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님, 롯데 왜 저러나요?
야, 롯데 대체 와 이라노?
니가 생각하기엔 롯데의 패인이 뭔데?
롯데 큰일이네요...
28일부터 30일까지, 그러니까 히어로즈에게 개막 2연전을 모두 내주고 30일 한화전에서 패한 후, 정학히 11건의 문자 메시지를 받았고, 7명이 네이트온을 통해 물어왔습니다. 롯데가 왜 이렇게 못하냐고...
제가 뭐라고 답할 수 있었겠습니까. 롯데가 3위 안에 들어갈 거라고 전망했던 한 사람으로서 지금 당장은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을 뿐입니다. 시범경기를 현장에서 지켜볼 때만 하더라도 거의 완벽에 가까운 경기력을 보여주던 팀이 단 일주일만에 어떻게 이렇게까지 달라질 수 있는지 그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물론 아직은 시즌 초반입니다. 133경기 중에 3번 졌을 뿐이죠. 나머지 130경기 중에 70번 이기면 4강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워낙 롤러코스터 타는 것을 좋아하는 팀이다 보니, 언제 또 갑자기 벡터맨 모드로 변신해서 미친듯한 기세로 연승가도를 달릴지 모를 일이지요.
다만, 현재 상태만 놓고 봤을 때는 심각해 보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김주찬을 중견수에 둔다는 것은 외야가 그린벨트로 묶이는 것과 다름 없고, 정보명을 3루에 둔다는 것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을 품에 안고 있는 것과 마찬가집니다. 야구는 ‘지키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지금의 롯데는 역으로 보여주고 있으니까요.
“투수를 살리는 것은 타자고, 타자를 살리는 것은 투수다”
제가 야구를 바라보는 시각은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야구라는 스포츠는 타자와 투수의 대결에서부터 시작됩니다. 투수와 타자 사이의 끊임없는 호흡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며, 그것은 상대 투수와 타자, 상대 타자와 투수의 관계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같은 팀원들 사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우리편 투수에게 힘을 실어주기 위해서 타자들은 기회가 왔을 때 점수를 뽑아줘야 합니다. 특히 투수가 야수들의 실책 등으로 비롯된 위기를 자신의 힘으로 벗어났다면 더더욱 그래야 합니다. 반대로 투수는 자신의 실투로 허용한 점수를 타자들의 활약에 의해 동점이나 역전에 성공했다면 그 점수를 지켜줘야 합니다. 야구는 그런 스포츠입니다.
투수라는 민감한 생물을 도와주기 위한 타자들의 끊임없는 노력, 팀의 마운드를 지키고 있는 자로서의 투수가 가진 책임감. 이것이 조화가 되어야 경기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현재의 롯데는 이것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이지요.
머릿속에서는 여러 시나리오가 떠오르고, 많은 생각들이 뇌리를 스쳐 지나갑니다. 하지만 아직은 기다려 볼랍니다. 이틀 전의 패배가 워낙 어이 없어서 과격한 목소리로 폭언을 퍼붓기도 했었는데, 그보다 더 처참한 모습으로 지는 걸 보니 오히려 냉정해지네요.
응원하는 팀의 승리를 믿고 기다린다는 것... 쉽지 않지만 팬들이 가져야 할 가장 첫 번째 덕목이 아닐까 싶습니다. 지금은 그 덕목을 발휘할 때인지도 모르지요. 그냥 기다려 봐야지요. 롯데가 왜 저러는지는 일단 한 달은 지나고 나서 생각해도 늦지 않을테니까요. 우선은 31일 경기의 승리부터 믿고 기대해 봅니다.
// 카이져 김홍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