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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로이스터 vs 김성근,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09. 7. 19.
김성근 감독이 야구팬들이 SK에 대한 오해(?)를 하고 있다고 토로(
기사링크)한 바로 그 날, 로이스터 감독이 이끄는 롯데에게 취임 이후 최다 실점인 16점을 허용하고 7-16으로 대패했습니다. 게다가 단순히 그냥 진 것도 아니었지요.


경기를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로이스터 감독이 어떻게 했는지를 말이죠. 김성근 감독이 일부(혹은 대다수) 팬들로부터 비난 받는 이유 가운데 하나가 ‘큰 점수 차로 이기고 있는 경기에서도 9회말 2아웃 이후에 정대현을 투입한다’였는데요. 이번에 로이스터 감독이 그대로 돌려줬습니다.


때는 9회말, 경기는 이미 16-6으로 롯데가 크게 앞서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2사 1루 상황에서 나승현을 내리고 이정훈으로 교체했습니다.


이정훈이 누굽니까? 올 시즌 임경완과 더불어 롯데의 더블 스토퍼를 맡고 있는 핵심 셋업맨입니다. 점수 차가 10점이나 나는 상황에서 등판할 이유가 전혀 없는 투수라는 뜻이죠. 사실 교체할 필요도 없는 타이밍이었고, 굳이 해야만 했다면 다른 투수를 투입할 수도 있었던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로이스터 감독은 이정훈을 투입했습니다. 일부러 김성근 감독에게 ‘보여주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빨리 경기를 끝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를 지켜보는 나머지 7개 구단의 팬들은 무척 통쾌해하고 있더군요.


지난해 롯데에서 로이스터 감독을 영입하자마자 김성근 감독은 "어떻게 해서든 롯데에게는 지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었죠. 일본에서 야구를 배워온 후 한국으로 건너와서도 철저히 ‘일본식 야구’를 시행하고 있는 김성근 감독에게, ‘미국식 야구’의 대표격이라고 할 수 있는 로이스터 감독의 롯데는 반드시 쓰러트려야만 하는 ‘적’이었던 것이죠.


그리고 실제로 SK는 지난해부터 롯데를 철저하게 박살냈습니다. 지난해 13승 5패로 롯데를 제압한데 이어, 올 시즌 초까지 롯데전 15연승을 달리기도 했지요. 미국식 야구와 일본식 야구의 대결은 그렇게 일본식 야구의 압승으로 귀결되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상황이 조금 뒤바뀌었네요. 롯데는 현재 SK전 4연승을 달리고 있습니다. 여전히 시즌 전적은 6승 8패로 밀리고 있지만, 결국 롯데에 연패를 당한 SK는 두산에게 1위 자리를 내주고 2위로 내려오고 말았습니다.


조성환의 부상으로 인해 양 팀의 골은 더욱 깊어지기 시작했고, 오늘 경기에서는 홈에서 이대호와의 충돌로 인해 SK 포수 정상호가 부상을 당하기도 했지요. 다행히 큰 부상은 아니라고 하니 다행이지만, 어쨌든 양 팀 팬들이나 선수들 간에 감정의 골이 더 깊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을 듯합니다.



그런 경기에서의 9회말 2아웃 상황에서 이정훈의 투입. 이유야 어쨌건, 김성근 감독이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요? 이제 두 감독의 자존심 싸움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넌 셈이 되었습니다. 때문에 이런 저런 이유로 이슈를 몰고다니는 두 팀의 대결은 앞으로도 계속해서 흥미로운 양상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입니다.


그나저나 이제 상위권의 순위싸움이 정말 재미있게 되었군요. ‘무승부=패’로 계산한 실질적인 승차에 따르면 1위 두산과 SK는 0.5경기차, SK와 3위 KIA는 1.0경기차, KIA와 4위 롯데도 1.0경기차, 롯데와 5위 삼성도 1.0경기 차입니다. 즉 1위 두산과 5위 삼성의 승차는 고작 3.5경기차에 불과합니다.(삼성과 6위 히어로즈는 4.5경기차)


한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위권의 순위 싸움. 거기에 감독들의 자존심 대결까지 더해진 2009 프로야구의 후반기는 더욱 치열하게 전게될 듯합니다. 여차하면 ‘최강’이라 여겨졌던 SK가 4강에서 탈락하는 경우가 생길지도 모르겠네요.(SK는 7연승 이후 최근 10경기에서 1승 9패)


어떤 팀의 '팬이다 아니다'를 떠나서, 개인적으로는 올해 한국 시리즈에서 SK와 롯데가 맞붙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이유는 간단합니다. 정말 재미있고 치열한 경기가 연이어서 펼쳐질 것 같거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세요?^^



[사진 제공 : SK 와이번스, 롯데 자이언츠]


// 카이져 김홍석(
YagooTimes.com)


PS. 이대호와 정상호의 충돌과 관련된 부분은 수정했습니다. 처음 경기를 볼 때는 이대호의 손이 약간 과하게 밀친듯 보였는데, 여러각도로 다시 보니 그런것 같지는 않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