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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경기시간 13분 단축, 12초 룰의 효과는 확실하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4. 24.

올 시즌 프로야구가 개막하기 이전부터 최대의 화제를 몰고 왔던 두 가지는 바로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 12초 룰의 엄격한 시행이었습니다. 그 중 스트라이크 존과 관련된 문제는 개막 직후부터 계속해서 선수들의 불만을 자아내며 여러 가지 문제가 벌어지고 있죠. 그렇다면 12초 룰의 시행 결과는 어떨까요?

 

우리가 편히 ‘12초 룰’이라 부르는 것은 ‘루에 주자가 없을 때 투수가 공을 받은 후 12초 이내에 타자에게 투구하여야 한다’는 한국야구위원회(KBO)의 경기규칙 8 4항을 뜻합니다. 이미 기존에 존재하던 규칙이었지만 그 동안 전혀 지켜지지 않았던 것을, 올 시즌 KBO가 스피드업 정책의 일환으로 강화하겠다고 선언한 것이죠.

 

12초 룰이 지켜지지 않았을 때는 처음에는 경고를, 두 번째 부터는 볼로 선언이 됩니다. 올 시즌은 개막전에서 제1호 경고를 받은 한화의 카페얀을 비롯해 이동현(KIA), 봉중근(LG), 마정길(넥센) 등 제법 많은 선수들이 경기를 지연시켰다는 이유로 심판으로부터 경고를 받았지요. 하지만 스트라이크 존에 비하면 별 다른 잡음은 없는 편이라 할 수 있습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프로야구의 평균 경기시간은 3시간 22. 미국(2시간 52)과는 무려 30분의 차이가 났고, 일본(3시간 13)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했습니다. KBO가 지난 시즌 중반부터 경기 시간 단축을 위한 규칙을 계속해서 만들어내는 것도 이 때문이죠.

 

프로야구의 저변 확대와 더 많은 수익 창출을 위해서는 공중파 중계의 확대가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다면 경기시간의 단축은 필수적인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스피드업을 위한 KBO의 노력은 반드시 필요한 것이죠. 그렇다면 그 방법으로 내놓은 12초 룰의 효과는 어느 정도일까요?

 

현재까지 85경기가 치러진 올 시즌 프로야구의 평균 경기 시간은 3시간 9, 지난해보다 무려 13분가량이나 줄어들었습니다. 4시간 이상 소요된 시합은 총 6번으로 모두다 연장전까지 가는 접전 끝에 발생된 장기전이었습니다. 85경기 가운데 42%에 달하는 36경기가 3시간미만의 경기였고, 특히 지난 7일 조정훈이 환상적인 투구를 선보였던 롯데-LG 전은 1시간 57분 만에 끝나는 최단 시간을 기록하기도 했지요.

 

지금은 시즌이 개막한지 한 달 가까이 지났고, 전체 경기의 16%를 소화한 상황입니다. 물론 올 시즌은 유독 봄비가 많아 우천으로 인한 취소 때문에 4~5선발의 차례를 건너뛰고, 1~2선발급 투수가 다시 등판하는 경우가 많긴 했었죠. 그렇다면 경기 시간의 단축을 좋은 투수들이 많이 등판한 덕분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또는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로 인해 투수들이 유리해진 결과라는 의견도 있을 수 있겠죠. 실제 경기당 평균 득점은 지난해의 5.16점에서 4.91점으로 조금 줄어들었습니다.

 

그러나 경기당 팀별 안타수(9.01) 4사구 개수(4.76)에서는 지난해(9.34-4.56)와 별 차이가 없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13분의 시간 단축은 투수들이나 스트라이크 존의 문제가 아닌 12초 룰의 시행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평균득점이 줄어든 것은 경기당 홈런 개수가 1.09개에서 0.72개로 줄어든 결과라고 봐야할 겁니다.

 

그렇다면 적어도 현재까지는 12초 룰의 도입은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연장전을 제외하고 정규이닝인 9회로 끝난 시합의 평균 경기 시간은 거의 3시간 안쪽으로 형성되고 있습니다. 이만하면 주말의 공중파 방송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함께 시행된 스트라이크 존의 확대는 계속해서 잡음이 일고 있고, 그 실효성조차도 의문입니다. 투고타저를 줄이기 위한 방법의 일환이었지만, 실제 평균득점은 기대만큼 줄지 않았습니다. 경기당 평균 안타 개수와 홈런수가 조금 줄긴 했지만, 오히려 스트라이크존이 넓어졌음에도 불구하고 4사구 개수는 소폭이지만 늘어났죠.

 

반면 ‘12초 룰’만큼은 그 효과를 확실히 보고 있습니다. 아직은 익숙지 않고 100% 정착되기 위해서는 조금의 시간이 더 걸릴 지도 모르지요. 그렇지만 분명 눈에 띄는 효과가 나타나고 있으며, 그것은 프로야구계 전체를 위해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클리닝타임의 폐지로 인한 불편함은 시간이 가면 점점 익숙해질 거라고 봅니다. 개인적으로는 올 시즌 KBO가 가장 잘 한 일이 바로 이 ‘12초 룰’의 확실한 시행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