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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KS 6차전] 깊어지는 감정싸움, 갈등의 끝은 어디?

by 카이져 김홍석 2009. 10. 24.

결국 올 시즌 한국시리즈는 7차전까지 가는군요. SK가 송은범의 호투와 이호준의 선제 홈런을 발판 삼아 기어이 6차전을 3-2로 잡아냈습니다. 윤석민을 앞세워 축포를 준비하고 있던 KIA로서는 조금 아쉬운 상황이 되고 말았네요.

2004년 이후 5년 만에 펼쳐지는 한국시리즈에서의 7차전 승부, 그 대망의 결승전이 오늘(24일) 오후 2시에 펼쳐집니다. 구톰슨(KIA)과 글로버(SK)의 선발 맞대결. SK가 꺼내들 수 있는 최강의 카드인 실질적 에이스 글로버의 등판 경기라는 점에서, KIA는 6차전의 패배가 무척이나 아쉬울 것 같습니다. 김상현의 파울 홈런이 특히나 기억에 남겠네요.

KIA의 패인은 오래 고민할 것도 없이 득점력 부족 때문이라고 결론내릴 수 있습니다. KIA는 6경기를 치르는 동안 총 21점을 냈습니다. 투수력이 강한 팀들 간의 대결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적다고만은 할 수 없는 수치죠. 하지만 그들이 5회 이전에 낸 점수는 1,2,5차전에서의 각 1점씩, 총 3점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18점은 경기 후반부인 6회 이후에 난 점수지요.

어떻게 보면 뒷심이 좋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그 뒷심을 발휘해 역전승을 거둔 것은 1차전뿐입니다. 3~4차전과 6차전에서는 먼저 실점한 후 점수를 얻지 못해 끌려가다가 그대로 패하고 말았지요. 5회 이전에 1점이라도 낸 3경기에서는 모두 승리했지만, 그렇지 않았던 3경기는 모두 패했습니다.

과연 지난 3차전 경기에서 노히트로 봉쇄당했던 글로버를 효과적으로 공략할 수 있을지 의문이네요. 현 시점에서의 구도만 놓고 본다면 SK가 유리한 입장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겁니다. 물론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거죠.

그나저나 이번 한국시리즈도 결국 선수들과 팬들의 감정싸움이 갈수록 심해지는군요. 사실 ‘SK가 끼어 있기 때문에 그렇다’라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솔직히 까놓고 말해, 매년 포스트시즌이 펼쳐질 때면 선수들은 평소보다 감정이 격해져서 다양한 갈등을 빚었고, 팬들 간의 신경전과 추태도 항상 있어왔으니까요. 다만, 원래는 1:1의 대결 구도였을 것이 ‘공공의 적’이 되어버린 SK 때문에 1:7의 구도가 되어버렸다는 점이 좀 다르다고나 할까요?

이래저래 경기 내외적으로 말썽이 많은 시리즈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1차전에는 이종범의 ‘신의 손 사건’이라 불리는 심판의 결정적인 오심이 문제가 됐고, SK 선수단에게는 '사인 훔치기 의혹'이 제기되었죠. 2차전 직후에는 바로 그 사인 훔치기 논란에 대해 김성근 감독이 “당하지 않는 게 프로다”라는 말을 해 주말을 뜨겁게 달궜습니다.

3차전에서는 서재응과 정근우 사이의 말다툼으로 인해 양 팀 선수들의 벤치 클리어링까지 벌어졌습니다. 큰 문제로 확대되지 않아 다행이긴 했지만, 9월초의 빈볼 사건으로 인해 감정이 안 좋았던 두 선수와 양 팀의 갈등이 본격적으로 가시화되는 계기가 되고 말았죠. 필요 이상으로 흥분하던 김종국은 여러 가지 의미에서 강한 인상(?)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4차전은 큰 사건 없이 넘어갔지만, 5차전에는 한꺼번에 굵직한 사건이 연이어 터지며 선수들과 팬들의 ‘아슬아슬한 감정선’을 건드리고 말았는데요. 논란의 중심이 된 이용규의 ‘개구리’식 스퀴즈번트와 김상현의 ‘신의 발’ 슬라이딩, 그에 대한 김성근 감독의 항의와 선수단 철수, 그리고 감독의 퇴장까지. 이후 박정권의 표절 슬라이딩까지 나오며 많은 논란거리를 제공하고 말았습니다. 그 플레이를 향한 심판 판정에 대한 의견까지 엇갈리면서 갈등은 더욱 심화되고 말았지요.

그런데 6차전에서 또 하나의 시비가 일고 말았네요. 바로 사인을 훔쳐봤느냐에 대한 의심에서 시작된 송은범과 정근우, 그리고 나지완의 갈등이 그것입니다. 송은범은 2루에 나가 있는 나지완의 움직임이 아무래도 평소와 달리 느껴졌나 봅니다. 계속해서 투구판에서 발을 빼곤 했지요. 결국 나지완에게 직접 어필을 했던것 같습니다. 나지완은 ‘그런 적 없다’고 대답을 했고, 정근우는 그런 나지완에게 ‘흥분하지 마라’고 한 모양입니다.

동영상도 떠돌고 있던데요. 사실 그걸 봐도 특별한 결론을 내릴 수는 없습니다. 나지완이 어떤 제스쳐를 취하기는 하지만, 그것이 꼭 사인을 훔쳐서 김상현에게 알려주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실히 알 수 없으니까요. 그건 나지완 본인만 알 수 있는 겁니다. 다만, 발견하지 못했다면 모를까, 일단 나지완의 움직임을 본 이상 투수의 입장에서는 의심을 할 수도 있는 정도는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물론 나지완 입장에서는 그런 어필을 받으니 황당하기도 하고 기분도 상했겠지요. 곁에 있던 정근우도 어쩔 수 없이 몇 마디 거들게 되었을테구요. 이 장면에서도 당사자들보다 더더욱 흥분하며 고래고래 고함을 치던 김종국은 또 한 번 강한 인상을 전국의 야구팬에게 각인시켰습니다. 그 ‘강한 인상’에 대한 색깔과 감정은 모두 다르겠지만요.(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보이진 않았습니다)

게다가 김상현이 일부(이 단어를 붙여야 하는 건지에 대해 한동안 고민했습니다) 몰지각한 팬이 던진 계란에 저격당하고 말았지요. 호세였다면 또 한 번 방방이를 집어던졌을 겁니다. 솔직히 계란을 던진 관중이 김상현의 방망이에 맞아 피를 철철 흘리며 들것에 실려 나가는 모습을 보고 싶은 충동을 참기 힘들더군요. 대체 왜들 그러는 겁니까?

아, 이걸 빌미삼아 KIA팬들이 SK팬을 싸잡아서 욕할까 싶어 몇 마디 덧붙이자면, 현재 문학구장 ‘키즈존(아이들 노는 곳)’에는 입에 담기도 민망한 쌍욕이 한쪽 벽면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누가 그랬을까요? 경기 진행에 방해가 되는 꽃가루를 안내 방송이 나오고 있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뿌려대고, 박재상이 호수비를 보여주자 그를 향해 맥주캔과 물병을 던진 인간들은 누굴까요?

KIA팬이나 SK팬이나 거기서 거기입니다. ‘우리는 상대방을 욕할 자격이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생각부터 좀 버리시는 것이 좋겠네요. 8개 구단과 모든 구장을 막론하고 어디에서나 이런 미친 팬들은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런 군상들을 빌미삼아 상대방의 팬 전체를 매도하는 일은 삼가는 게 현명한 처사가 아닐까 싶습니다.

수준 높은 한국시리즈를 기대했고, 경기의 내용만 놓고 본다면 분명 재미있는 경기들이 연일 펼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주는 것은 경기력이 아니라 선수들의 거친 모습과 일부 몰지각한 관중들의 더러운 매너이지요. 올해도 그 범주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 같아 아쉬움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제발 7차전에서라도 아무런 논란 없이 무사히 경기가 끝났으면 좋겠습니다. 2009시즌의 진정한 챔피언을 가리는 마지막 승부만큼은 역사에 길이 남을 만큼의 명경기로 기억되는 ‘모든 면에서 최고인 경기’가 되길 기대해 봅니다. 아마도 이루어지지 않을 헛된 바람이라는 걸 알면서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렇게 되기를 간절히 기원해 봅니다.

[사진=KIA 타이거즈, OSEN.co.kr]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