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선수 안 잡고, 오는 선수도 안 잡기로 유명한 프로야구 최강의 ‘짠돌이 구단’ 두산 베어스. 말이 좋아 ‘화수분 야구’지, 사실 두산 팬분들은 속이 터지죠.
그런 두산은 지난겨울에 오랜만에 팬들을 웃음 짓게 했습니다. 물론 그 과정 중에 여러 잡음이 있었지만, 어쨌든 수준급 좌완투수인 이현승을 데려오는데 성공했으니까요. 두산이 외부영입을 통해 전력을 보강한 것이 얼마만인지 기억도 가물가물하네요.
올 시즌 프로야구 8개 구단의 실질적인 선수단 페이(FA 계약금 분할, 신인 계약금 포함, 코칭 스태프 연봉 미포함)를 계산해보는 ‘2010년 페이롤 시리즈’ 5탄은 바로 두산 베어스 편입니다. 두산이 정말로 ‘짠돌이 구단’이 맞는지, 지금부터 한 번 확인해보겠습니다.
선발보다는 불펜에 의존하는 두산 야구의 특성이 연봉에서 그대로 드러납니다. 6명의 억대 연봉 투수들 가운데 순수한 선발투수는 김선우와 이현승 단 둘뿐, 나머지 4명은 불펜의 핵심요원들과 전천후 스윙맨인 김상현입니다. 최강 셋업맨 임태훈을 비롯해 이현승과 김상현은 마침내 역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고창성-이용찬-홍상삼의 신인 트리오도 나란히 큰 폭의 연봉 상승을 맛봤는데요, 신인왕은 이용찬이 수상했지만, 실제 공헌도는 고창성이 더 높았다는 것을 인상액과 인상률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단, 노경을 비롯해 저액 연봉자들까지 일일이 고과를 따져서 소폭이지만 연봉을 삭감한 것은 역시나 두산답다고 할 수 있겠네요. 차라리 벼룩의 간을 빼먹지, 2500만원 받는 선수까지 100만원을 까다니요.
억대 연봉자는 단 한 명도 없는 두산의 포수진. 하지만 최승환과 용덕한의 기량과 가능성을 생각한다면 그야말로 ‘저비용 고효율’의 극한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저 정도 선수들을 고작 총 1억5천만원으로 기용할 수 있다는 것은 두산 프런트의 기쁨입니다.
2010년 연봉킹의 이름을 ‘짠돌이’ 두산 베어스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조금 의외일지도 모르겠네요. 김동주는 저 정도 연봉을 받을 자격과 능력이 충분한 선수죠. 그 외에 내야를 책임지고 있는 주전 선수 전원이 억대 연봉을 받습니다.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한 고영민은 비교적 큰 폭으로 연봉이 삭감되었지만, 지명타자와 1루를 번갈아가며 출장하는 최준석과 롯데를 떠나 본격적인 성공시대를 열고 있는 이원석이 본격적인 고액연봉 대열에 합류했지요. 그 외에도 김재호와 오재원 등 수준급 백업 요원들이 주전 선수들의 뒤를 받치고 있다는 점이 두산 내야진의 강점이랄 수 있습니다.
3년 연속 100% 이상의 연봉 상승률을 기록한 김현수는 어느새 팀 내에서 3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가 되었습니다.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결장한 이종욱은 삭감을 피해갈 수 없었지만, 임재철은 억대 연봉자 대열에 합류했지요. 올해는 민병현과 유재웅, 정수빈 등에게도 많은 기회가 주어질 것 같은데요, 내년 시즌 그들의 연봉이 어떻게 될지도 기대해봐야겠습니다.
두산은 지난해 지명한 신인들 가운데 6~9순위 선수들이 모두 대학 진학을 선택하는 바람에 겨우 6명만 계약에 성공할 수 있었습니다. 국내 최장신 선수로 화제를 모은 장민익을 비롯한 6명의 선수에게 투자한 계약금은 총 4억9000만원으로 다른 구단과 비교하면 매우 적은 편입니다. 대신 두산은 6명의 신고선수를 받아들였습니다.
이 외에 두산은 외국인 선수인 레스 왈론드와 켈빈 히메네즈에게 각각 계약금 5만 달러와 연봉 25만 달러, 총액 60만 달러(약 7억원)를 투자했습니다. 그리고 FA가 되기까지 6년이 남은 이현승을 데려오기 위해 선수 두 명 말고도 현금 10억원을 지불했고, 실질적으로는 다년계약으로 추정되는 김동주에게도 연평균 2억원에 달하는 달성하기 쉬운 옵션이 걸려 있습니다.
재계약 대상인 선수단 전체의 올 시즌 연봉이 40억4500만원, 드래프트 신인의 계약금과 연봉이 6억3400만원, 외국인 선수 영입비용이 7억원, 그 외의 이적료(평균)와 실질적인 FA 계약금, 그리고 신고선수의 연봉 등이 5억원 정도. 다 합쳐서 올 시즌 두산의 실질적인 선수단 페이롤은 59억원 가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앞서 살펴봤던 4구단 가운데 막대한 이적료를 챙겨 오히려 흑자를 낸 히어로즈(현금 이적료 55억원 - 임금 45억원 = 10억원 흑자)를 제외하면, 100억원의 LG, 75억원의 삼성, 67억원의 KIA에 비하면 훨씬 적은 비용을 투자하는 셈이지요. 8개 구단 가운데 올 시즌 페이롤이 두산보다 적은 팀은 히어로즈와 한화뿐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해 왔다는 것은 두산의 힘이지만, 그렇기에 팬들은 더욱 속이 터지겠지요. 조금만 투자하면 우승이 가능할 것 같기도 하니까요. 김동주-김현수가 버틴 타선이 올해도 좋은 활약을 펼쳐줄 것이라 가정하면, 결국 올 시즌 성적은 이현승과 두 명의 외국인 선수에게 달렸다고 할 수 있을 텐데요. 모처럼의 투자가 얼마나 좋은 결과를 가져다 줄 수 있을지 기대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두산 베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