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는 지난해를 끝으로 4명의 선수를 떠나 보냈습니다. ‘영원한 독수리’로 기억될 송진우와 정민철은 화려한 선수생활을 뒤로한 채 은퇴를 했고, 2000년대 이후 새로운 독수리 군단의 상징으로 떠올랐던 강타자 김태균과 이범호는 일본으로 진출했습니다.
작년까지 이들 네 명이 받았던 연봉만 해도 무려 9억8000만원. 그것은 지난해 한화 선수단 전체 연봉의 4분의 1에 달했으며, 실제 전력상으로도 그 정도의 비중을 지니고 있던 선수들이었습니다.(김태균 4억2천, 이범호 3억3천, 정민철 2억1천, 송진우 2억)
지난해 이미 최하위로 내려앉은 한화는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기도 전에 또 다시 엄청난 전력 누수를 겪은 셈이죠. 두 명의 노장 투수야 그렇다 치고, 팀 타력의 50%를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두 명의 중심타자를 잃은 것은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의 심각한 타격입니다.
게다가 이들 둘은 국내가 아닌 일본으로 진출을 했죠. 국내 다른 팀으로 갔다면 막대한 FA 보상금이라도 챙길 수 있었을 테지만, 해외로 뜨는 바람에 그러지도 못했습니다. 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가산을 홀라당 다 태워먹은 처참한 상황인데, 집안을 다시 일으켜야 할 두 아들이 부모님을 돕기는커녕 자신들의 꿈을 찾겠다며 머나먼 여행을 떠난 겪이지요.(구단 입장에서 보면 그렇다는 뜻입니다.)
지난 8일 KBO가 발표한 올 시즌 한화 선수단의 총 연봉은 26억5200만원(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 이는 히어로즈(28억4천만)보다도 적고, SK(55억9700만)나 LG(56억7900만)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8개 구단 최저 페이롤입니다. SK-삼성-LG로 대변되는 3대 부자구단은 2군 선수까지 모두 합친 선수단의 평균 연봉이 1억원을 넘어가는 상황인데, 한화 선수단의 평균 연봉은 5200만원에 불과하죠. 이글스의 참혹한 현 상황이 연봉을 통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습니다.
그럼 지금부터 KBO의 발표와는 별개로, 신인 선수의 계약금과 연봉, 그리고 외국인 선수에게 투자하는 금액까지 모두 합친 한화 이글스의 실질적인 선수단 페이롤을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LG-삼성-KIA-히어로즈-두산에 이은 6번째입니다.
지난 3년처럼 엄청난 상승률을 기록하진 못했지만, 올해도 류현진은 연봉이 오르며 5년차 최고 연봉 기록을 경신했습니다. 사실 소속팀이 한화만 아니었다면 더욱 좋은 성적을 내고 3억원 이상의 연봉을 받았을지도 모를 일이지요. 베테랑 구대성은 연봉이 1억원이나 삭감되며 현역 연장의 꿈을 이어갔고, 지난해 후반기에 좋은 활약을 펼친 안영명이 억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개인 사정으로 연봉 계약이 늦어진 최영필에 대해선 아직 정확한 소식이 없지만, 아마도 삭감이 불가피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지난해 마운드 초토화의 주 원인이었던 유원상과 김혁민의 연봉이 올랐다는 사실은 조금 놀랍습니다. 투수들 전체 연봉은 13억 400만원, 최영필까지 합치면 대략 14억원에 육박할 것 같네요.
지난 한 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신경현은 연봉 삭감을 피할 수 없었습니다. 대신 좋은 타격을 선보인 이도형은 2년 만에 억대 연봉으로 복귀했네요. 이도형은 사실상 올 시즌 한화 타선의 키를 쥐고 있는 선수 중 하나지요. 4명뿐인 포수들의 전체 연봉은 2억7300만원입니다.
두 명의 핵심 선수들이 떠난 내야에는 단 한 명의 억대 연봉자도 남지 않은 휑~한 상태가 되고 말았습니다. 그야말로 8개 구단에서 가장 취약한 내야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투수력이야 지난 2년 동안 경험을 쌓은 젊은 선수들의 성장을 기대할 수도 있겠지만, 내야진은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죠. 두산에서 영입한 이대수의 활약을 기대해봐야 할 듯 합니다. 내야수 12명의 전체 연봉은 4억2100만원으로 평균 3500만원에 불과합니다.
강동우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나마 다행스런 일이었습니다. 노장 이영우의 삭감은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요. 일단 외야수로 분류해놓긴 했지만, 김태완은 올해부터 주전 1루수 겸 4번 타자로 출장할 것으로 보이는 김태완은 마침내 역대 연봉 대열에 합류했습니다. 외야진 전체의 연봉은 6억 900만원, 역시 8개 구단의 외야진 가운데 가장 취약합니다.
한화는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한 선수들 가운데 7명과 계약을 맺었습니다. 그들에게 지급할 계약금이 총 6억3000만원, 연봉은 1억6800만원입니다. 두 명의 외국인 선수 홀리오 데폴라(7만-20만)와 호세 카페얀(5만-25만)에게 투자한 비용이 총 57만 달러(약 6억6000만원). 강동우의 계약금과 신고선수의 연봉등이 대략 2억원.
이렇게 계산해본 한화 이글스의 실질적인 선수단 임금 총액은 약 44억원 가량 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히어로즈와 거의 비슷한 수준이지요. 다만 몇 가지 오해가 있는 것 같더군요.
한화가 지난해 꼴찌의 영향으로 선수단 연봉이 삭감되었다는 말이 있지만, 그건 사실이 아닙니다. 이미 앞서 언급한 4명만으로도 10억원 가까이 절감(?)된 상황이기에 굳이 그럴 필요도 없었죠.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면 연봉이 오른 선수들이 훨씬 더 많습니다. 일단 팀에 남은 선수들만 고려한다면, 한화 선수단의 연봉은 전체적으로 지난해에 비해 소폭 상승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팀 사정도 안 좋은데 사기까지 떨어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김인식 감독의 뒤를 이어 한화의 사령탑이 된 한대화 감독. 당장 감독직을 수락할 당시에는 기분이 좋았을 테지만, 그 후 김태균과 이범호가 떠난 후로는 단 하루도 편히 잠들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과연 한화는 올 시즌 최하위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개인적으로는 좀 회의적이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한화 이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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