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이후 5년 만에 펼쳐지는 한국시리즈에서의 7차전 승부, 그 대망의 결승전이 오늘(24일) 오후 2시에 펼쳐집니다. 구톰슨(KIA)과 글로버(SK)의 선발 맞대결. SK가 꺼내들 수 있는 최강의 카드인 실질적 에이스 글로버의 등판 경기라는 점에서, KIA는 6차전의 패배가 무척이나 아쉬울 것 같습니다. 김상현의 파울 홈런이 특히나 기억에 남겠네요.
어떻게 보면 뒷심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둔 것은 1차전뿐입니다. 3~4차전과 6차전에서는 먼저 실점한 후 점수를 얻지 못해 끌려가다가 그대로 패하고 말았지요. 5회 이전에 1점이라도 낸 3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3경기는 모두 패했습니다.
과연 지난 3차전 경기에서 노히트로 봉쇄당했던 글로버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현 시점에서의 구도만 놓고 본다면 SK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죠.
이래저래 경기 내외적으로 말썽이 많은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차전에는 이종범의 ‘신의 손 사건’이라 불리는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이 문제가 됐고, SK 선수단에게는 '사인 훔치기 의혹'이 제기되었죠. 2차전 직후에는 바로 그 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해 김성근 감독이 “당하지 않는 게 프로다”라는 말을 해 주말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3차전에서는 서재응과 정근우 사이의 말다툼으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의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졌습니다.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긴 했지만, 9월초의 빈볼 사건으로 인해 감정이 안 좋았던 두 선수와 양 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죠.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던 김종국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6차전에서 또 하나의 시비가 일고 말았네요. 바로 사인을 훔쳐봤느냐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 송은범과 정근우, 그리고 나지완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송은범은 2루에 나가 있는 나지완의 움직임이 아무래도 평소와 달리 느껴졌나 봅니다. 계속해서 투구판에서 발을 빼곤 했지요. 결국 나지완에게 직접 어필을 했던것 같습니다. 나지완은 ‘그런 적 없다’고 대답을 했고, 정근우는 그런 나지완에게 ‘흥분하지 마라’고 한 모양입니다.
동영상도 떠돌고 있던데요. 사실 그걸 봐도 특별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나지완이 어떤 제스쳐를 취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사인을 훔쳐서 김상현에게 알려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건 나지완 본인만 알 수 있는 겁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일단 나지완의 움직임을 본 이상 투수의 입장에서는 의심을 할 수도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나지완 입장에서는 그런 어필을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했겠지요. 곁에 있던 정근우도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거들게 되었을테구요. 이 장면에서도 당사자들보다 더더욱 흥분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김종국은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전국의 야구팬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그 ‘강한 인상’에 대한 색깔과 감정은 모두 다르겠지만요.(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아, 이걸 빌미삼아 KIA팬들이 SK팬을 싸잡아서 욕할까 싶어 몇 마디 덧붙이자면, 현재 문학구장 ‘키즈존(아이들 노는 곳)’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쌍욕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는 꽃가루를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뿌려대고, 박재상이 호수비를 보여주자 그를 향해 맥주캔과 물병을 던진 인간들은 누굴까요?
KIA팬이나 SK팬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욕할 자격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부터 좀 버리시는 것이 좋겠네요. 8개 구단과 모든 구장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이런 미친 팬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런 군상들을 빌미삼아 상대방의 팬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삼가는 게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준 높은 한국시리즈를 기대했고, 경기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재미있는 경기들이 연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경기력이 아니라 선수들의 거친 모습과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의 더러운 매너이지요. 올해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7차전에서라도 아무런 논란 없이 무사히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2009시즌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만큼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의 명경기로 기억되는 ‘모든 면에서 최고인 경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바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사진=KIA 타이거즈, OSEN.co.kr]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