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o the Ground #13] 부진한 이용찬 자신감을 되찾아라.
두산의 수호신 이용찬 급격한 내리막 길을 걸어가고 있다. 시즌 초반의 듬직한 마무리 투수였지만 이제는 물가에 내놓은 아이처럼 지켜보는 사람들을 불안에 떨게 하며 포스트 시즌을 앞둔 두산벤치의 걱정거리를 하나 더 늘여 주고 말았다.
나는 신데렐라
올 시즌 처음으로 마무리 보직을 맡은 그는 빠른 직구와 2년차 선수답지 않은 두둑한 배짱으로 두산의 뒷문을 걸어 잠그며 두산의 선두권 진입에 한몫 했다. 김경문 감독은 2005년의 구자운 보다 좋다 라는 말로 그에 대한 믿음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였다.
이용찬은 7월까지 36경기 출장하여 25이닝 투구 하였고 2패 21세이브 구원부분 2위를 달리고 있다. 평균자책점 2.88, Whip 1.24였고 총 24번의 세이브 기회 중 단 세 차례만 블론 세이브를 기록했다. 또 이전 투수가 10명의 주자를 남겨줬지만 그중 단 2점만 득점 허용 하여 초보 마무리로 무난한 투구를 보여줬다.
롤러 코스터에 탑승한 이용찬
그러나 최근 이용찬이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전반기 몇 차례의 위기는 있었지만 여타 다른 마무리 투수들도 흔히 겪는 일시적인 현상일 뿐 이었다. 그러나 8월부터 그의 성적을 보면 마무리 투수라고 하기에는 다소 무리가 있다.
그러나 8,9월 성적을 보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8경기에 출장 7이닝을 투구하여 2세이브를 따냈으나 평균자책점이 무려 10.29로 치솟았고 Whip 2.00, 네 번의 세이브 기회 중 두 번이나 블론 세이브를 했다. 뿐만 아니라 이전 투수가 남겨둔 주자 3명중 2명에게 득점을 허용하는 등 마무리 투수는 둘째 치고 구원 투수의 역할도 충실히 수행하지 못했다.
더 큰 문제는 기록에 보이지 않는 부분에 있다. 이용찬은 8월 15,16일 히어로즈전 에서 두 경기 연속 블론 세이브를 기록한 후 8,9월에만 5경기 더 등판 하였지만 그중 3경기에서 실점을 하였다. 특히 8월 28일 KIA전과 9월 1일 한화전 에서는 정면 승부가 아닌 도망가는 피칭을 하다 제구력 난조로 치기 좋은 곳으로 공이 몰리면서 홈런을 허용하였다.
혹사? 체력적인 문제?
시즌 막판이 되면 불펜 투수들은 상대타자 뿐 아니라 체력과의 싸움을 시작한다. 이용찬의 팀 선배인 임태훈과 이재우도 최근 체력적인 문제 때문에 부진한 모습을 보였었다. 그러나 체력적인 문제와 혹사에 관해서는 적어도 이용찬은 해당 사항이 없다.
김경문 감독은 작년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었던 이용찬을 무리 시키지 않았다. 그가 등판한 44 경기 32이닝을 투구 하였다. 이중 1이닝을 넘긴 경기는 단 두 경기 뿐 이었고 절반이 넘는 23경기를 1이닝 이하 소화했다. 그리고 3경기 연속 등판한 경우는 단 한 차례 두 경기 연속 등판한 경기도 단 9번에 불과 하는 등 체력적인 문제에 봉착할 정도의 출장이나 연투는 없었다.
원인과 해결방법은?
최근 경기에서 이용찬의 직구 구속은 예전과 변함없었다. 다만 투구 내용이 문제였다. 이 공격적인 투구를 선호 하던 그에게서 그런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었다. 오히려 도망가는 투구를 하며 타자가 속아주길 바랄 뿐이었다. 좌우 구석을 찌르던 슬라이더는 밋밋해 졌고 제구역시 되지 않았다.
체력적인 문제도 부상도 아니라면 이용찬이 부진한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8월 들어 두산은 PS에서 좀 더 유리한 위치 확보를 위한 1~3위 간의 순위싸움을 하고 있다. 이 시기에 그 자신의 투구에 따라 승패의 향방이 갈리는 것이 이용찬에게 심적으로 부담이 가중 된 이다. 또 이런 상황에서 8월 히어로즈전과 LG전의 거듭된 실패가 자신감의 결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
어제(2일) 한화와 경기 전 인터뷰에서 김경문 감독은 이용찬에 대한 실망감을 들어내며 앞으로 마무리 투수를 이용찬으로 고정 하지 않겠다고 언급 했다. 최근 이용찬의 모습만 본다면 매 경기가 살얼음판 승부인 포스트 시즌에서 이용찬을 마무리로 활용하는 것은 모험에 가깝기 때문에 김감독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이용찬이 가장 먼저 해결 할 숙제는 잃어버린 자신감을 되찾아야 한다. 투수가 자기의 공을 믿고 던지면 타자에게 절반이상 이기고 들어가는 것이다. 처음 찾아온 시련이 가벼운 감기처럼 훌훌털고 일어날지 아니면 독감으로 악화되서 그냥 반짝하고 마는 그저그런 투수가 될지 이제 남은 것은 이용찬의 몫이다.
[사진제공=두산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