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직구장에서 벌어진 롯데와 LG의 경기, 롯데의 2연승 여부와는 별개로 가르시아의 플레이 때문에 말들이 많습니다. 뭐, 그럴만한 상황이긴 했죠.
전 어제(6일) 모처럼 혼자가 아닌 아버지와 그 친구분들을 모시고 야구장을 찾았습니다. 그리고 1루측 지정석 가장 앞자리에 앉아 있었지요. 즉, 간단히 말해 그 문제의 장면과 이후의 벤치 클리어링 상황을 가장 잘 볼 수 있는 곳에 있었다는 뜻입니다. 우선 그 점을 밝히고 시작하도록 하죠.
그리고 이 포스팅의 제목 끝에 ‘(2)’가 붙는 이유는 작년에도 같은 제목의 글을 쓴 적이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한화와의 경기였죠. 재미있게도 그 당시의 경기와 어제 경기에서의 상황은 여러모로 비슷한 점이 많더군요. 당시 상황을 알고 싶으신 분은 아래에 링크된 글을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제 생각은 작년과 동일합니다. 제가 보기에 가르시아의 홈 쇄도는 ‘정당한’ 플레이였습니다. 오히려 김태군이 좀 안일하게 대처한 경향이 있었죠. 그 상황이었다면 충돌을 염두에 두고 자세를 낮추고 있던지, 아니면 아예 한 발 바깥으로 빠져서 글러브를 이용한 태그를 했어야 했습니다. 떡 하니 홈 플레이트를 가로 막고 있으면서 메이저리그 출신인 가르시아가 순순히 태그를 당해줄 것이라고 생각했다면 그건 오산이지요.
지난해 조범현 감독이 지적한바 있듯이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완전히 가리고 수비하는 것은 명백한 규정위반입니다. 한국 심판들은 유독 그러한 것에 관대한 편이고, 이제까지 그래왔기 때문에 지금도 그런 식으로 플레이 하는 포수들이 많지요. 하지만 그건 원래 해서는 안 되는 플레이란 말입니다.(원래라면 주루방해죠)
예전에 정근우가 2루 베이스를 자신의 정강이로 막고 수비를 하는 것이 문제가 된 적이 있죠. 당시 저는 “메이저리그였다면 주자들이 일부러 그 선수의 정강이 쪽으로 슬라이딩을 해서 다리를 부러뜨렸을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가르시아에게 그런 플레이를 했다면 정근우는 더 이상 프로선수로 뛰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김태군은 홈으로 가는 길목을 완전히 가로 막고 있었지요.
포수가 홈 플레이트를 가로 막고 있다는 것은 주자와의 충돌을 감수하겠다는 뜻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렇다면 가르시아의 몸통 쇄도를 염두에 두고 좀 더 자세를 낮추고 확실한 대응을 했어야지요. 좀 더 노련한 포수였다면 확실히 몸을 낮추고 쇄도해 들어오는 가르시아를 자신의 머리 위로 들어 올려 넘어뜨렸을 겁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시간적 여유가 있었고, 만약 실제로 그런 플레이가 나왔다면 가르시아가 다쳐서 롯데 팬들이 분노하건 말건 저는 김태군을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렸을 겁니다.
‘그런 상황에서는 양쪽 모두 힘을 주고 어깨로 부딪히는 것이 정석’이라는 말은 사실입니다. 오히려 그렇게 했을 때 양쪽 모두 부상을 당할 위험이 가장 낮기 때문이지요. 포수는 강화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프로텍터를 착용하고 있습니다. 동일한 힘으로 부딪히면 항상 손해를 보는 것은 주자라는 뜻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몸에서 가장 단단한 부분 중 하나인 어깨를 부딪혀 서로의 힘을 흘려 보내는 것이 가장 좋은 플레이라고 할 수 있죠.
단, 그렇다고 해서 가르시아의 플레이가 과하지 않았다는 뜻은 아닙니다. 위가 허용하는 범위라고 해서, 즉 배가 터지지는 않았다고 해서 음식을 계속 먹는다면 결국은 과식이 되어 배탈이 나고 말죠. 가르시아의 홈 쇄도가 바로 그런 플레이였습니다. 정당한 플레이는 맞지만, 분명 과한 면이 있었습니다. 그가 국내 선수였다면 아마도 그런 플레이는 하지 않았을 겁니다. 아쉬움이 남는 것은 사실이지요. 메이저리그 출신인 그에게 한국의 방식을 무조건 따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쉬움까지 깨끗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LG 선수들이 뛰쳐 나가는 것도 무리가 아니었습니다.
제가 LG 팬이었다면 어떤 반응을 했을지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팬심이 개입되면 또 모르는 것이니까요. 하지만 제가 만약 LG 코치였다면, 일단 가르시아에게 쌍욕을 퍼부은 다음에 김태군을 불러서 따끔하게 야단쳤을 것 같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말을 잠깐 빌리자면 “그런 플레이에 당하지 않는 게 프로”라고 생각하니까요. 방심은 종목에 관계없이 경기 중에 부상을 당할 수 있는 가장 빠른 지름길입니다.
결국 가르시아는 7회에 오상민이 던진 공에 등판을 얻어 맞았습니다. 주심과 포수였던 조인성은 또 한 바탕 난리가 날까 1루로 향하는 가르시아의 뒤를 따라갔지만, 정작 가르시아는 너무나도 태연하게 걸어갔습니다. 그것이 마치 당연하다는 듯이 말이죠.
사실 가르시아라면 자신에게 빈볼이 날아올 것을 이미 예상하고 있었을 겁니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정당성 여부를 떠나 동료를 다치게 한 상대 선수에게 보복을 하는 것이 상식이고, 가르시아에게 있어 자신이 공을 맞는 것은 김태군에게 바디체킹을 한 것만큼이나 당연하게 느껴졌을 테니까요. 그런 면에 있어서 가르시아의 플레이에는 나름 일관성(?)이 있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설마 이제 와서 이후에 있었던 가르시아의 2루 슬라이딩을 두고 문제 삼는 분은 없으실 거라 생각합니다. 주자는 그런 플레이를 하고, 수비수는 그런 플레이에 방해 받지 않는 기술을 익히는 것이 선진야구로 가는 방법입니다.
보너스. 이번 벤치 클리어링이 LG 선수단에 미칠 영향은?
개인적으로는 이번 벤치 클리어링이 LG의 입장에서는 딱 좋은 타이밍에 나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사실 야구에 존재하는 모든 행위에는 두 개의 얼굴이 존재하는데요, 그건 벤치 클리어링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이 심해지면 상대 팀과의 감정이 극도로 악화될 수도 있지만, 그 분위기를 잘 수습할 수 있다면 팀 단합에 있어 이것보다 좋은 것도 사실 없죠.
이형종과 봉중근, 그리고 이상훈의 글로 인해 분열 직전까지 간 LG에 있어 어쩌면 이날의 벤치 클리어링은 선수들의 집중력을 높일 수 있는 하나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실제로 그 이후 박용택의 3점 홈런이 터지면서 경기는 어떻게 진행될 지 알 수 없는 분위기가 되기도 했고, 경기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 방심할 수 없는 접전이 펼쳐졌었지요.
그것을 어떻게 이용하고 활용하는지는 박종훈 감독과 베테랑 선수들의 몫입니다. 그러한 모든 것을 고려하고 이용할 줄 알아야 하기 때문에 감독이란 위치가 힘든 것이기도 하지만, 그로 인한 영향이 실제 경기에서 곧바로 드러나기 때문에 야구라는 스포츠가 더욱 재미있는 것이기도 하지요. LG의 입장에서는 결코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출처=Daum 스포츠 조미예의 生生야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