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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MLB Stories

매니 라미레즈, 올해는 MVP를 수상할 수 있을까?

by 카이져 김홍석 2008. 1. 23.

메이저리그 역사상 가장 상복이 없는 선수는 누구일까?


이 질문에 대해 정해진 답은 없다. 그렇지만 굳이 현역 선수 중에 한 명을 꼽아 본다면, 그 선수는 바로 보스턴 레드삭스의 매니 라미레즈일 것이다.


알버트 푸홀스나 블라드미르 게레로 등이 등장하기 전부터 ‘괴물타자’라는 평가를 받았던 라미레즈는 지금까지 단 한번도 MVP를 차지한 적이 없다. 일부 팬들은 라미레즈가 165타점을 기록했던 1999년에 MVP를 수상한 것으로 알고 있기도 하지만, 그 해 수상자는 ‘퍼지’ 이반 로드리게스였다.


지난 10년간 최고의 라이벌로 끊임없는 비교대상이 되었던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작년까지 3번의 MVP를 수상했으며, 까마득한 후배인 푸홀스 조차도 2005년 내셔널 리그 최고의 별로 선정이 되었지만, 라미레즈만은 MVP와 거리가 멀었다.


라미레즈가 MVP를 수상하지 못했던 가장 큰 이유는 그의 잦은 부상 때문이었다. 출루율과 장타율 등의 비율 스탯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했지만, 매년 평균 20경기 이상 결장했던 라미레즈는 누적 스탯에서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출루율과 장타율은 각각 3번씩 리그 1위에 올랐으나, ‘타점 머신’이라는 별명으로도 불렸던 라미레즈가 리그 타점왕을 차지한 것은 앞서 언급했던 1999년 단 한 번뿐이었다.


너무나도 강했던 팀 동료들도 라미레즈의 MVP 수상을 가로막았다. 과거 클리블랜드 시절에는 알버트 벨과 로베르토 알로마를 비롯해 데이빗 저스티스, 짐 토미 등과 한솥밥을 먹었고, 보스턴으로 이적한 후에는 데이빗 오티즈라는 훌륭한 타자와 함께했다.


팀 타선이 강한 것은 포스트 시즌 진출의 원동력이 되었으나, MVP 투표에서는 표가 나누어지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했다. 특히 오티즈는 라미레즈와 비교해도 결코 부족하지 않은 성적을 보이며 오히려 더 많은 표를 얻기도 했다. 기회가 될 때마다 팀원끼리 표가 갈리는 바람에 라미레즈는 MVP 투표에서 2위에 오른 적도 없다.


그런 라미레즈는 지난해 극심한 부진을 보이며 팬들을 안타깝게 했다. 20홈런 88타점 그리고 4할대로 떨어진 장타율은 그가 풀타임 메이저리거가 된 1995년 이후 최악의 성적이었다. 지난 시즌 중 무난히 달성할 것으로 보였던 500홈런도 올해로 미뤄야만 했다.(현재 490홈런)


미국의 스포츠 전문 사이트인 ESPN은 스토브리그 기간을 통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하고 있는 선수들을 선정해 ESPN의 칼럼니스트들이 팬들과 함께 토론하는 시간을 마련하고 있다. 여기서 ‘최고의 타자’로 선정되어 도마 위에 오른 두 명의 선수는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알버트 푸홀스였다.


매니 라미레즈의 이름은 어디에도 언급되지 않았다. ‘최고의 타자’라는 평가에서는 결코 그 둘에 비해 부족함이 없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라미레즈가 이렇게까지 노골적으로 무시된 적은 처음이다. 지난해 포스트 시즌에서 맹활약하며 건재함을 과시했다지만, 정규시즌에서의 부진으로 인해 그의 주가는 크게 하락하고 만 것이다.


올해도 변함없이 레드삭스는 강하다. 큰 이변이 없는 한 포스트 시즌 진출은 무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매니 라미레즈 본인만 건강하고 좋은 성적을 거둔다면 언제든지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상황이다. 물론 그러기 위해서는 데이빗 오티즈와 알렉스 로드리게스라는 내-외부의 적과의 싸움에서 승리해야만 한다. 36살이 된 라미레즈로서는 이번이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명예의 전당에 오른 에디 머레이(504홈런 1917타점), 멜 오트(511홈런 1860타점) 그리고 데이브 윈필드(465홈런 1833타점) 등은 최고의 선수로 평가받고 있지만 다들 MVP와는 거리가 멀었다. 하지만 이들조차도 매니 라미레즈와 비교한다면 우위를 점할 수 없을 것이다.


라미레즈가 끝끝내 MVP를 수상하지 못하고 이대로 은퇴한다면, 마이크 피아자와 함께 ‘MVP를 수상하지 못한 역대 최고의 선수’라는 그다지 달갑지 않은 호칭으로 불리게 될지도 모른다.


과연 2008년에는 매니 라미레즈가 MVP의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보스턴 레드삭스의 연속 우승 가능성과 더불어 메이저리그 팬들의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