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버닝곰의 뻬이스볼리즘

돌아온 ‘에이스’ 이현승, 그리고 오재원 딜레마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4. 21.

▶ 이현승은 언제쯤 두산에서의 첫 승을 기록할 수 있을까

 

20일부터 홈에서 SK와 주중 3연전을 펼치는 두산은 3연전의 시작인 20일 경기에 이현승을 선발로 내세웠다. 두산으로서는 큰 기대를 안고 모셔온 선수지만 그 동안은 실망스런 경기력으로 인해 코칭스태프의 속을 까맣게 타 들어가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 날 경기에서 보여준 이현승의 피칭은 다시금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얻기에 충분했다. 이현승은 6 2사 이후 마운드를 내려가기 전까지 5⅔이닝 동안 2안타 2볼넷 만을 내주고 삼진 5개를 빼앗으며 SK의 타선을 침묵시켰다.

 

지난 15일 광주 KIA전에서 6이닝 2자책의 성적을 거두면서 실망한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어느 정도 회복했다면, 20일 경기는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완벽히 회복할 수 있는 경기 내용이었다.

 

비록 경기는 끝내 패했지만, 이 날 이현승의 피칭 내용은 두산으로 이적해온 뒤 보여준 모습 중 가장 뛰어난 것이었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안정된 컨트롤을 선보이며 특유의 완급조절로 SK의 타선을 무득점으로 꽁꽁 틀어막았다.

 

나중에 역전 결승타의 주인공이 된 박정권도 이현승에게는 3타석 연속 삼진으로 물러났었다. 되살아난 이현승의 구위를 가늠케하는 대목이다. 이현승과 트레이드 되어 넥센으로 둥지를 옮긴 금민철이 맹활약함에 따라 조급증이 우려되는 상황이었으나, 이 날의 호투로 다시 안정세를 되찾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두산은 임태훈, 이재우 등 마운드의 핵심전력들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다. 거기다 용병 투수 왈론드는 연이은 부진으로 인해 코칭스태프의 신임을 잃어가고 있다.

 

그러한 상황이기에 이현승의 호투가 더없이 반갑다. 이현승이 제 역할만 해준다면 두산은 히메네즈, 김선우, 이현승으로 이어지는 위력적인 1~3선발의 구축이 가능해진다. 여기에 두산의 자랑인 강력한 불펜진이 힘을 보탠다면 패넌트레이스 1위의 꿈이 현실이 되어 다가올 공산이 크다.

 

숙적 SK와의 경기에서의 패배가 뼈아프겠지만 두산은 그보다 더욱 값진 것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바로 '에이스'로 돌아온 이현승이다.

 


고영민 딜레마에 빠진 두산, 해답은 오재원!

 

시즌 초반, 두산의 주전 2루수 고영민이 등 부상으로 2군으로 내려가면서 두산의 2루는 일시적으로 공석이 되었다. 그리고 여러 선수들의 틈을 비집고 두산 2루의 자리를 차지한 선수는 오재원이었다.

 

주전으로 출장하게 된 오재원은 연일 맹타를 휘두르며 2번 타순에서 공격을 주도했다. 3할 대의 타율에 도루도 4개나 성공시키며 테이블세터로써의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냈다. 하지만 활약은 거기까지. 고영민이 1군으로 복귀하면서 오재원은 다시 벤치로 돌아갔다.

 

물론 그가 결장한 경기는 18일과 20, 고작 두 경기에 불과하지만 상승세를 타고 있던 오재원 에게는 무려 '두 경기나'로 다가왔을 것이다. 더구나 오재원을 '대신(?)' 2루수로 출장한 고영민은 그 두 경기에서 6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김경문 감독의 선택을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 감독 입장에서 고영민같이 정상급의 2루 수비력을 지닌 선수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을 터하지만 2루는 유격수와 같이 굉장한 수비력을 요하는 자리가 아니다. 조금 미치지 못하더라도 방망이가 좋은 선수를 쓰는 것도 나쁘지 않다.(하지만 최근 야구의 추세는 수비가 대세인 만큼 이 부분에 대해서는 그냥 넘어가자)

 

그러나 감독의 입장에선 고영민 같은 유능한 수비수를 벤치에 묵혀둘 수 없었고무엇보다 올 시즌 변화를 선언한 고영민이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남달랐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다면 고영민과 오재원이 공존하는 방법은 진정 없는 것일까? 2루에 수비력이 뛰어난 고영민을 반드시 기용해야만 하는 상황이라면 답은 하나다. 바로 이성열을 포기하는 것이다.

 

물론 이것도 쉬운 선택은 아닐 것이다. 올 시즌 개막전부터 줄곧 팀의 3번을 쳐온 이성열은 근래에 들어 다소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는 하나, 올 시즌 분명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무엇보다 부족한 장타력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라도 이성열은 현재 두산에 필수불가결한 존재다.

 

하지만 그의 부진이 장기화 된다면 그를 라인업에서 제외시키는 것을 심각하게 고려해 봐야 한다. 이성열이 라인업에서 빠지게 되면 지명타자 자리에는 최준석을, 그리고 1루에는 오재원을 기용할 수 있다. 이것이 얻는 효과는 단순히 타격 강화만이 아니다.

 

오재원은 원래 유격수 출신이다. 한때 손시헌이 군에 입대할 당시, 그의 대안으로 지목되었던 선수 중 하나가 바로 오재원이었다. 유격수 출신으로 넓은 수비범위를 가진 오재원이 1루를 지키게 된다면 두산은 막강한 내야 수비진을 구축할 수 있게 된다.

 

물론 1루수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송구를 잘 잡는 것이다하지만 이제는 우리 야구도 좌타자가 넘쳐나는 상황이다. 3루와 같이 강한 타구가 많이 향하는 곳이 1루라는 말이다. 따라서 더 이상은 송구만 잘 잡는다고 해서 좋은 1루 수비수라 할 수 없게 됐다. 우타자가 타석에 들어설 때에는 3루가 핫코너지만, 좌타자가 타석에 들어서게 되면 1루가 핫코너가 된다. 그렇기에 1루에 넓은 수비범위를 지닌 선수를 기용할 수 있다면 그것은 큰 장점이 될 수 있다.

 

물론 선택은 김경문 감독의 몫이며, 어쩌면 감독 스스로도 잘 알고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벤치에 묵혀두기에 지금의 오재원은 너무나 아까운 선수라는 사실을 말이다.

 

[사진=두산베어스]

//버닝곰(MLBspecia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