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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최고의 먹거리 잔치, 자갈치 축제!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18.

지난 약 열흘의 기간 동안 부산에서는 커다란 세 개의 축제가 열렸습니다. 우선 10월 8일부터 16일까지 개최되었던 제14회 부산국제영화제(PIFF)가 그 첫 번째 이구요, 17일 밤을 화려하게 수놓은 제5회 부산 불꽃축제가 그 두 번째입니다. PIFF가 스크린의 스타들도 부산을 밝혔다면, 불꽃축제는 8만여 발의 화려한 폭죽이 부산의 밤하늘을 아름답게 물들였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축제가 있었습니다. 어쩌면 이 축제야말로 ‘부산에서만 가능한 가장 부산다운 축제’가 아닐까 싶네요. 바로 부산의 명물인 자갈치 시장에서 벌어진 ‘부산 자갈치 축제’입니다. 15일(목)부터 18일(일)까지 나흘간 진행되는 이 자갈치 축제야말로 진정한 ‘부산의 축제’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사진을 클릭하시면, 더욱 큰 사이즈로 좀 더 자세히 보실 수 있습니다)

앞의 두 축제는 사실 젊은이들을 위한 축제에 가깝습니다. PIFF에 참여해 영화를 관람하거나 배우들의 얼굴을 보기 위해 해운대를 누비는 사람들은 대부분 10~20대의 젊은이들이죠. 불꽃축제를 보기 위해 100만이 넘는 사람들이 광안리 일대를 찾았지만, 그 역시 20~30대의 비중이 월등히 높았습니다.

하지만 이 자갈치 축제는 다릅니다. 10대부터 60~70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세대가 모두 어우러져 함께 ‘부산 시민의 축제’를 즐기고 있었습니다. 축제의 필수 요소라고 할 수 있는 볼거리와 먹거리가 모두 풍성한 흥겨운 축제 한마당이 자갈치 시장 일대를 가득 메우고 있었습니다. 모처럼 자갈치 시장을 찾은 시민들의 얼굴에는 하나같이 웃음꽃이 피어있더군요.

자갈치 시장은 “오이소! 보이소! 사이소!”라는 문구로도 유명하죠.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어시장답게 축제 규모도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곳을 찾은 시간이 불꽃 축제가 한창이던 17일 저녁 무렵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가득 메우고 있었으니까요. 개인적으로도 불꽃축제를 포기하고 이곳을 찾은 것을 결코 후회하지 않을 수 있었습니다.

가는 곳곳마다 군침을 흘리게 만드는 먹거리들이 손님들을 유혹하고 있었습니다. 장어구이, 대하구이, 대게찜, 조개구이, 문어, 그리고 각종 횟감이 지나가는 사람들의 눈과 미각을 동시에 자극하고 있었죠. 일부에서는 특이하게 돼지 바비큐를 파는 곳도 있었습니다. 축제다보니 군밤과 뽑기 등의 각종 군것질거리와 엿을 파는 각설이 아저씨의 한바탕 춤사위도 실컷 볼 수 있었지요.

자갈치 축제에는 단지 먹거리만 있는 것이 아니랍니다. 한 곳에서는 이런 무대와 함께 초대 가수나 무용단 등이 나와 40~50대 이상의 향수를 자극하는 공연이 한창이었죠. 뿐만 아니라 축제가 벌어지는 곳곳에서 노래 경연 대회가 벌어지고 있는 것을 볼 수 있고, 때로는 길거리 악사들의 수준 높은(?) 공연을 볼 수도 있습니다.

축제에 빠질 수 없는 초상화를 그려주시는 분들도 한 자리를 차지하고 계십니다. 그 분들 중 한 화가의 그림이 너무 인상적이어서 그것만 따로 촬영해봤습니다. 너무 잘 그리지 않았나요?^^

한쪽에서는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습니다. 천막 안에 들어가면 19세기 말엽부터 자갈치 시장의 변천사를 사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흑백으로 된 이 사진은 부산 시민이라면 누구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을 만큼 흥미로운 내용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부산의 상징 중 하나였던 영도다리가 도개교였다는 것도 사진으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자갈치 시장에 한 번이라도 와보신 분들이라면 수많은 횟집이 운집한 이곳 ‘신동아 시장’을 알고 계실 겁니다. 들어서기만 해도 싫지 않은 짠내와 더불어 살아있는 횟감들을 확인하실 수 있는 곳이죠. 여기에서 횟감을 고르신 후, 2층으로 올라가시면 방금 잡은 싱싱한 회를 맘껏 드실 수 있습니다.

신동아 시장에서 볼 수 있는 살아 생전(?)의 횟감들의 모습입니다. 너무나 싱싱해 보이지 않나요? 회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지금쯤 ‘꼴까닥’하고 침을 삼키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전 친구와 함께 자리를 잡고 앉아서 장어구이를 먹었습니다. 위 사진의 하얀 장어를 적당히 구운 후 초장에 찍어 은박지 위에 올려놓고 10초쯤 있다가 먹으면 그 맛은 그야말로 '환상' 그 자체지요. 초장이 듬뿍 배인 장어를 상추에 싸서 먹으면 천국이 따로 없답니다.^^

그 외에도 수많은 가게들이 손님을 유혹하고 있습니다. 축제답게 실내와 실외를 가리지 않고 너무나도 많은 사람들이 맛난 해산물을 먹기 위해 자갈치 시장을 찾았는데요. 꼼장어를 다 먹은 후 남은 양념에 볶아주는 볶음밥을 맛나게 먹고 있는 분들의 표정은 현재 자신이 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듯 하더군요.

너무나도 많은 먹거리와 볼거리들이 함께하고 있는 부산 자갈치 축제. 사실 처음부터 촬영을 할 목적으로 간 것이 아니라, 친구와 가볍게 장어나 먹으러 갔던 것이어서 제 카메라를 준비하지 않았었습니다. 그래서 폰 카메라로 촬영한 것인데, 그나마 화질이 생각만큼 나쁘지 않아서 다행이네요. 그래도 조명 등의 문제로 인해 더 많은 것을 담아내지 못한 것이 무척 아쉽습니다.

이 음식들은 꼭 축제 기간에만 먹을 수 있는 것이 아니죠. 1년 365일 언제든지 자갈치 시장을 찾기만 하면 드실 수 있는 먹거리들입니다. 부산 시민이라면 더 추워지기 전에 자갈치 시장을 찾아 장어구이를 드셔보시길 권합니다. 그리고 관광이든 출장이든, 부산에 내려오시는 타지 분들도 꼭 자갈치 시장을 한 번 찾아가보시길 권해드리고 싶네요. 결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