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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이원석의 도약의 09시즌, 백업유격수에서 유틸리티 내야수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1. 9.

FA자격을 취득한 뒤 거인유니폼을 입은 홍성흔. 그리고 두산은 롯데에서 보상선수를 받아오기로 한다. 아무래도 두산의 고질병인 좌완,옆구리 투수쪽에 무게가 실렸으나 두산의 선택은 의아하게도 유격수 이원석이었다.

07시즌 나주환과 맞트레이드로 두산 유니폼을 입었던 이대수를 비롯해 김재호, 그리고 골든글러브 출신 유격수 손시헌까지 복귀하며 이미 보유하고 있는 자원만으로도 두산의 유격수 자리는 포화상태나 다름 없었다. 그럼에도 두산은 또한명의 유격수 자원을 받아들인다.


트레이드를 위한? 답은 NO!
 
당시만해도 트레이드 카드로 사용될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원석과 같은 '전도유망한 내야수'라는 카드를 타팀에 내밀 시 더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거란 사실은 자명했기 때문이다. 물론 거기에는 롯데쪽의 좌완들이 고마고만했다는 사실도 한몫했다. 설령 이원석이 아니더라도 이대수,김재호 정도만 해도 유격수자원이 충분치 않은 팀에서 충분히 탐낼만한 카드들이었기 때문이 두산의 트레이드설은 정설처럼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김경문 감독은 모두의 예상을 깨고 '트레이드 금지령'을 내린다. 분명 좌완,옆구리 투수쪽에 보강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김경문 감독은 네명의 유격수 모두를 안고가는 길을 택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손시헌은 주전 유격수로, 이대수는 3-유 자리를 모두 부상선수가 발생시 여지없이 투입되고 있으며, 김재호는 고영민이 전력에서 이탈할때마다 공수에서 그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우고 있다. 하지만 팀 공헌도로 따지자면 이원석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것이다. 지금은 이렇듯 팀내에서 자신의 입지를 굳혀가고 있지만 불과 1년전만 해도 상황은 전혀 딴판이었다.


롯데의 가을잔치, 그리고 잔치에 초대받지 못한

국내 프로야구 최초로 외국인 감독으로 선임된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은 팬들에게 가을야구를 선사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약속대로 부임 첫해 플레이오프 진출에 성공하게 된다. 팬,선수,팀 모두에게 너무나도 행복했던 08시즌이었겠지만 4년차 유격수 이원석에겐 그리 유쾌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가능성을 인정받아온 이원석이지만 로이스터 체제하에서는 그다지 빛을 보지 못했다. 주전 유격수 자리를 차지한 것은 이원석이 아닌 박기혁이었기 때문에. 덕분에 이원석은 데뷔이래 가장 적은 경기에 출장하게 된다.

불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의 팀은 FA 홍성흔의 댓가로 내주어야할 보호선수 명단에서 제외되고 두산은 그를 지목하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불운이 아니었음을 깨닫기에는 그리 오랜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위기가 곧 기회로

서두에서도 언급했듯 두산의 내야에는 그가 비집고 들어갈 만한 틈이 도저히 보이지 않았다. 그의 위치인 유격수자리에는 이미 김재호,이대수,손시헌이 버티고 있었고 2루에는 '2익수' 고영민이, 3루에는 데뷔이래 꾸준히 두산의 핫코너를 책임져왔던 김동주가, 1루 역시 오재원에 최준석까지 자리잡고 있었다. 누가봐도 그에게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롯데 시절, 이미 함량 미달의 수비력으로 유격수 자리에서 밀린 경험이 있는 이원석이었지만 그것은 유격수 자리에 있을때나 통하는 이야기였다. 즉, 유격수를 보기에는 다소 부족할 지 몰라도 1,3루를 책임지기에는 크게 무리가 없다는 이야기다. 1루 같은 경우야 아직까지 경험미숙으로 인해 포구에서 가끔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긴 그외 다른 단점들은 딱히 눈에 띄지 않는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게 된 두산행

오랜기간 몸담아왔던 친정에서 쫒겨나듯 팀을 옮겨온 그의 입장에서는 이적이 그리 내키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주전과 비주전의 선이 확연히 그어져있는 롯데보다는 모든선수들에게 균등하게 기회를 주는 두산쪽이 더 나은것은 분명했다.

실제로 팀을 옮긴 뒤 이원석은 1루수 53경기, 2루수 14경기, 3루수 42경기, 유격수 16경기를 출장하며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해내는등 그야말로 빼어난 활약을 펼쳤다. 지난시즌 롯데에서 뛰었을때에 비해 출장수가 급격하게 늘어났다.(08시즌 53경기→09시즌 125경기) 작년과는 비교할 수도 없는 수치이다.

그가 내야 전포지션을 소화하며 수비에서 알토란 같은 활약을 해주고 있다고 해서 공격에서 제 몫을 못하고 있는것은 아니다. 두산에서 불과 한시즌을 뛰었을 뿐이지만 그는 이미 롯데시절 기록했던 홈런갯수(롯데 4시즌 통산홈런 갯수 3개→두산 09시즌 홈런갯수 9개)를 넘어선지 오래다. 더불어 올시즌 타율 역시 .298로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하며 팀의 3위 등극에 큰 공헌을 한 선수임에 분명하다.

물론 올시즌은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고 있지만 다음시즌, 더 나아가서는 김동주의 은퇴시점이 다가왔을때 두산의 퍼스트 혹은 핫코너는 분명 그의 차지가 될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만약 그렇게 되지 않는다면 그 날로 펜을 내려놓을 각오가 되어있다.

[사진=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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