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강한 투수력을 바탕으로 한 기아는 유력한 우승 후보였다. 하지만 타격까지 겸비한 그들은 이제 강력한 우승후보로 거듭나게 되었다.
투수력도 중요하지만 페넌트 레이스에서 만큼은 아무래도 매일 출장하는 타자 쪽의 비중이 더 높다고 할 수 있다. 기아가 1위에 올라선 것 역시 그들의 강력한 마운드의 힘이 뒷받침된 결과물이라 볼 수도 있지만, 당시에 타선이 살아나 주지 않았다면 지금 기아의 성적표는 지금보다 아래에 위치해 있었을 것이다. 그만큼 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는 것이다.
막강화력 KIA
메이저리거 출신인 최희섭은 올 시즌 비로소 자신의 이름값을 해내고 있다. (22일 현재 타율 .285, 홈런 24개, 71타점) 하지만 최희섭이 두렵다고 해서 그를 걸렀다간 더 큰 화를 불러일으키는 셈이다. 그의 뒤에는 올 시즌 '몬스터'로 재탄생한 김상현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시즌 최희섭을 거르고 그를 상대했던 팀들은 뜨거운 맛을 제대로 봤다. 이제 더 이상 그 누구도 김상현을 '미완의 대기'라 부르지 않는다. 이미 그는 완성형 거포로 거듭나는 중이다. (22일 현재 리그 홈런,타점 1위) 중요한 것은 이들 만으로도 충분히 무시무시한 타선이지만 그들의 앞에는 20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나지완도 있다는 것이다. 파괴력에서 만큼은 리그 정상급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는 타선이다.(세 선수 홈런 합개 70개)
지난 시즌까지만 해도 기아는 거포부재에 시달렸었다. 거포 찾기에 혈안이 되어있었던 그들은 2003년 박재홍(2004년 SK로 트레이드), 2007년 최희섭, 2008년 신인 나지완등을 받아들였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는 듯 했다. 하지만 기아의 거포들은 팀이 자신들을 절실히 필요로 할 때 그 진가를 발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여기에 LG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김상현까지 합류하며 막강한 클린업을 구축하고 있다. 기아가 1위로 올라선 데에는 이들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고 할 수 있다.
힘과 정확성을 겸비한 두산
기아를 바짝 추격중인 2위 두산의 클린업 역시 막강하다. 3번 타자는 지난 시즌 타격왕, 4번 타자는 두산과 더불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우타자, 5번은 쳤다하면 잠실의 관중석 중단에 날려버리는 거구로 파워에서는 기아에 조금 밀리는 듯 보여도 세 타자 모두 하나같이 3할 대의 타율을 기록 중이다.(김현수 .356, 김동주 .345, 최준석 .313, 최준석은 규정미달) 그렇다 고해서 이들을 정확성만 갖춘 똑딱이 일 것이라 생각한다면 큰 오산이다. 이들이 정말 무서운 점은 타격 전 부문에서 고른 성적을 올리고 있다는 점이다.
김현수 19개, 김동주 18개, 최준석 16개로 중요한 순간 충분히 한방 날릴 수 있는 힘과 클린업 트리오 세 명 중 두 명이 OPS 10할 대를 기록 중이다.(김현수 1.037, 김동주 1.048) 최준석 역시 9할 대의 OPS를 기록 중에 있다. 더불어 현재 리그 장타율 1,4위가 김동주, 김현수이고 출루율 2,3위에 랭크되어 있는 선수가 김현수, 김동주이다.
무너진 선발진과 불펜의 과부하 속에서도 두산을 여기까지 밀어올린 원동력은 클린업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겉보기엔 초라한, 하지만 그들은 SK
순위경쟁을 하는 팀들 중 클린업의 위력만큼은 SK가 가장 뒤떨어진다. 실재로 팀 내 최다 홈런을 기록 중인 선수의 홈런 갯수는 15개에 불과하고, 최다타점 역시 66개지만 이마저도 주로 테이블 세터진에 포함 되는 박재상이다.(팀내 2위 박정권, 타점 53개) 중심타선의 위력은 가장 미미한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는 그들이 2년 연속 리그를 제패했던 SK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실제로 SK가 처음으로 우승을 거머쥐었던 07시즌 역시 그들의 클린업은 리그 정상급이라 부를만한 수준이 되지 못했다. 팀내 최다 홈런은 17개를 기록한 박재홍 이었고, 뒤를 이은 최정(16개), 박경완(15개), 이호준(14개)이 고만고만한 차이의 홈런 갯수를 기록했었다. 타율이나 타점 역시 상황은 별반 다를 바 없었다. 이호준 만이 3할(.313)을 기록했을 뿐 나머지 선수들은 2할 대에 머물렀고, 타점 역시 이호준이 70타점(71타점)을 넘긴 유일한 선수였다. 하지만 그들은 그 해 우승을 거두었고, 그것은 그 다음시즌 까지 이어졌다.
SK의 중심타선이 허약해 보일지 몰라도 그들이 무서운 점은 바로 상황에 따라 변하는 타선에 있다. 그렇기에 고정된 중심타선 없이 선수들의 타순 변동이 잦고 규정타석 미달인 선수 역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물론 당장은 그 위력을 느끼지 못할지 모르지만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게 되면 그 위력은 배가 될 것이다.
상대에 대한 철저한 분석으로 유명한 SK는 포스트시즌에 돌입하게 되면 상대 투수가 우완이냐 좌완이냐를 넘어 상대 투수가 '누구'냐는 데에 초점을 맞춰서 타순을 짠다. 그리고 그런 시도에서 성공을 거뒀던 사례가 바로 07 코리안 시리즈의 김재현과 08 코리안 시리즈의 이재원이다. 두 선수의 공통점은 당시 정규시즌 성적은 그리 돋보일만한 성적이 아니었지만 포스트시즌에서 맹활약을 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또 한가지 공통점이라 한다면 두 선수는 각각 우완과 좌완에게 유난히 강한 모습을 보였던 타자라는 사실이다. 올해 역시 이와 같은 사례가 나타나지 말란 법은 없다.
밸런스 갖춘 롯데
'이대호와 여덟 난장이'. 불과 2년 전만해도 이런 말이 나돌았었다. 당시만 해도 롯데 타선에는 이대호 외에는 딱히 위협을 줄만한 타자가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이제 그의 앞에는 리그 타율 1위의 홍성흔이(타율 .380), 뒤에는 팀내 최다홈런을 기록 중인 가르시아(홈런 21개)가 버티고 있다.
타율 1위의 홍성흔이 치고 나가면 그의 뒤에 있는 이대호와 가르시아가 깨끗하게 처리하는, 사실상 홍성흔이 테이블 세터의 역할까지 해내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홍성흔은 타율뿐만 아니라 4할 대의 출루율로 리그 4위를 기록 중이다. 컨택과 출루능력을 겸비한 3번, 뒤를 잇는 힘과 컨택을 고루 갖춘 4번, 그리고 일발장타력을 보유한 5번타자. 그만큼 중심타선의 밸런스가 좋다는 것이다.
물론 어찌 보면 지난 시즌보다는 조금 위력이 감소된 감이 없지 않다. 조성환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상태이고, 가르시아와 강민호 역시 작년만 못한 성적을 기록 중이기 때문에. 하지만 후반기 들어 가르시아가 서서히 본연의 모습을 되찾아 가고 있고, 강민호 역시 다시 주전 마스크를 썼다. 여기에 왼쪽 무릎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해 있는 조성환이 합류하게 된다면 롯데의 타선은 완벽한 밸런스를 갖춘 타선으로 거듭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삼성
양준혁이 부상으로 전력에서 이탈할 때만 해도 삼성의 상황은 좋지 못했다. 전력에서 이탈한 양준혁 뿐만이 아니라 지난 시즌 팀의 중심타선을 책임져 줬던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등이 제 몫을 못해주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희망은 예상치 못한 곳에서 빛을 발했다.
데뷔 이래 단 한번도 3할을 쳐낸 적도, 심지어는 규정타석을 채운 적조차 없는 강봉규지만 올 시즌 3번 타순에서 양준혁의 공백을 완벽하게 메워주고 있다. 더불어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강봉규를 필두로 삼성을 미래를 책임지게 될 박석민, 최형우, 채태인 트리오 역시 살아나고 있다.
물론 한 선수가 어마어마한 홈런 갯수를 기록하고 있지는 않지만 네 선수 모두 15개 이상의 홈런(최형우, 박석민 17개, 강봉규, 채태인 15개)을 기록하고 있고, 타율 역시 박석민을 제외하고 나머지 세 선수가 나란히 3할 대 혹은 3할에 가까운 타율을 기록 중에 있다.(채태인은 규정타석 미달) 넷 중 가장 낮은 타율을 기록 중인 박석민이지만 박석민 역시 .274로 준수한 타율을 기록하고 있다. 막강하진 않지만 충분히 경쟁력을 지닌 중심타선이다.
강력한 화력을 지닌 중심타선을 보유한 팀도 있고, 상대적으로 다소 힘이 떨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이는 중심타선을 보유한 팀도 있지만 지금 상위권 싸움을 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하나같이 강력한 팀이란 증거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강력한 중심타선을 보유한 쪽이 순위경쟁에서 상대적으로 높은 위치를 점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것은 앞으로의 순위싸움의 판도를 뒤흔들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사진=두산베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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