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벌어졌던 롯데-SK의 사직 경기에서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었죠. 5회말 인필드 플라이와 관련된 판정시비로 12분 가량 경기가 중단되었습니다. 결국 다소 석연치 않은 판정이 내려지며 사태는 일단락 되었는데요. 그렇다면 대체 어떻게 된 상황일까요?
일단 ‘인필드 플라이’가 무엇인지는 다들 아실 거라고 생각하고 설명을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동영상부터 한 번 보시죠(네이버 동영상 링크)
관련규정 - 야구규칙 2.40 Infield Fly(인필드 플라이)
- 무사(無死) 또는 1사때 주자가 1,2루 또는 1,2,3루에 있을 때 타자 가 친 플라이 볼 (라인 드라이브 또는 번트를 하려다가 플라이 볼이 된 것은 제외)로서 내야수가 보통 수비로 포구할 수 있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투수, 포수 및 어느 외야수라도 내야에 위치하고 앞서의 플라이 볼에 대하여 수비를 하였을 때 는 이 규정을 적용, 내야수로 본다. 심판원 타구가 명백히 인필드 플라이가 된다고 판단 했을 경우는 주자를 위해서 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고해야 한다. 또 타구가 베이스 라인 부근에 뜬 플라이 볼일 때에는 [인필드 플라이 이프 페어]를 선고한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되어도 볼 인 플레이 이므로 주자는 플라이 볼이 잡히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으나, 플라이 볼이 잡힐 경우 리터치(Retouch)하지 않으면 보통의 플라이와 같이 아웃될 우려가 있다. 공이 야수에게 잡힌 뒤에는 리터치 하고 진루할 수 있다. 그리고 타구가 파울 볼이 되면 다른 파울 볼과 같이 취급된다. 인필드 플라이로 선고된 타구가 최초에 (아무에게도 닿지 않고) 내야에 떨어져도 파울 볼이 되면 인필 드 플라이로는 되지 않는다. 또 이 타구가 최초에 (아무 것에도 닿지 않고) 베이스 라인(Base Link)밖에 떨어져도 결국 페어 볼이 되면 인필드 플라이가 된다.
[原主] 심판원은 인필드 플라이의 규칙을 적용할 때 내야수가 보통의 수비로 포구할 수 있었느냐 없었 느냐를 기준으로 해야 하며, 예를 들어 잔디나 베이스라인 등을 임의대로 경계선으로 설정하여서는 안된 다. 가령 플라이 볼을 외야수가 처리하더라도 그것은 내야수가 쉽게 포구할 수 있었다고 심판원이 판단 하면 인필드 플라이로 해야한다. 인필드 플라이는 어플 플레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된다. 심판원의 판단은 모든 것에 우선하며 그 결정은 바로 내려져야 한다. 인필드 플라이가 선고 되었을 때 주자는 위험을 무릅쓰고 진루할 수 있다. 인필드 플라이로 선고된 페이 볼은 내야수가 고의낙구(故意落球) 했을 때는 6.05(1)의 규정에 관계없이 볼 인 플레이이며, 인필드 플라이의 규칙이 우선한다.
[註] 인필드 플라이는 심판원이 선고하여야만 효력이 발생한다.
5회 1사 1,2루 상황에서 이대호가 타석에 들어섰습니다. 그리고 방망이가 부러지면서 때린 이대호의 타구가 다소 얕게 뜨면서 투수와 2루수-유격수 사이의 빈 공간으로 날아가죠. 그리고 그걸 SK의 야수들이 결국 잡지 못하고 놓치고 맙니다. 그 공을 집어든 송은범은 3루로 공을 뿌리죠. 2루 주자였던 손아섭은 아직 3루에 도착하지 않은 상태였고, 베이스를 밟은 상황에서 공을 받은 3루수 최정은 포스 아웃이 된 줄 알고 더블 플레이를 위해 다시 2루로 던졌습니다. 홍성흔은 이미 2루에 도착한 상황이라 세이프.
이 화면만 보면 이대호가 내야의 얕은 뜽 공을 때렸지만, 그게 플라이아웃이 될 지도 몰라 2루 주자 손아섭이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하지 못해 벌어진 상황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손아섭은 3루에서 아웃되고, 타자와 1루 주자는 그대로 살아서 2사 주자 1,2루가 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후 상황은 다르게 흘러가죠. 오훈규 주심이 임채섭 2루심을 불러서 어떤 이야기를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심판원 전부가 모여 의논을 하더니 이대호의 아웃을 선언하고 손아섭을 다시 3루로 불러들입니다.
이 과정에서 해설자와 캐스터가 확실치도 않은 상황에서 이런저런 추측으로 여러 가지를 말하는 바람에 오히려 경기를 지켜보던 시청자들의 이해를 방해하고 말았는데요. 그렇다면 정확하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대호가 타구를 때린 직후 주심인 오훈규 심판이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했습니다. 문제는 정작 타구가 날아간 방향에 있던 2루심과 3루심은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하지 않았고, 선수들도 인필드 선언이 된 줄 몰랐다는 점이죠. 주심의 저 콜을 다른 선수나 심판은 대부분 몰랐다는 겁니다.
결과적으로 그 타구는 잡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SK 내야수들은 그 타구를 플라이로 잡지 못하고 놓쳤습니다. 이대호가 공을 때리자 마자 고개를 돌린 송은범은 주심의 콜을 보지 못했을 겁니다. 2루 주자인 손아섭과 3루수 최정도 몰랐다는 점을 고려하면 2루수와 유격수도 주심의 선언을 확인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따라서 고의낙구라고 보기도 어려웠죠.
어쨌든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된 이상 타자 주자인 이대호는 타구가 잡히든 말든 아웃입니다. 문제는 이후의 상황이죠. 인필드 플라이는 일단 타자에게 적용되는 것입니다. 주자에게 미치는 영향은 두 가지로 나뉘는데요. 그것을 잡았을 때와 잡지 못했을 때입니다.
인필드 플라이를 수비수가 잡았을 경우에는 보통의 플라이 아웃과 마찬가지로 주자는 일단 본래의 루로 돌아가서 베이스를 찍어야 합니다. 그 뒤는 상황에 따라 진루를 노려볼 수도 있겠지만, 내야 뜬공에 그런 플레이를 하는 선수는 없겠지요.
반대로, 인필드 플라이를 잡지 못했을 경우에는 타자는 그대로 아웃되지만 주자들은 보통의 페어볼과 마찬가지의 상황이 됩니다. 즉, 귀루를 하지 않고도 진루를 노릴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때는 보통의 플레이 상황처럼 2루와 3루에서는 태그를 해야만 주자를 아웃 시킬 수 있습니다.(타자 주자가 아웃되면서 1루가 비어 있으니까요)
하지만 3루수 최정은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된 상황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으니, 일반적인 내야의 페어볼 타구로 생각하고 포스 아웃이 되었다고 여긴거죠. 그리고 더블 플레이를 노리기 위해 2루로 던졌습니다. 사실, 1루 주자 홍성흔과 2루 주자인 손아섭도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된 지 몰랐기 때문에 진루를 시도한 것이었습니다. 선언이 된 줄 알았으면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뛸 필요가 없었지요.
결과적으로는 주심이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이미 내린 상황이었고, ‘나머지 모두가 모르고 벌어진 상황’에서 롯데의 주자들은 한루씩 덤으로 진루하는 우연찮은 소득을 거둘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태그를 하면 아웃시킬 수 있는 상황에서, 태그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최정에게는 실책이 주어졌죠. 해설자가 계속 언급했던 주루방해나 수비방해에 대한 판정은 전혀 없었습니다.(그나저나 최정은 무척 억울할 겁니다.)
그렇다면 대체 잘못은 누가 한 걸까요? 적어도 제가 생각하기에 그 상황에서 잘못한 사람은 딱 한 명, 바로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한 오훈규 주심 본인입니다.
타구가 좀 애매했죠. 인필드 플라이 선언은 주심만이 아니라 심판원 전원이 자신의 재량에 의해 판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보통은 타구가 날아가는 방향의 심판이 선언을 하면 다른 심판들이 따라서 선언을 하곤 하죠. 하지만 정작 2루심과 3루심이 자신의 판정으로 인필드를 선언하지 않았습니다. 즉, 오훈규 주심을 제외한 그라운드 위의 그 누구도 그 타구가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어야할 정도의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던 거죠. 루심은 물론 선수들까지두요.
그런 타구는 사실 때린 타자가 운이 없는 케이스죠. 인필드 플라이도 되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더블 플레이가 되고 마는 그런 타구.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았다고 가정하면, 일부러라도 떨어뜨려서 투수-2루-1루로 이어지는 병살을 노렸어야 하는 그런 타구였습니다. 운 좋게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면 타자주자만 아웃되고 2사 1,2루의 상황이 이어져야 했지요. 그런데 당황한 나머지 송은범이 2루로 던져서 더블 플레이를 노려야 한다는 생각도 하지 못하고, 3루로 던졌죠. 그 정도로 특이한 타구였다는 뜻입니다.(어쨌건 송은범의 이 플레이는 결과와 관계없이 일종의 본헤드 플레이였습니다.)
그런데 주심을 제외한 누구도 그것을 인필드 플라이라 생각하지 못하면서 묘한 상황이 만들어졌죠. 적어도 오훈규 주심이 인필드 플라이 선언을 가장 먼저 내렸다면, 좀 더 적극적인 제스쳐로 다른 심판원들의 동시 판정을 유도했어야 했습니다. 하지만 주심은 다른 심판들도 당연히 인필드 플라이를 선언할 줄 알았던지, 동작이 좀 약했죠. 주심의 ‘오산’이었던 겁니다.
인필드 플라이에 대한 판정은 심판의 고유 권한입니다. 따라서 그걸 두고 ‘오심’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요. 하지만 좀 더 제대로 된 대처가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사실입니다. 김성근 감독의 항의가 길어지는 것도 당연합니다. 심판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아 일단 3루심은 손아섭의 아웃을 판정했었으니까요. 결국, 이 사건은 심판들의 원활하지 못한 경기 진행 때문에 벌어진 한편의 촌극이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집고 넘어가야 할 또 하나의 문제. 바로 주루 방해 부분인데요. 만약 인필드 플라이가 선언되지 않았다 하더라도 어쩌면 결과적으로는 1사 만루의 상황이 되었을지도 모릅니다. 나주환은 타구를 잡으러 가다가 중간에 멈췄죠. 뛰어 가는 과정에서의 충돌은 어쩔 수 없지만, 이후로는 주자의 동선을 방해하지 않게 무조건 재빨리 피해줘야만 했습니다. 아무리 짧은 시간이라고 해도 그렇게 몸을 부대끼는 상황이 나왔다면 그건 주루 방해로 봐야 한다고 전 생각합니다.
관련규정 - 야구 규칙 2.51 Obstruction(업스트럭션. 走壘妨害)
- 야수가 공을 갖고 있지 않을 때 또는 공을 처리하는 행위를 하지 않고 있을 때, 주자의 주루를 방해하는 행위이다.( 7.06(a) , (b) )
[原主] "야수가 공을 처리하는 행위를 하고 있음"이란 야수가 잡으려고 하든가, 송구가 직접 야수를 향하고 있고 더구나 바싹 앞에 와 있어 야수가 이것을 받는데 적당한 위치에 있지 않으면 안될 상태를 말한다. 이 것은 오로지 심판원의 판단으로 결정한다. 야수가 공을 처리하려다가 실패한 뒤에는 더 이상 공을 처리하고 있는 야수로 보지 않는다.
어쩌면 인필드 플라이 선언으로 인해 결과적으로 손해를 본건 롯데 일수도 있다는 뜻이죠. 따로 궁금하신 점 있으신 분들은 댓글로 남겨주시기 바랍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스포츠조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