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Ground #9] 한화 - 신인급 기용으로 리빌딩...LG는 아직 순위싸움?
막판 순위 싸움이 치열한 가운데 순위 싸움과 멀어 보이는 두 팀이 있다. 그 두 팀은 LG와 한화다. 플레이오프 커트라인을 승률 5할로 가정 했을 때 한화는 남은 전 경기를 승리하여도 승률이 5할에 밑돌고 LG는 남은 31 경기 중 24경기를 이겨야 5할을 간신히 넘을 수 있는 만큼 경천동지할 기적이 일어나지 않고서는 두 팀의 플레이오프 진출은 사실상 물건너 갔다 하더라고 문제는 없을 것 이다.
한화는 사실상 7월부터 기적이 아니면 플레이오프 진출이 힘들었고 LG는 기적이 아니라도 김재박 감독의 말처럼 대반격만 이루어 졌어도 지금쯤 순위싸움의 한 축을 맡고 있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매달 부르짖던 김재박 감독의 대반격론이 실제로 실현된 건 5월초 단 한번임을 볼 때 어쩌면 지금의 LG의 모습은 예정된 모습이 아닌가 생각된다.
두 팀의 속내를 들어다 보면 비슷한 모습이 몇가지 있다. 두 팀의 감독은 이번 시즌 종료 후 각각 5년과, 3년의 계약 기간이 종료 되는점, 또 투수력에 비해 타력이 강한점 그리고 한화는 마정길, 양훈, 황재규 LG는 정찬헌, 이동현, 최동환, 한희 등 소위 말하는 필승조의 혼사 논란의 중심에 두 감독이 있었던 것도 비슷한 점이라고 하고싶다..(정찬헌을 제외한 나머지 LG투수들에 혹사론을 거론 하는 건 무리하고 하는 사람들도 있으나 짧은 기간 자주 그리고 많니 던진 것은 보면 혹사라고 표현해도 무리 없지 않을까?)
하지만 두 팀의 다른 모습도 역시 있다. 그 대표적인 예는 리빌딩 이라 하고 싶다. LG는 사실상 리빌딩이 이루어 지지 않았다. 7월 까지 치열한 순위 싸움이 끼어드느라 리빌딩 할 상황이 못됐다는 말도 있지만 그러기엔 변명에 가까워 보인다. SK, 두산, 롯데 등 상위권 팀들은 한, 두명의 리빌딩을 진행 하면서도 꾸준한 성적을 내는 모습을 보면 더 설득력이 없어 보인다. 물론 내부 사정을 알 방법은 없지만 밖에서 보기에 LG의 리빌딩 의지가 있었을까 하는 의문이 들 정도라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지난주 1,2군 엔트리의 변경을 하면서 김재박 감독은 2군 선수들에게 기회를 주겠다고 하였지만 그 당시 엔트리 변경을 포함하여 지난주 LG의 엔트리 변경 내역을 보면 기존에 1,2군을 오가던 선수들의 등록이 많았을 뿐 파격에 가까운 엔트리 변경은 보이지 않았다. 유망주 김태군의 선발 출장과 2군 포수 이경환의 등록은 심수창, 조인성 사건으로 자체 징계를 받은 조인성을 대체하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보일뿐 이었고 수족구로 결장 중인 이진영의 대체카드로 성적부진으로 2군 강등된 안치용을 불러올리는 등 큰 변화를 보여주진 못했다.
한화의 리빌딩도 결론적으론 실패한 리빌딩 이었다. 수년간 마운드를 지켜주던 노장들 송진우, 정민철, 구대성, 문동환 등을 대신해서 자의반 타의반 물갈이를 시도했다. 선발진의 영건 3인방 안영명, 김혁민, 유원상과 불펜의 양훈, 황재규, 윤규진 등 젊은 투수들로 대거 물갈이를 시도했다. 물론 이런 과감한 시도는 결과적으로 실패 했다. 양훈, 황재규의 필승조만이 약간의 성과만 보였을 뿐 무너진 선발진은 이번 시즌 한화 몰락의 장본인이다.
올 시즌 한화 마운드는 몰락과 가능성 두 가지 모습을 모두 보여줬다고 말하고 싶다. 한화의 마운드는 LG가 보여준 돌려 막기식 운영이 아닌 믿음이었다. 영건 3인방이 지키는 선발진은 시즌 초반부터 무너지며 한계를 보여줬지만 김인식 감독은 젋은 투수들은 얻어맞는 것도 하나의 경험이고 배움이라는 생각으로 꾸준히 로테이션을 지켜나갔다. 이들은 아직도 기복이 심한 롤러 코스터급 피칭을 보여주지만 유원상이 지난달 안정적인 투구를 보이며 앞으로의 희망을 보여주기도 하였다. 이번 시즌 실패를 보약 삼아 창공을 비상할 아기 독수리들의 모습이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한화의 리빌딩은 마운드에만 그치지 않았다. 지난 2년간 꾸준한 성장세가 올해 들어 화려하게 만개한 김태완을 필두로 기존 터주 대감 한상훈, 김민재의 공백을 매우기 위해 이여상, 오선진, 송광민 등에게 출장 기회를 주며 경험을 쌓게 하고 있으며 여름이 되면서 주춤하지만 송광민은 이범호, 김태균에 이어 대형 내야수로 성장할 충분히 보여 주었다. 또 포수 마스크를 번갈아 쓰던 동갑내기 안방마님 이도형, 신경현의 부상을 틈타 신인 급 안방마님 박노민과 이희근을 출장 시키며 미래를 위한 작업을 꾸준히 진행하고 있다.
위에서 말한 것처럼 LG와 한화의 리빌딩 진행도는 어쩌면 극명하게 나뉘어 보인다. 남은 기간 주목하고 싶은 것은 LG의 리빌딩 의지다. LG 일부 팬들이나 비공식적인 루트로 흘러나온 구단 쪽의 코멘트는 리빌딩을 하고 싶어도 할 만한 선수가 없다는 말을 하곤 한다. 하지만 그 말로 모든 것을 덮어 버릴 수 있을까? 시즌 중반 한화 홈페이지 게시판에서 김인식 감독이 한화의 부진의 이유를 선수가 없다는 말로 돌린 것에 비판하는 글을 본적이 있다. 선수 탓이 아닌 선수 육성을 못한 코칭 스테프에 대한 질책 이었는데 과연 LG는 이런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팬들은 한화를 보고 경로당 팀이라고 비웃는다. 그러나 LG와 한화의 리빌딩이 과정을 지켜보면 내년 시즌 경로당이라는 칭호는 LG의 것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신인급 선수들의 검증론을 피력하기 검증 받을 기회를 주는 것이 우선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