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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의도치 않게 대세를 따르게 된 한화 이글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2. 16.

팀 타선의 두 기둥인 김태균과 이범호가 동시에 일본으로 진출했고, 지난 2년간 마무리 투수로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 브래드 토마스 역시 미국행을 택하며 한화는 본인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리빌딩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물론 그것이 본인들의 의도가 아니었다고는 하나, 그들이 진행하고 있는 리빌딩 자체는 분명 박수 받아 마땅하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들의 의도와는 상관없이 진행되는 것은 리빌딩 뿐만이 아닙니다.

다들 잘 아시다시피 2009 프로야구 골든글러브 유격수 부문은 그 어느 때보다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데뷔 이래 첫 두 자릿수 홈런(15개)과 첫 20도루를 기록하며 자신의 커리어하이 시즌을 보낸 나주환과 홍세완 이후 6년만에 등장한 20홈런의 유격수 강정호, 그리고 극강의 수비력을 지닌 손시헌까지. 물론 우리나라의 골든글러브 수상 기준이 공격력을 우선시 한다고는 하나, 유격수 자리만큼은 어쩔수 없었나 봅니다. 결국 골든글러브는 다들 잘 아시다시피 손시헌 선수에게 돌아갔죠. 치열했던 만큼 말도 많았던 수상이었습니다.

이번 골든글러브는 강정호가 수상했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는, 아니 오히려 그게 더욱 적절하게 비춰졌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손시헌이 극강의 수비력을 지닌 선수임에는 분명하나, 강정호 역시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비력을 지닌 유격수임에 분명합니다. 그렇기에 팬들의 아쉬움이 더했겠지요. 하지만 중요한 것은 손시헌이 국내 최고의 수비력을 지닌 유격수이고, 골든글러브는 그런 손시헌에게 돌아갔다는 사실입니다. 제가 말하고자 하는 요점은 바로 이것입니다.

수비력이 지닌 가치가 부각되고 있는 것은 비단 국내야구에만 국한된 이야기가 아닙니다.

김태균과 함께 한화의 타선을 이끌었던 이범호. 그가 분명 유능한 선수임에는 분명하나, 사실 일본에서 탐낼만큼 뛰어난 공격력을 지닌 선수라 하기엔 다소 무리가 따르는 것이 사실입니다. 2000년에 프로에 입단한 이후 3할을 기록한 시즌은 04시즌 단 한해 뿐이고(04시즌 타율 .308), 매해 꾸준히 20홈런 이상을 기록해주고 있다고는 하나 이것은 그가 좋은 타자라는 것을 말해줄 뿐, 그를 국내 최고의 타자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한 기록임에 분명합니다. 그런데도 왜 일본은 그를 그렇게나 탐냈을까요? 매해 밥 먹듯이 3할을 기록하고, 국내에서 가장 큰 잠실을 홈으로 쓰면서도 20개에 근접한 홈런을 기록하고 있는 김동주도 외면한 그들이 말이죠.

분명 공격력만 놓고 본다면 이범호는 김동주에 미치지 못하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범호는 김동주보다 넓은 수비범위를 지닌 3루수 입니다. 바로 이것입니다. 일전에 김동주가 일본 진출을 노리던 당시 일본의 모 팀의 온 스카우터가 김동주를 평하기를 '수비에서는 결코 합격점을 줄 수 없다'고 말한 것과 일맥상통하는 부분입니다. 이범호는 수비로 일본행의 기초를 다지고 WBC에서의 활약으로 일본에서도 통할 수 있다는 확신을 심어주며 일본행을 성사시킨 것 입니다.

보스턴 레드삭스가 공격력에서는 다소 부족함이 보이나 수비력이 뛰어난 선수들(마이크 캐머런, 마르코 스쿠타로, 애드리안 벨트레)을 줄줄이 영입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듯, 현재 전 세계 야구의 트렌드는 분명 수비입니다.

비록 한화가 의도한 바가 아니라고는 하나, 그들 역시 트렌드를 따르고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이범호의 이적으로 공석이 된 3루 자리에 09시즌 유격수 자리를 책임졌던 송광민 선수가 들어가게 되고, 그 빈자리는 다시 두산에서 트레이드 되어온 이대수가 메꾸게 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리고 김태균 선수의 이적으로 인해 김태완 선수가 외야로 나가는 일은 더이상 없게 될 것으로 보입니다.

결국 한화는 더 이상 내야의 핵이라 할 수 있는 유격수 자리에 불안한 수비력의 선수를 두지 않아도 되고, 외야수로써의 경험이 일천한 선수를 더이상 외야로 내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말입니다.

물론 현재 한화는 핵심선수들의 연이은 전력이탈과 감독 교체 등으로 팀 분위기가 상당히 어수선 할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이전보다 탄탄해진 수비와 이전보다 빨라진 팀 컬러는 분명 고무적인 일입니다.

대세를 따른 한화 이글스가 얼마만큼의 성적을 내어줄 지, 한화 이글스의 거침없는 반란이 예상되는 2010시즌이 벌써부터 기다려지네요.

//버닝곰(MLBspecial.net)

[사진=한화 이글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