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플레이오프에 임하는 양 팀의 1차전 선발 투수가 윤곽을 드러냈다. 롯데는 며칠 전부터 로이스터 감독이 공언한데로 다승왕 조정훈(14승 9패 4.05)이 1차전 선발의 중책을 맡았고, 두산은 ‘재활용 용병’ 니코스키(4승 8패 3.78)가 선봉으로 나선다.
▷ 조정훈 vs 니코스키
조정훈은 후반기 9경기에서 경기당 7.5이닝을 소화하며 5승 3패 평균자책 2.66을 기록한 ‘뉴 에이스’다. 올 시즌 두산과의 경기에서는 4경기에 등판해 1승 2패로 재미를 보지 못했지만, 평균자책점은 4.01로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최근의 페이스(9월 방어율 0.79)가 워낙에 좋아 어떤 팀을 만나더라도 쉽게 질 것 같지 않은 포스를 내뿜고 있다.
다만 불안한 것은 작년에도 롯데는 에이스인 손민한 대신 상승세였던 송승준을 1차전 선발로 내세웠다가 3이닝도 버티지 못하고 무너지는 바람에 낭패를 본 적이 있다는 점이다. 포스트시즌 그라운드에는 ‘정체 모를 괴물’이 살고 있고, 조정훈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중압감이라는 괴물을 어떻게 잘 극복하느냐가 될 전망이다. SK에서 퇴출된 후 두산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한 니코스키도 후반기에는 에이스급 피칭을 보여주면서 준PO 1차전 선발로 낙점됐다. 후반기 10경기에 등판해 2.68의 평균자책으로 4승 4패를 기록했으며, 특히 9월 한 달 동안은 1.61의 철벽 방어율을 자랑했다.
하지만 후반기 경기당 평균 투구이닝이 5.4이닝 밖에 되지 않는다는 점에서 조정훈 만큼의 점수를 주기는 어렵다. 롯데전에서 2패(방어율 4.35)만을 기록했다는 점도 조금 불안하다. 역시 두산은 불펜의 활용이 1차전 승부의 최대 관건이 될 전망이다.
▷ 4위 팀이 이긴 적이 더 많다
작년까지 단일리그로 치러진 리그에서 총 17번의 준플레이오프가 펼쳐졌다. 그 중 동률이었으나 상대전적으로 3,4위가 가려진 1994년을 제외한 나머지 16번의 승부에서 3위팀과 4위팀의 전적은 8승 8패로 동일했다. 94년을 포함하면 8승 9패로 오히려 홈어드벤티지를 얻은 3위팀이 지는 경우가 더욱 많았다.
로이스터 감독이 “이제 순위는 무의미하다”라고 말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단기전으로 돌입한 이상 여러 가지 변수에 따라 정규시즌과는 전혀 다른 양상의 경기가 얼마든지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와 같은 특수한 상황은 올해처럼 5전 3선승제인 경우에 더욱 두드러진다. 역대 준플레이오프에서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지난 두 번의 시리즈(2005,08년)는 모두 승률이 낮았던 4위팀이 3위를 누르고 다음 라운드로 올라갔다. 포스트시즌 시리즈를 통틀어 봐도 5전 3선승제로 치러진 경우에는 하위팀의 승률이 13승 8패로 월등히 높았다.
경기수가 많아지면 오히려 승률이 높은 팀의 승률이 높아지는 것이 정상일 것 같은데도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포스트시즌에는 정규시즌의 그 어떠한 데이터나 상대전적도 통용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그 무대에서 자신들의 기량을 100%에 가깝게 발휘할 수 있느냐다. 그런 면에서 상대적으로 잃을 것이 적었던 4위 팀들의 정신력이 돋보였던 것이 아닐까.
▷ 첫 경기를 이긴 팀이 100% 승리한다
지난 17번의 준플레이오프에서 단 한 번의 예외도 없이 지켜져 온 법칙이자 징크스다. 한국시리즈나 플레이오프에서는 1차전을 패하고도 역전에 성공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지만, 준플레이오프에서 만큼은 그랬던 적이 없다. 3위든 4위든, 1차전을 이긴 팀이 결국 최종 승자가 됐다.
5전 3선승제 시리즈에서는 첫 경기를 지고도 역전에 성공한 경우가 4번 있었다. 하지만 그대로 패한 적이 무려 16번으로, 80%의 승률을 자랑한다. 역시나 단기전에서는 첫 경기의 중요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함을 잘 알 수 있다. 양 팀이 1차전 승부에 총력을 기울여야 하는 이유이며,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로이스터는 단독 다승왕의 기회를 포기하게 하면서까지 조정훈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운 것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포스트시즌에 진출한 이상 두 팀의 순위 구분이나 정규시즌에서의 승률은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첫 경기의 결과이며, 여기에서 패할 경우에는 돌이킬 수 없는 ‘예정된 패배’가 기다리고 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준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승리를 거둬 ‘예정된 승리’를 향해 달려갈 팀은 과연 어디가 될까. 선발투수의 무게만 놓고 본다면 롯데가 앞서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동일하게 ‘선발 vs 불펜’의 구도로 진행되었던 작년에는 불펜이 강한 삼성에게 3연패로 무릎을 꿇은 기억이 있다.
지난해의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롯데와 2년 연속 한국시리즈에서 패배를 안겨준 SK와의 리턴 매치를 위해서라도 반드시 준PO를 뚫고 올라가야 하는 두산. 이 시리즈 승패의 향방을 결정지을 가장 중요한 1차전은 29일 오후 6시, 잠실구장에서 벌어진다.
[사진=롯데 자이언츠, 두산 베어스, 기록제공=Statiz.co.kr]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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