로 공이 날아갔을까요? 제가 섣불리 결론을 내리는 건 좀 오버 같으니 일단 여기까지만 하죠.
3. 뻘쭘해진 가르시아, 그리고 롯데 선수들
가르시아는 조금의 자격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고의든 아니든 연지의 공은 가르시아의 몸 쪽으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우습게도 연지는 공이 몸에 맞지 않고 폭투가 된 줄 알고 홈으로 쇄도했고, 몸 쪽으로 날아온 공에 눈을 치켜떴던 가르시아는 연지가 자신에게 달려드는 줄 알고 과민하게 대응했죠.
가르시아가 이도형에게 부상을 입힌 것에 대한 미안한 감정이나 자격지심이 전혀 없었더라면 좀 더 냉정할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못했죠. 스스로가 조금은 캥기는 마음이 있었기에 민감하게 반응했고, 결국 한화 선수들이 뭐라고 하자 자신에게 욕을 하는 줄 알고 달려들려고까지 했습니다.
이 때 롯데 선수들은 무슨 생각을 했을까요? ‘에이 저건 아닌데...’까지는 아니더라도 ‘쩝... 저건 좀 오버 아닌가?’라는 생각 정도는 하지 않았을까요? 이후 롯데의 분위기와 경기가 흘러가는 양상은 딱 그런 인상이었습니다.
4. 대인배 이범호
만약 그 경기를 한화가 승리했다면 그건 100% ‘대인배’ 이범호 덕분이었을 겁니다. 송승준이 이범호의 엉덩이를 향해 던진 공은 확실히 빈볼이었습니다. 미국식 야구를 배운 송승준이 당연히 할 수 있는 행위였죠.
[사진제공=한화 이글스]
그리고 아슬아슬하게 유지되던 롯데의 긴장감은 여기서 ‘툭’ 하고 끊어지고 말죠. 뭔가 찜찜한 기분에서 경기를 하다가 동점이 되어버리자 급격히 안정감을 잃어버리면서 3-6으로 역전당해 버립니다. 만약 이대로 경기가 끝났다면, ‘대인배’ 이범호는 승리의 주역으로 찬사를 받았을 겁니다.
5. 마지막에 빛난 롯데의 정신력
사실 그런 식으로 역전을 당했기 때문에 그 경기는 한화의 승리로 끝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신력에서 롯데가 졌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히려 역전을 허용하면서 이전에 지고 있던 찜찜한 빚을 모두 청산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일까요? 8회말부터 롯데는 믿어지지 않는 끈끈함을 선보이며 기어이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가서 역전승을 거두고 맙니다.
롯데의 정신력이 막판에 빛을 발한 거였죠. 적어도 승리 자체만은 더러운 방법으로 따내거나 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과정에서 조금 애매한 점이 있었지만, 그것들은 이미 경기 중에 모두 풀어버린 뒤였죠. 한화로서는 아쉬웠지만, 그런 상황 속에서도 승리를 향한 집념만은 잃지 않았던 롯데 선수들(특히 홍성흔)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보너스. 2만호 홈런이 터졌을 때 관중들의 추태
뭐 긴말 필요 없습니다. 추태 맞습니다. 일부라곤 하지만 사직에는 이런 관중들 꽤나 많습니다. 누구 한 명이 물병 던지면 따라 던지는 사람도 부지기수지요. 사직구장은 최고의 매너를 가진 관중과 최악의 매너를 가진 관중이 공존하는 곳입니다. 때로는 세계에 자랑할 만한 모습을 보여주다가도, 때로는 해외 토픽감의 추태를 보여주기도 하지요.
하지만 이게 사직 구장만의 특징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8개 구단의 팬 모두가 그렇지요. 사람은 ‘개인’을 벗어나 ‘군중’이 되면 필요 이상으로 용감해지고 부끄러움을 모르게 되거든요. 술이 한 잔 들어가면 더더욱 그렇게 되지요.
// 카이져 김홍석(YagooTime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