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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베이를 영입한 메츠, 과연 잘한 일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1. 2.

현재 뉴욕 메츠의 단장인 오마 미나야는 2002년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에서 처음으로 단장(GM)직에 취임했다. 그리고 그해 3월, 팀이 2년 전 신인 드래프트에서 뽑았던 한 명의 마이너리거를 뉴욕 메츠로 트레이드한다. 전년도 상위 싱글A에서 보여준 1할대의 빈타가 맘에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메츠로 옮겨간 그 선수는 샌디에이고 파드리스를 거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보내졌고, 그때부터 점점 두각을 나타내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2003년을 계기로 팀 내 탑 유망주로 올라선 그는 2004년부터 풀타임 메이저리거로 활약, 그 해 내셔널리그 신인왕을 수상한다. 2005년부터는 올스타에 선정되기 시작했고, 2008시즌 중반에는 매니 라미레즈가 포함된 딜에 끼어 보스턴 레드삭스로 팀을 옮겼다. 올 시즌 36홈런 119타점을 기록하며 아메리칸리그 홈런 4위, 타점 2위에 오른 그 선수의 이름은 바로 제이슨 베이다.

2009년을 끝으로 FA 자격을 획득한 베이는 며칠 전 뉴욕 메츠와의 계약에 성공했다. 현직 메츠 단장인 오마 미나야는 자신이 8년 전에 포기했던 선수에게 무려 4년간 6600만 달러를 투자하여 데리고 온 것이다.

지난 6년 동안 평균 30홈런 100타점을 기록한 베이는 그만한 금액을 받을 만한 자격이 충분하다. 이미 그 정도 몸값은 예상되었던 바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가 뉴욕 메츠의 꼬일 대로 꼬인 매듭을 풀어줄 열쇄가 되어줄 지는 의문이다.

▶ 계속되는 메츠의 악몽

메츠는 지난해 선수단 전체 페이롤이 1억4500만 달러가 넘었고, 이는 30개 구단 가운데 뉴욕 양키스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금액이었다. 그런 메츠의 2009시즌 성적은 70승 92패, 포스트시즌 진출은커녕 6년 만에 최악의 성적을 거두며 내셔널리그 동부지구 4위에 그쳤다.

메츠의 악몽은 필라델피아 필리스에게 기적 같은 역전을 허용하며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한 2007년부터 시작되었다. 17경기를 남겨놓은 상황에서 7경기차로 앞서 있던 메츠는 남은 경기에서 5승 12패에 그쳤고, 결국 13승 4패를 기록한 필리스에게 1경기차로 뒤집히는 어처구니없는 역전을 허용하고 말았다. 130년에 달하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도 세 손가락 안에 꼽힐 정도의 역사적인 정규시즌 막판 뒤집기였다.

충격에 빠진 메츠는 그 해 오프시즌 동안 6년간 1억3750만 달러를 투자하여 현역 최고의 좌완 에이스인 요한 산타나를 영입한다. 당시 수많은 전문가와 팬들은 산타나의 효과가 메츠를 전혀 다른 팀으로 변모시킬 것처럼 호들갑을 떨었다. 하지만 방어율 3.00의 투수와 4.00의 투수의 차이는 연봉만큼 크지 않다. 전자가 후자에 비해 팀에 3~4승을 더 가져다줄 수 있을 뿐이다.

2008년 메츠는 산타나가 등판한 경기에서 22승 12패를 기록, 2007년의 탐 글래빈이 등판했을 때(18승 16패)에 비해 4승을 더 거둔다. 하지만 나머지 128경기에서는 전년도보다 3승을 적게 거뒀고, 결국 2007년보다 고작 1승 많은 89승으로 시즌을 마감했다. 라이벌 필리스는 92승으로 지구 선두를 차지했고, 급기야 그 해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까지 거머쥐었다.

2009년은 그야말로 악몽의 해였다. 산타나를 제외한 모든 선발투수들이 와르르 무너졌다. 존 메인은 부상으로 신음했고, 마이크 펠프리는 부진의 끝을 달렸다. 리반 에르난데스와 올리버 페레즈 등은 입에 담기조차 민망하다. 더군다나 산타나마저도 시즌 막판에 부상을 당하며 일찍 시즌을 접어야 했다. 거금(3년 3700만)을 들여 영입한 마무리 프란시스코 로드리게스는 3점대 후반의 방어율로 7번의 방화를 저질렀다.

타선도 비참하긴 마찬가지. 팀 내 홈런 1위가 12개를 때려낸 데일 머피였다. 이전 2년 동안 63홈런 231타점을 기록했던 올스타 3루수 데이빗 라이트는 큰 부상도 없이 3할 타율을 기록하며 10홈런 72타점에 그치는 엽기적인 상황을 연출했고, 산타나 다음으로 많은 연봉(1850만)을 받는 카를로스 벨트란은 시즌의 절반을 부상으로 날려버렸다. 거포 1루수 카를로스 델가도와 올스타 유격수 호세 레예스도 각각 26경기와 36경기만 출장한 채 시즌 아웃됐다.

메츠는 이런 상황 속에서 비참한 한 해를 보냈다. 주력 선수들의 부상을 기회삼아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인 유망주조차 없었다는 현실이 그들을 더욱 초라하게 만들었다. 그런 메츠에게 2010년은 모든 것이 물음표일 뿐이다.

▶ 제이슨 베이의 영입, 과연 잘한 일일까?

미나야 단장은 이미 지난 시즌 중반에 구단주로부터 계약 연장을 약속 받았고, 실제로 시즌 종료와 더불어 3년 연장 계약을 확정지었다. 하지만 이것이 메츠를 살리는 길이 될지, 아니면 진정한 암흑기의 시작이 될 지는 미지수다.

뉴욕이라는 대도시를 연고로 하는 팀에 ‘유망주를 중심으로 한 리빌딩’은 있을 수 없는 일. 오로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한 팀의 개편만이 유일한 살길이다. 요는 미나야 단장에게 그러한 개편을 성공시킬만한 능력이 있느냐 하는 것인데, 현재의 흘러가는 모양새는 영 시원찮다.

메츠는 게리 셰필드(1400만), 카를로스 델가도(1200만), J.J. 푸츠(500만) 등이 FA로 팀을 떠나면서 재투자할 자금을 어느 정도 확보했다. 그러나 지금은 그 돈을 제대로 쓸 곳 조차 눈에 보이지 않는다.

오프시즌의 시작과 더불어 최대 이슈로 떠오른 로이 할러데이의 영입 경쟁에 뛰어 들었지만 결국 실패했고, 그 와중에 FA 투수 가운데 최대어였던 존 랙키(5년 8250만)마저 보스턴 레드삭스에 내주고 말았다. 미나야 단장이 한 것이라곤 ‘백업’ 내야수인 알렉스 코라에게 200만 달러를 안겨준 것과, 일본인 투수 이라가시 료타를 2년 300만 달러로 잡은 것, 그리고 ‘터지면 대박’인 왕년의 에이스 켈빔 에스코바(125만)와 계약한 것 정도다.

Mets vs. Rockies

정작 필요했던 투수 보강에 실패한 미나야 단장은 거액을 배팅해 베이를 잡았다. 하지만 과연 이것이 잘한 일일까? 2009년의 메츠 타선은 끔찍했지만, 건강하기만 하면 레예스, 라이트, 벨트란 등이 버틴 이 팀의 타선은 여전히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베이가 가세하면서 파괴력이 증강된 것은 사실이지만, 산타나의 뒤를 받쳐줄 2선발을 구하는 것보다 가치 있는 일은 아니다.

필라델피아는 로이 할러데이를 얻으면서 콜 하멜스와 최강의 우-좌완 원투펀치를 구성하는데 성공했고, 팀 허드슨-데릭 로우-자이어 저젠스-토미 헨슨으로 이어지는 애틀란타의 선발진은 과거의 투수왕국 시절을 떠올리게 만든다. 메츠는 바로 이런 팀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해야만 포스트시즌에 진출할 수 있다. 산타나를 제외한 선발진이 완전 붕괴상태인 메츠로서는 힘겨운 싸움이 될 수밖에 없다.

이미 현지의 전문가들도 메츠의 이번 움직임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팬들의 반응도 마찬가지. 추가적인 트레이드로 수준급 2선발을 구해온다면 모를까, 이대로 오프시즌을 마감하게 된다면 미나야 단장과 메츠의 운명은 수렁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크다.

한편으론 지구 라이벌들보다도 더욱 신경이 쓰이는 뉴욕 양키스는 지난해 최선의 투자와 ‘투자한 만큼의 효율’을 보여주며 통산 27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투자대비 효율로 따지자면 ‘2000년대 최악의 팀’이라고 할 수 있는 뉴욕 메츠의 부활은 과연 가능할까? 오마 미나야 단장의 춥고 힘겨운 겨울은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