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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에게 사기치는 삼성-LG전자 대리점 직원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3. 11.

우리집은 아직 27인치 아날로그 TV로 방송을 시청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슬슬 바꿀 때가 된 것이지요. 넓은 화면의 디지털 TV가 대세인 요즘인지라 저도 새 TV를 구입하기 위해 요 며칠 동안 이곳 저곳을 돌아다니며 가격 알아보기에 열심이었습니다.

 

기왕이면 향후 A/S가 잘 되는 삼성이나 LG의 제품을 구입하기 위해 각종 마트는 물론 양쪽의 대리점에도 들러서 가격을 알아봤는데요. 가는 곳에 따라, 그리고 가는 날에 따라 가격이 조금씩 다르더군요. 그래서 저는 인터넷 쇼핑몰도 찾아보며 최저가를 찾기 위해 무척이나 애를 썼답니다.

 

마트나 대리점에 갔더니 삼성과 LG에서 파견 나온 사원들이 제품에 대해 설명을 해주더군요. 자세한 설명은 참 좋았습니다. 서로 자사 제품의 장점과 더불어 타사 제품의 단점까지 세세하게 설명해준 덕에 두 회사의 제품의 장단점을 고루 알게 되었지요.

 

그런데 말이지요그들이 보기에는 제가 뜨내기 손님처럼 보였나 봅니다. 제품을 팔기 위해 거짓말까지 섞어가며 열변을 토하더군요. 그것이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걸 알고 있던 저로서는 그들의 모습에 실소를 금할 수 없었습니다.

 

모든 매장의 직원들은 하나 같이 제품 설명을 하면서 “4월부터는 개별소비세가 6.5% 붙기 때문에 살 계획이 있다면 3월 안에 빨리 사는 것이 좋다는 말을 덧붙이더군요. , 한 명의 예외도 없이 말이지요. 그걸 듣고 있으면서 속으로 얼마나 짜증이 나던지요

 

제가 보러 다닌 제품은 40~42인치 LCD TV였습니다. 그리고 그 제품들은 개별소비세 과세 품목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 그들은 과세대상이 아닌 제품을 설명하면서 그토록 6.5%의 개별소비세를 강조했던 것입니다. 3월이 지나기 전에 빨리 구입해야 손해를 보지 않는다면서…(!!)

 

저도 그 부분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지식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번 개별소비세법은 대용량 에너지 다소비 품목을 대상으로 한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습니다. 소비전력량을 기준으로 하여 상위 10% 수준의 제품에는 5%(여기에 교육세가 30% 더 붙기 때문에 실제로는 6.5%)의 소비세를 추가로 과세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지난 2, 기획재정부는 2010년도 세법시행령 개정안이 부처협의 과정에서 일부 수정되어 9일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전년도 판매통계자료와 기술발전수준 등을 감안해 에너지다소비 품목의 소비전력량 기준이 낮아졌다고 설명하며, 좀 더 상세한 내용의 과세대상 품목을 발표했었습니다.

 

에어컨은 당초 400kWh 이상이 과세대상이었지만, 370kWh로 조정했고, 정격냉방능력 10kWh 이상인 에어컨은 대부분 업소용이나 산업용으로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해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했습니다. 냉장고는 45kWh에서 40kWh로 조정(용량 600리터 이하는 과세대상에서 제외)되었고, 드럼세탁기도 750kWh 이상에서 720kWh 이상으로 기준이 낮아졌습니다.

 

이때 TV에 관련된 부분도 발표되었는데요. 300W 이상 제품에 대해 과세하도록 하되, 디지털 TV 보급 지원을 위해 42인치(화면대각선 길이 107cm) 이하인 제품은 과세대상에서 제외키로 한 것입니다.

 

그러한 내용이 발표된 지 이미 한 달이 흘렀습니다. 과연 LG와 삼성의 대리점 사원들이 그와 같은 사실을 몰랐을까요? 정말 몰랐다면 그들은 자신들의 위치에서 반드시 알고 있어야 할 내용을 모르고 있었던 무능력자들이겠지요. 전자제품을 파는 사람들이, 그것도 그 제품에 대해 그토록 상세한 설명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 입만 열면 바뀐 세법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그 중요한 사실을 몰랐다는 것은 치명적인 실수이니까요.

 

하지만 만약 그게 아니라면…? 알면서도 물건을 팔기 위해 자신의 말을 귀 기울여 듣는 고객들에게 거짓말을 했다면, 그들은 단지 사기꾼일 뿐입니다. 삼성과 LG는 사기꾼을 풀어 제품을 파는 파렴치한 기업이 되는 것이고 말이지요.

 

알고 그랬든, 모르고 그랬든, 두 기업은 직원 교육의 의무를 게을리했다는 책임을 결코 피할 수 없을 겁니다. 고객을 무시하는 건지아니면 단순한 봉으로 보이는 건지그렇게 미끼를 던져 놓으면 덥석 물기라도 할거라 생각한 걸까요…?

 

어쨌든 시기가 시기이다 보니 괜히 잘못된 소문(4월부터 모든 가전제품에 6.5%의 개별소비세가 붙는다는 내용의)을 듣고 계획에 있던 제품 구입을 서두르고 계신 분들이 계실지 모르겠네요. 그 제품이 TV이건 냉장고이건, 세탁기이건, 아니면 에어컨이건 간에, 과세대상인지 아닌지 정확하게 알아보고 구입을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대리점 직원들의 사탕발림에 넘어가 천천히 사도 될 물건을 무리해서 일찍 구입한 후 나중에 후회하는 일이 없으셨으면 좋겠네요.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인 것도 서럽지만, 1등이 1등 답지 못한 행동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때가 두 배는 더 서러운 것 같습니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