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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MLB 배틀] 탐 글래빈 vs 존 스몰츠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19.

지난해 11월 30일 애틀란타 브레이브스의 팬들에게 기쁜 소식이 알려졌다. 팀의 프렌차이즈 스타 출신인 탐 글래빈이 뉴욕 메츠에서 보냈던 5년간의 외도를 끝내고 친정 애틀란타로 복귀한다는 뉴스가 보도되었기 때문이다.


메이저리그 팬이라면 90년대 메이저리그를 주름잡았던 ‘애틀란타 투수 3인방’을 모르는 이가 없을 것이다. 그렉 매덕스(42), 탐 글래빈(42), 존 스몰츠(41)로 이어지는 1~3선발이 함께하는 동안 애틀란타는 항상 지구 1위를 빼앗기지 않으며 최강자로서의 면모를 과시했다. 1991년부터 8년 동안 7번의 사이영상을 독식한 이들은 메이저리그 역최 최고의 투수 3인방이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을 비교해 볼 기회는 거의 없었다. 심지어 글래빈이 메츠로 떠나고 매덕스가 컵스로 보금자리를 옮긴 후에도 이들 3인방은 여전히 친구로만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로저 클레멘스가 스테로이드 파동에 휘말린 이후 ‘라이브 볼 시대의 가장 위대한 투수’라는 타이틀은 사실상 매덕스 혼자만의 것이 되었다. 글래빈이나 스몰츠라 하더라도 매덕스 앞에서 우위를 논할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글래빈과 스몰츠, 이 두 선수 중 은퇴 후 더 위대한 투수로 평가될 선수는 과연 누구일까.


애틀란타 3인방은 각각의 개성이 너무나도 뚜렷한 투수였다. 특히나 체인지업과 다양한 변화구를 사용해 내-외곽의 구석구석을 찌르는 기교파 글래빈과, 90마일 중반대의 포심과 위력적인 슬라이더로 무장한 파워피처 스몰츠는 그 스타일이 너무나도 달랐다.


글래빈은 지난해 역대 23번째로 300승을 돌파했다. 좌완 투수 중에는 5번째로, 이미 명예의 전당은 보장이 되어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2번의 사이영상(91,98)과 10번의 올스타전 출장(매덕스와 스몰츠는 8번)은 그를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1991년부터 2000년까지의 10년 동안 무려 5번이나 20승을 달성했으며, 모두 그 해 다승왕을 차지하기도 했다.


첫 풀타임 선발이었던 1988년 이후 20년 동안 큰 부상 한 번 없이 매년 자신의 몫을 다한 성실함도 돋보인다. 1992년 그렉 매덕스가 팀에 합류한 이후로는 2인자에 만족할 수밖에 없었지만, 그는 돈 드라스데일(샌디 쿠펙스와 원투펀치를 이루었던 전 LA 다저스 투수)을 넘어서는 역대 최고의 2선발이다.



이닝

피안타

볼넷

탈삼진

방어율

글래빈

303

199

0

4350

4231

1463

2570

3.51

스몰츠

207

145

154

3367

2954

984

2975

3.26



스몰츠도 지난해 글래빈과 마찬가지로 또 하나의 기념할만한 이정표를 세웠다. 200승 고지를 점령한 그는 200승과 150세이브 이상을 동시에 달성한 첫 번째 선수로 역사에 남게 된 것이다. 자신의 주무기인 슬라이더가 불러온 부상으로 2000년도를 잃어버려야 했던 스몰츠는 리그 최고의 클로저를 거처 다시금 위력적인 선발투수로 귀환했다.


매덕스와 글래빈이 기교파의 정점을 보여주었다면 스몰츠는 셋 중 젊은 층에게 가장 인기 있던 선수였다. 무시무시한 구위로 삼진을 잡아내던 모습은 팬들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이있다. 90년대 말에 들어 페드로 마르티네즈와 랜디 존슨이 각성하기 전까지 ‘내셔널리그 대표 파워피처’라는 호칭은 스몰츠의 것이었다.


전성기 시절에는 매덕스와 글래빈에 이은 3인자로 만족해야 했지만, 모두가 마흔이 넘은 지금 가장 뛰어난 기량을 과시하는 선수는 다름 아닌 스몰츠다. 1994년 자신의 선수 생활 중 가장 나쁜 4.14의 방어율을 기록한 이후 그의 방어율은 단 한 번도 3.50을 넘어간 적이 없다. 물론 현 메이저리거 중에 스몰츠만이 이러한 기록을 이어가고 있다.


글래빈과 마찬가지로 스몰츠의 명예의 전당 입성 가능성도 거의 확정적이다. 논란의 씨앗이 조금은 남아있지만 25개만 더 추가하면 16번째 3,000탈삼진의 주인공이 되기 때문에 그러한 논란은 곧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글래빈과 스몰츠, 이 두 명은 지금까지 5번의 맞대결을 펼쳤다. 그 명성에 걸맞게 각각 한 번씩을 제외하고는 모두 퀄리티 피칭을 선보이며 매번 치열한 투수전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그 결과 승운이 따라주지 않았던 글래빈(1승 2패 2.67)은 더 좋은 방어율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스몰츠(3승 1패 3.31)에게 판정패하고 말았다.


<맞대결 결과>
2005년 7월 15일 글래빈 7이닝 1실점, 스몰츠 7이닝 1실점, 스몰츠 승
2007년 4월 7일 글래빈 5.1이닝 2자책, 스몰츠 6이닝 2자책, 스몰츠 승
2007년 4월 22일 글래빈 6이닝 3자책, 스몰츠 5.2이닝 6자책
2007년 5월 24일 글래빈 6이닝 2실점, 스몰츠 7이닝 무실점, 스몰츠 승
2007년 9월 2일 글래빈 6이닝 1실점, 스몰츠 7이닝 3실점, 글래빈 승


절친한 친구에서 라이벌로, 라이벌에서 다시금 팀 동료가 된 두 사람은 2008년 애틀란타를 이끌어갈 양대 산맥이나 다름없다. 3인방 중 2명 이상이 함께 하는 동안, 애틀란타는 한 번도 지구 우승을 놓친 적이 없다. 이 둘이 2년간 내어주었던 왕좌를 다시금 빼앗아 올 수 있을까. 최고의 라이벌이자 친구인 글래빈과 스몰츠의 올 시즌 행방이 기대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