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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히어로즈, 당신들 눈에는 안보이나요?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09. 12. 29.

베이징 올림픽 금메달, WBC 준우승, 역대최다 550만 관중 동원. 올해 한국 프로야구는 그야말로 풍년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배경에는 힘든 상화에서도 대표팀을 이끌어 주신 감독님과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팀을 위해 기꺼이 몸을 내던진 선수들의 투혼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 모든 것들 역시 팬들의 성원이 없었다면 가능했을까요?

잠시 축구로 시선을 돌려보자면, 현재 국내 프로축구 K리그와 일본의 J리그의 연봉 수준 차는 그리 심하지 않다고 합니다. 야구와는 상황이 좀 다르죠? 하지만 그럼에도 한국의 실력 있는 선수, 더불어 젊은 유망주들은 꾸준히 J리그의 문을 두드리고, 실제로 입성하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비슷한 수준의 돈을 받는다면 당연히 말도 안 통하는 다른 나라보다야 가족들과 친구들 모두 있는 조국이 나을텐데 말이죠. 답은 한가지 입니다. 바로 '팬'입니다.

몇해 전, 성남일화와 일본의 우라와 레즈가 아시아 챔피언스리그에서 맞붙은 적이 있었습니다. 결과야 어찌되었건 두 팀 간의 실력은 분명 비등했습니다. 성남이야 설명이 필요 없는, 야구로 치자면 해태와 같은 왕조를 건립한 팀이고 우라와 역시 J리그의 명문구단 중 하나였습니다. 하지만 두 팀의 레벨이 극명하게 갈린 부분이 있었는데, 그것 역시 '팬'이었습니다. 이미 일본 내에서도 손꼽히는 인기구단인 우라와의 팬들은 성남을 홈으로 불러들여 시작 전부터 성남의 기를 잔뜩 죽여 놨습니다. 물론 그것이 경기 결과 직접적인 영향을 끼쳤다고 할 순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선수들의 의욕에는 분명히 영향을 끼친다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히어로즈 이야기를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들 잘 아시다시피 히어로즈는 대대적인 선수단 장사에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행하고 있는 장사는 '원가판매'와는 거리가 먼 '사장님이 미쳤어요'에 가까운 장사를 하고 있습니다. 이미 본인들이 말했던 '합리적인 트레이드'는 뇌리에서 잊혀진지 오래인 듯싶습니다.

이와 관련해 대부분의 언론이 그들을 질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다른 시선을 가지신 분들은 '무조건 욕할 것만은 아니다','앞날을 위한 초석을 다지는 것이다'라는 등의 의견을 펼치고 있습니다. 앞날을 위한 초석이라. 그렇담 히어로즈는 팀의 간판타자와 에이스를 내주고선 대체 무엇으로 앞날을 준비하려 한단 말일까요?

선수단의 대부분을 시장에 내놓고선 그들의 대가로 받아오는 것은 유망한 어린선수가 아닌 돈이다. 아무리 보아도 미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보이진 않습니다. 만약 프로야구가 축구처럼 현금트레이드가 활성화 되었다던가 한다면 선수들을 팔고 마련한 자금으로 새로운 선수들을 사오겠구나 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도 않은 게 바로 우리의 프로야구입니다.

그들이 '판매불가'를 선언한 강정호, 황재균과 같은 선수들이 있긴 하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라면 이들 역시 언제고 거액의 돈과 맞교환 될 수 있다 보여집니다. 만약 팬들 역시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면 과연 그 팀에게 애정을 쏟을 수 있을까요?

내가 응원하는 팀의 내가 좋아하는 선수가 돈 몇 푼에 타 팀으로 팔려가고, 데뷔 때부터 지켜봐온 유망주의 실력이 본 괘도에 오르자 또 타 팀으로 이적하는, 이러한 악순환이 반복되는 팀에게 애정이 생긴다면 저는 그 분을 대인배 중에 대인배로 떠받들겠습니다.

야구팀의 미래는 선수들이 책임집니다. 그들이 군침 흘려야 할 대상은 대기업의 지원을 등에 업은 팀들의 돈이 아니라 상대팀이 애지중지하는 누구나 탐낼만한 유망주들이어야 합니다. 그런 근시안적 사고를 가진 사람들이 리모컨을 쥐고 있는 히어로즈의 미래가 밝아 보이지 않는 것은 저뿐만이 아닐 것이라 믿습니다.

이미 야구판에 뛰어들 때부터 많은 논란을 야기 시켰던 히어로즈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그러한 좋지 못한 이미지를 씻어내는데에 성공했습니다. 더불어 목동의 주민들을 끌어들이는 것 까지 성공하며 히어로즈의 앞날은 밝아보였던 게 사실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히어로즈는 자신들이 이루어낸 것들을 다시 자신들의 손으로 모든 것을 원점으로 되돌리고 있습니다.

보이시나요? 목동의 주민들이 발길을 돌리는 모습이.

[사진=서울 히어로즈]

//버닝곰(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