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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이해하기 힘든 로이스터의 선택, 대체 왜 진명호인가?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1.

롯데 자이언츠가 30일 경기에서 또 다시 최악의 패턴으로 경기에서 패했습니다. 선발 조정훈이 기대만큼 잘해준 것은 아니었지만, 어쨌든 무너지지는 않은 상황에서 타선까지 나름 선전하며 팽팽하던 경기가 불펜의 방화쇼로 인해 한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그런 패턴 말입니다.

 

올 시즌 중에 롯데는 이러한 형태의 패배를 제법 당했습니다. 그리고 그런 식으로 패한 이후에는 그 후유증이 오래가곤 했죠. 연패의 시작은 항상 그런 식이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오늘(5 1) 롯데의 선발은 신인 진명호(21)입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사도스키가 부상과 부진으로 2군으로 내려가자 그 대체 선발로 진명호를 낙점했습니다. 그리고 지난 일요일에 이어 다시 한 번 등판 기회를 준 것이죠.

 

하지만 왜 굳이 진명호를 내세워야 했던 것일까요? 개인적으로 평소 로이스터 감독의 선발 투수 운용에는 전혀 불만이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번만큼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군요. 왜냐면 지금 당장 진명호는 2군에서도 통하지 않는 그저 그런 투수이기 때문입니다.

 

효천고를 졸업한 진명호는 2008년에 있었던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전체 2번으로 롯데에 지명되었습니다. 15000만원의 계약금을 받고 입단했을 정도로 유망한 선수라는 뜻이긴 하지요. 그래서 롯데는 진명호를 차세대 선발감으로 지목하고 작년에 2군에서 집중 육성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2군에서 진명호가 받아든 성적은 3 4패 평균자책점 4.41로 그다지 돋보이지 않았습니다. 특히 9월에는 체력적인 한계를 드러내며 15이닝 동안 13실점하는 부진을 겪기도 했지요. 작년에 1군 무대에 한 번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도 바로 그런 이유에서였지요. 아직은 실전투입보다는 훈련이 더 필요한 투수입니다.

 

그런 진명호는 스프링캠프에서 로이스터 감독으로부터 눈도장을 받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5선발 후보로 이명우와 진명호를 지목하고, 둘을 경쟁시키기 시작했지요. 그리고 경쟁에서 승리한 이명우는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었고, 조정훈이 예상 외로 일찍 복귀하면서 잠시의 기회도 얻지 못한 진명호는 2군으로 내려가야만 했습니다.

 

어린 선수의 특징은 이러한 심리적 박탈감을 쉽게 이겨내지 못한다는 것이죠. 스프링캠프 때 로이스터 감독의 눈길을 받았던 구위는 어디로 간 건지 진명호는 2군 퓨쳐스 리그에서 두들겨 맞기 시작합니다. 4경기에 나와 13이닝을 던지는 동안 14실점(13자책), 무려 15개나 되는 4사구를 남발한 결과였습니다. 컨트롤이 완전히 흐트러진 것이죠.

 

진명호는 작년에도 2군에서 87.2이닝 동안 56개나 되는 4사구를 허용한 선수입니다. 구위는 괜찮을지 몰라도 컨트롤 자체에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비슷한 유형의 금민철이 제대로 된 투수로 1군에서 활약하기 까지 걸린 시간을 감안한다면, 진명호 역시 적지 않은 시간을 두고 집중 조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로이스터 감독은 선발에 공백이 생기자 진명호를 불러들입니다. 그의 구위만 보고 준비되지 않은 선수를 1군 무대에 세운 것이죠. 그리고 그 결과는 지난 25 SK전에서 5이닝 동안 홈런 4방을 얻어 맞으며 7실점이라는 결과로 나타났죠. 볼넷을 허용할 틈도 없이 두들겨 맞았습니다. 선발이 무너진 후의 롯데 불펜이 또 다시 7점을 헌납했음은 두 말할 필요도 없습니다.

 

경기 초반 진명호는 나쁘지 않은 피칭을 잠시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경기가 끝난 후에도 풀이 죽어 있는 모습은 아니었죠. 마침내 1군으로 올라왔다는 만족감 때문에 심리적인 박탈감을 날려버리고 자신감 있는 투구를 했기 때문인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자신감과 심리적인 요인을 떠나, 그는 기본적으로 1군 무대에서 버틸 수 있는 제구력이 부족한 선수라는 것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 롯데의 2군에는 20071차 지명 선수(계약금 17000만원)였던 이재곤(사진)이 2 2패 평균자책 1.96(남부리그 3)이라는 좋은 성적을 기록 중입니다. 4경기에서 23이닝을 소화했을 정도로 긴 이닝을 책임져주고 있으며, 4사구가 8개에 불과할 정도로 컨트롤도 안정되어 있습니다.

 

2007년 대통령배 전국대회에서 15년 만에 노히트 노런을 기록했던 제주관광산업고 출신의 김수완도 롯데 2군에 있습니다. 저런 기록을 남기고도 지명을 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롯데에 입단했지만, 올 시즌 퓨쳐스 리그 2번째 경기에서 6이닝 노히트를 기록하는 등 현재까지 2 1패 평균자책 3.13으로 성적이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23이닝을 던졌고, 4사구는 8, 탈삼진은 17개나 기록했습니다.

 

아무리 자신이 본 구위가 인상적이었다곤 하지만 이런 선수들에게 한 번쯤 기회를 주는 것은 어땠을까요? 과연 박정태 2군 감독과 커뮤니케이션이 되기는 한 건지도 의심스럽습니다.

 

진명호는 첫 1군 무대 등판 이후 이제 1군 타자들에 대한 감을 좀 잡았다. 다음에는 더 자신있게 상대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을 남겼지만, 글쎄요... 그가 이번 경기에서 KIA를 상대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요? KIA에는 최희섭을 비롯해 기본적으로 참고 기다리는 타자들이 몇몇 있습니다. 제구가 되지 않으면 주자를 모아줄 뿐이지요.

 

우선은 오늘 그의 피칭을 유심히 지켜보렵니다. 하지만 그다지 좋은 결과가 나올 것 같지는 않군요. 로이스터 감독은 이번 경기에서 이길 생각이 있긴 한 걸까요? 유망주를 키우기 위해 시즌 초의 한두 경기를 포기하는 것은 장기 레이스를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무척 의미 있는 일이라 생각하지만, 그것이 이재곤이나 김수완이 아닌 진명호를 위한 것이라면 낭비일 뿐이라는 느낌이 드는군요. 무엇보다 롯데는 지금 한 경기를 낭비해도 될 만큼 여유 있는 상황이 아니니까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롯데 자이언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