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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포스트시즌엔 '경험'이 중요? 천만의 말씀!

by 카이져 김홍석 2009. 9. 29.

오늘(29일)부터 2009시즌 프로야구의 대미를 장식할 포스트시즌이 시작되는군요. 무척이나 기대되지 않을 수가 없네요. 6개월간의 대장정을 거쳐 한 해를 마무리하는 진정한 축제의 자이 되길 바래 봅니다. 오늘 벌어질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 무척이나 기대되느군요.

그런데 말입니다. 항상 이 맘 때가 되면 들려오는 말이 있죠.

“포스트시즌 같이 큰 경기에서는 경험 많은 선수가 유리하다”

라는 말. 그 경험이라는 것이 베테랑을 의미하기도 하고 때로는 포스트시즌을 치러본 경험이기도 하죠. 올해도 일부 전문가와 관계자들은 롯데보다 많은 포스트시즌을 치러본 두산이 그 ‘경험’ 때문에 더 유리하다고 말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요? 그 전문가 분들에게 물어보고 싶습니다. 어디 그러한 주장을 뒷받침 할 만한 확실한 증거라도 있나요??

야구는 기록의 스포츠이니 얼마든지 증거를 제시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포스트시즌을 2번 이상 참가해 본 선수들의 3번째 포스트시즌부터의 성적과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참가한 선수들의 그 당시 성적을 종합해서 보면 얼마든지 비교가 가능하죠. 직접 작업을 해서라도 보여드리고 싶지만, 그 분량이 워낙 방대할 것 같아 쉽사리 엄두가 안나는군요. 하지만 실제로 가능하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하지만 할 일 없는(?) 미국의 야구 통계학자들은 그러한 작업을 지난 세월 동안 수차례에 거쳐 해왔습니다. 그리고 아래와 같은 결론을 내렸죠.

“그건 헛소리에 불과하다. 경험이 있다고 더 잘하지도 않고, 없다고 해서 더 못하지도 않는다. 전체 선수의 ‘첫 경험 성적’과 ‘재 경험 성적’은 거의 차이가 없으며, 오히려 ‘첫 경험 성적’이 아~~~주 미세하게 더 좋다.”

그들은 ‘포스트시즌의 사나이’나 ‘큰 경기만 되면 작아지는 선수’는 없다고 말합니다. 표본이 적은 상황에서는 특별히 가을만 되면 펄펄 나는 것 같은 선수도 있고, 그와 반대로 가을만 되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것 같은 선수도 있는 듯 보이지만, 표본이 늘어나면 날수록 모든 선수들의 포스트시즌 기록은 자신의 정규시즌 커리어 통산에 수렴한다는 사실을 입증한 것이죠.

물론 언제나 상위 1%와 하위 1%의 예외는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들은 좀 특별하게 ‘가을을 타는 선수들’이라고 봐야하겠죠. 하지만 많은 사람들의 인식 속에 대표적인 가을 사나이로 인식되어 있는 매니 라미레즈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286에 불과(?)하다는 것은 알고 계시나요? 그의 통산 타율(.314)보다 거의 3푼 가량이나 아래입니다.

이에 대해 반박을 하고 싶은 분들도 있을 겁니다. 몇 번의 실제적인 예시도 생각이 나시겠죠. 경험 많은 베테랑 선수의 센스 넘치는 플레이로 가을 잔치의 행방이 완전히 달라졌던 기억이 한두 번쯤은 있으실 테니까요. 물론 저도 그렇습니다.

하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생각이 나지요. 2007년 한국시리즈에서 SK의 우승을 견인하고 뒤이어 코나미컵에서까지 두각을 나타냈던 19살짜리 애송이가 누구였는지 기억나실 겁니다. 올 시즌 올스타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따돌리고 MVP를 따낸 고졸 신인이 누구였는지 다들 알고 계시죠?

07년도 포스트시즌에서 31타수 10안타(.323)로 좋은 활약을 펼쳤던 김현수는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21타수 1안타(.048)에 그치며 팀 패배의 주역이 된 바 있습니다. 한 번의 경험이 있던 그는 왜 그랬을까요? ‘양신’이라 불리는 우리의 타격머신 양준혁의 포스트시즌 통산 타율이 .258에 불과하다는 것을 여러분은 혹시 알고 계시나요?

이처럼 ‘경험’이 가져다주는 재산은 ‘실력’ 내지 ‘성적’과는 무관합니다. 단순히 이리저리 같다 붙이기 좋은 말일 뿐이죠. 언뜻 생각해보면 많은 경험이 유리할 것 같지만, 정말 그렇다면 야구가 그토록 어렵다는 말을 듣겠습니까. 아무리 경험이 많아도 쉽게 풀리지 않는 스포츠가 바로 야구라는 종목 아니던가요?

기자와 해설자들은 베테랑이 잘하면 “역시 경험이 중요해요!”라고 말하고, 신인이 잘하면 “신인의 패기가 빛났어요!”라고 말하고, 무명의 백업 선수가 날아다니면 “깜짝 스타의 등장이에요!”라고 말하죠.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라는 말처럼 그냥 같다 붙이기 좋은 말일 뿐입니다.

포스트시즌으로 인한 부담감은 베테랑이라고 해서 쉽게 떨쳐버릴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신인이라고 해서 무조건 눌리는 것도 아닙니다. 누가 더 자신의 의지를 담아 100%에 가까운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느냐의 문제죠. 거기에 경험이라는 것이 끼어들 여지는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물론 도움은 되겠지요. 조금은 덜 긴장한다거나, 조금은 당장의 분위기에 잘 적응한다거나 하는 정도로 말입니다. 경험이라는 소중한 자산이 주는 긍정적인 효과는 반드시 존재할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당장의 ‘실력’으로 드러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오늘 이야기의 핵심 주제였습니다.

제발 포스트시즌만 되면 매년 나오는 그 ‘경험’이라는 추상적인 자산을 바탕으로 어디가 유리하다는 식의 예상은 없어졌으면 좋겠네요. 아니면 확실한 근거를 제시하던가요. 메이저리그의 통계학자들이 했던 것처럼, 확실한 데이터로 만들어진 제대로 된 근거를 말이죠.

야구계에 널리 퍼진 ‘속설’ 가운데는 이처럼 아무런 근거도 없이 그냥 맹신되는 것들이 몇 가지 있습니다. 그냥 많은 사람들이 계속해서 이와 같은 말을 반복하니, 다른 이들도 이것이 사실인냥 알고 있는 경우가 많죠. 현장에 있는 선수들까지도 이유 없는 착각에 빠지곤 합니다. 야구에 관련된 글을 써서 먹고 사는 사람으로서, 가장 경계해야 할 점이 바로 이와 같은 '근거 없는 속설'이 아닐까 싶네요.

포스트시즌에서의 승리를 가져다주는 건, 이기고자 하는 의지와 100%의 실력 발휘를 할 수 있는 그날의 컨디션입니다. 당장의 실력에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 수도 없는 ‘경험’ 따위가 아니랍니다. 오늘 저녁, 두산과 롯데 두 팀 중 어느 팀이 더욱 승리에 목 말라하고 있는지 다 같이 한 번 지켜봅시다.^^

[사진=두산 베어스, 롯데 자이언츠]

// 카이져 김홍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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