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투수’를 살펴봤죠. 말씀드린 대로 오늘은 ‘2000년대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타자’를 살펴보려고 합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2000년대란 80년대, 90년대와 마찬가지로 10년 주기의 2000년~2009년까지를 의미합니다. 쉽게 말해 근 10년 동안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가 누구인지를 살펴보자는 뜻이죠.
이번에도 각 부문의 기록 정리가 선행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참고로 타율과 출루율 등의 비율 스탯은 2000타석(규정타석 5년 이상) 이상 소화한 선수들을 그 대상으로 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한 번 살펴보죠. 팁을 하나 드리자면, 아래의 표에서 양준혁과 김동주, 그리고 장성호의 이름이 등장하는 회수를 세어 보시면 더 재미있으실 겁니다.
2000년대를 통틀어 가장 높은 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놀랍게도(?) 두산의 김동주입니다. 아마 다른 이름을 먼저 떠올린 분들이 참 많으실 텐데요, 제법 큰 차이로 김동주가 최고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있을 만한 이름들이 쭉 나열되어 있네요. 김태균(.310)과 데이비스(.310)가 아주 근소한 차이로 6,7위에 올라 있고, 올 시즌 타율을 조금 까먹은 장성호(.309)가 그 뒤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한, 김현수(.334)는 타석 기준 미달(1470타석)로 아쉽게 제외되었습니다.
홈런 부문에는 2위 송지만(1158경기)보다 261경기나 적게 출장한 심정수가 여유 있게 1위에 올랐습니다. 꾸준한 활약을 펼친 송지만이 2위라는 점도 조금 놀랍죠? 그의 연평균 홈런 개수(21.3개)는 김태균(20.9개)보다도 많습니다. 그리고 6위는 4시즌 516경기 만에 178홈런을 기록하고 일본으로 떠난 이승엽입니다. 가히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수준이죠. 참고로 양준혁은 171개로 8위, 이대호는 154개로 12위, 장성호는 150개로 13위입니다.
타점은 김동주가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작년까지는 심정수-장성호-양준혁-김동주-김태균의 순이었지만, 올해에도 여전히 좋은 활약을 펼친 김동주가 앞의 3명을 따돌리고 선두로 올라섰습니다. 타격 3관왕에 해당하는 3부문 중 2개를 석권한 김동주, 이만하면 ‘2000년대 최고의 타자’로 가장 유력한 선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최다안타와 득점 부문은 장성호와 양준혁이 사이좋게 1,2위를 나눠 가졌습니다. 그리고 그 두 명은 나란히 가장 많은 2루타를 생산해내기도 했지요. 이 세 부문에 빠지지 않고 이름이 올라가 있는 박한이와 송지만도 2000년대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 분명합니다.
도루는 정수근이 최다를 기록했습니다. 하지만 좀 더 돋보이는 것은 역시 풀타임 5년 만에 241도루를 기록하며 2위에 올라 있는 이대형이네요. 90년대 최고의 대도(339개)였던 전준호는 2000년대에도 200개가 넘는 도루로 4위에 올랐고, 90년대 단 5년 만에 310도루를 기록했던 ‘바람의 아들’ 이종범도 195개로 6위에 랭크되어 있습니다.
출루율은 김재현이 김동주를 아슬아슬한 차이로 따돌리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 뒤는 역시나 이름이 올라갈 만한 선수들이 뒤따르고 있지요. 이들 외에 장성호(.411), 김태균(.409), 그리고 심정수(.405)까지 총 8명이 4할대의 출루율을 기록했습니다.
장타율은 길게 말할 것도 없이 이승엽의 압승입니다. 그가 일본에 진출하지 않고 한국에 남았더라면 적어도 앞의 기록들 가운데 4~5개(홈런, 타점, 득점, 볼넷, 2루타) 정도는 1위의 이름이 바뀌었을 겁니다. 심정수가 1할 이상의 차이로 2위, 그 뒤를 김동주와 김태균이 포진하고 있네요. 5할 이상의 장타율을 기록한 선수는 데이비스(.525)와 양준혁(.503), 그리고 이호준(.501)까지 총 8명, 이대호(.499)는 단 1리 차이로 아쉽게 됐네요.
기록을 정리하는 김에 약간은 불명예가 될 만한 것들도 함께 모아봤습니다. 박경완은 2000년대에도 엄청난 삼진의 탑을 쌓아가며 역대 1위(1500개)에 등극했고, 홍성흔은 아쉽게도 가장 많은 병살타를 때려낸 주인공이 되고 말았네요.
하지만 수비가 뛰어난 선수들이 포진해 있는(물론 이범호는 제외) 실책 순위에서 알 수 있듯이, 이러한 불명예 기록은 10년 동안 꾸준히 활약해온 결과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어서는 곤란하겠죠?
이렇게 여러 가지 기록을 살펴봤는데요. 개인적으로는 김동주에게 ‘2000년대 최고의 타자’라는 수식어를 붙여주고 싶습니다. 물론 이승엽이 일본으로 떠났기에 가능한 일이기는 하지만, ‘만약’이라는 가정은 굳이 하고 싶지 않네요. 김동주 다음으로는 양준혁이 90년대에 이어 막강 포스를 뿜어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장성호, 송지만, 김태균 등도 빼놓을 수 없는 선수들이지요.
내친김에 2000년대 베스트 라인업도 한 번 뽑아 볼까요? 저의 선택은 아래와 같습니다.
아쉽게도 뽑고 보니 도루왕급의 발 빠른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네요. 그런 유형의 선수들 중에는 10년 내내 꾸준한 활약을 펼친 선수가 한 명도 없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모두 제외하고 말았습니다. 가장 아쉽게 탈락한 선수는 바로 박재홍(175홈런 143도루)이구요, 이승엽은 ‘규격외품’ 처리했습니다.
* 참고로 이승엽은 일본에서 통산 541안타 320득점 123홈런 341타점 .276/.340/.528의 성적을 기록했구요. 이것만 한국에서의 4년과 합쳐도 득점(767), 홈런(301), 타점(791), 그리고 장타율(.588)에서 2000년대 한국 타자 최고 기록이 나옵니다. 지금 당장의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가 있다고 해서, 아무렇게나 까댈 수 있는 선수가 아니라는 뜻이죠.
[사진=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KIA 타이거즈]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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