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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부끄러운 빈볼' 이용훈의 퇴장은 당연한 결과!!

by 카이져 김홍석 2010. 5. 14.

이왕이면 롯데의 시합이 아닌 다른 경기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이번에도 롯데와 관련된 경기네요. 어쩔 수 없습니다. 이틀 연속 가장 관심이 갈만한 장면을 연출했으니까요. 그것도 팬들조차 부끄러움을 느낄만한 꼴불견이라고 할 수 있는 추한 장면을 말이지요.

 

13일 사직에서 벌어진 롯데와 SK의 경기 도중, 롯데 투수 이용훈이 경기 도중빈볼을 던졌다는 이유로 퇴장 당했습니다. 볼 판정 때문에 심판에게 항의하다 퇴장 당한 삼성 강봉규에 이은 시즌 2호 퇴장이지만, 투수로는 처음, 그것도 고의사()구로 인한 퇴장이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일단 결론부터 말씀 드리자면, 저는 이번 판정에 대해주심이 정말 탁월한 결정을 내렸다라고 생각합니다.(네이버 동영상 링크)

 

롯데가 0-4로 뒤지고 있던 4회초 2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 SK의 돌격대장 정근우가 타석으로 들어섭니다. 정근우는 경기 시작과 동시에 1회초 선두타자 홈런을 날리며 롯데 선발 이용훈의 사기를 꺾었고, 2회에는 2루타까지 때려내며 투수를 괴롭혔죠. 선발투수에게 있어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봤을 때, 이날 경기에서 이용훈을 무너뜨린 1등 공신이 바로 정근우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런 정근우가 맘에 들지 않았던 것일까요? 이용훈의 초구는 정근우의 몸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인코너 승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몸을 향해날아간 투구였습니다. 날랜 정근우가 황급히 피하긴 했지만, 위험천만한 순간이었죠. 그냥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을 텐데, 그때부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기 시작합니다.

 

이용훈의 2구째도 정근우의 몸통을 향해 날아갑니다. 분위기가 조금 이상하다는 것을 그때서야 느낄 수 있더군요. 3구째는 한가운데 스트라이크로 들어갔지만, 결국 4구째에 사단이 나고 맙니다. 1,2구째 보다 더욱 깊숙이 날아간 공은 기습번트를 시도하려던 정근우의 옆구리를 정통으로 맞히고 맙니다. 맞은 부위로 봤을 때, 꽤나 고통이 심했을 겁니다. 맞자마자 엄청난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죠. 결국 정근우는 나중에 교체되어 병원으로 향했습니다.

 

이 상황에서 주심인 임채섭 심판은 경고 없이 곧바로 이용훈의 퇴장을 명합니다. 그 속이 너무나 뻔하게 들여다 보이는정황상의 빈볼이었으니까요. 쓰러진 후 곧바로 일어나 이용훈을 바라보는 정근우의 표정에서고통이 아닌분노울분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임채섭 심판의 퇴장 조치는 너무나 명쾌하고도 탁월한 결정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상황이라면, 고의성 여부와는 관계없이 무조건 이용훈을 퇴장시키는 것이 더 큰 사태를 막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요.

 

중계를 하던 이순철 해설위원이 방송임에도 불구하고 애써 돌려 말하지 않고고의로 보인다고 직접적으로 표현했을 정도로 정황상 증거는 이용훈의 투구가 빈볼일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두 팀은 재작년부터 쌓여온 감정의 골이 상당히 깊은 편이죠. 작년에는 조성환 사건도 있었고, 최근 롯데가 SK에게 10연패를 당하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이 경기를 통해 11연패째가 가시화되고 있었죠. 게다가 상대는 올 시즌 처음으로 선발등판을 맞이해 의욕에 차있던 이용훈의 피칭을 시작부터 어긋나게 만든 정근우, 마침 2아웃에 주자 없는 상황이니 빈볼을 던지기에 가장 적합한 타이밍이기도 했습니다.

 

보통의 빈볼은 한 번의 경고를 준 후 퇴장조치 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하지만 정황상의 증거가 이토록 확실한데다, 정근우의 몸을 향해 날아간 것이 그 타석에서만 3번째였죠. 그렇다면 더 큰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을 막기 위해서라도 퇴장을 선언하는 것이 현명한 선택이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제가 이 블로그의 포스팅을 통해 여태껏 일관되게 주장해온 부분이기도 합니다.

 

심판은 투수의 공에 타자가 맞았을 경우, 빈볼로 판단되면 경고 조치 없이 곧바로 투수를 퇴장시킬 수 있습니다. 또한, 공이 타자의 머리를 향해 날아갔을 경우에는 고의성 여부와 관계없이 퇴장 명령을 내릴 수 있습니다. 이것은 더 큰 사태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심판에게 주어진 권한입니다. 하지만 실제로 그러한 조치가 내려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죠.

 

지난해 조성환이 안면에 공을 맞았음에도 불구하고 당시 주심이었던 나광남 심판은 채병용을 퇴장시키지 않았습니다. 채병용은 심판에 의해퇴장당한 것이 아니라 김성근 감독에 의해교체되었었죠. 결국 그것은 이후 김일엽의 보복(?)으로 이어지며 양 팀의 몸싸움으로 확대되고 말았습니다. 애당초 채병용을 퇴장시켰다면 그렇게까지 사태가 악화되지는 않았을 겁니다. 게다가 우습게도 주심은 벤치 클리어링의 원인이 된 김일엽과 박재홍도 퇴장시키지 않았었죠. 결국 그때의 앙금이 지금 이 사태의 발단이 되었다고 봐도 될 것입니다.

 

투수의 공이 상대 타자의 머리를 향하면 고의성 여부를 떠나 일단 퇴장을 시키는 것이 달아 오른 분위기를 추스르고, 이후의 원활한 경기진행에 도움을 줍니다. 이번처럼 고의성이 뻔히 보이는 상황이라면, 머리가 아니라 몸에 맞더라도 퇴장 조치를 내리는 것이 좋습니다. 실제로 그렇게 이용훈이 퇴장 당한 후, SK 투수들은 보복구를 던지지 않았죠. 롯데는 경기만이 아니라 매너에서도 SK에게 완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이용훈의 주장대로 빈볼이 아닐 수도 있습니다. 아니, 일단 그렇다고 칩시다. 그렇다고 상황이 달라질까요? 아니죠. 고의성이 없이 제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우연히발생한 몸에 맞는 공이었다 하더라도 당시 이용훈은 퇴장 당해야 마땅했습니다.

 

야구에서 투수라는 보직은 맞으면 큰 상처를 입을 수도 있는 단단한 공을 사람을 향해 던지는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투수는 그 공을 자신의 뜻대로 컨트롤할 수 있는 능력을 일정 수준 이상 갖추어야 하지요. 그렇지 않고는 큰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일이 없었지만, 메이저리그에서는 1920년 레이 채프먼이라는 선수가 머리에 공을 맞고 사망한 안타까운 사건이 실제로 있었습니다.

 

이용훈의 투구는 하나도 아니고 무려 세 개나 정근우의 몸통을 향해 날아갔습니다. 고의가 아닌 제구가 되지 않아 이루어진 일이었다면, 이용훈은 이미 그 시점에서 투수로서 마운드에 서 있을 자격을 잃어버렸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그 정도의 제구가 불가능한 투수는 마운드를 지킬 자격이 없습니다. 당연히 그라운드에 있을 자격을 박탈해야지요!! 제구가 되지 않는 투수는 칼집이 없는 명검을 든 어린아이와 다를 바 없으니까요.

 

이용훈의 치기 어린 빈볼은 이제 롯데 팬들이 더 이상 SK를 향해 돌을 던질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명분이 사라졌기 때문이지요. 적어도 지금은 그렇습니다. 롯데는 SK를 욕할 자격이 없습니다. 그것이 고의로 인한 빈볼이었든, 아니면 마운드에 설 자격이 없는 투수를 내세웠기 때문이든, 결과는 마찬가지입니다.

 

적어도 이번만큼은 매너와 시합에서 모두 승리한 SK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냅니다. 특히 충분히 화가 났을 텐데도 마운드로 뛰어 올라가지 않아, 결과적으로 벤치에서 이미 뛰어나온 양팀 선수들의 직접적인 충돌을 막은 정근우 선수에게는 감사의 말도 함께 전하고 싶습니다. 오늘은 SK 당신들이 승리자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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