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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타임스 필진 칼럼

이승엽에게 바람직한 선택은 무엇일까?

by 카이져 김홍석 2010. 6. 24.

요미우리 자이언츠의 이승엽(34, 요미우리)이 올 시즌 처음으로 2군으로 내려갔다. 지난 21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이승엽은 시즌 48경기에 출전해 타율 0.173 5홈런 11타점을 기록하고 있었다.

 

사실 이승엽의 2군행은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이었다. 시즌 개막전부터 이미 다카하시 요시노부에 주전 1루 자리를 내주며 벤치에서 대타와 대수비로 나서는 경우가 잦았다. 간간이 홈런포를 쏘아 올리기는 했지만, 꾸준한 출장기회가 주어지지 않는 가운데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요미우리가 시즌 초반부터 꾸준히 선두권을 유지하고 있는 가운데, 경쟁자들이 좋은 성적을 올리며 이승엽의 필요성이 그리 크게 대두되지 않았던 것도 기회를 줄어들게 만들었다.

 

지난 2년간의 부진으로 팀 내 입지를 상실한 것은 본인 책임도 있지만, 최근의 대우는 요미우리 구단이 더 이상 이승엽을 팀에 중요한 선수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씁쓸한 현주소다. 올 시즌을 끝으로 요미우리와의 4년 계약이 만료되는 이승엽으로서는, 현지에서도 요미우리와의 인연이 거의 끝나가고 있다는 게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올해의 전망도 암울해지면서 앞으로 이승엽의 거취가 더욱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요미우리와의 재계약이 사실상 어렵다고 봤을 때, 이승엽에게 남은 선택은 일본 내 다른 구단으로의 이적 혹은 국내 복귀 둘 중의 하나다. 이승엽의 적지 않은 나이를 감안할 때 메이저리그 진출은 현실적으로 더 이상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만일 이승엽이 국내에 복귀할 경우, 우선은 친정팀인 삼성행이 유력하다. 다른 구단과도 협상이 가능하지만, 현행 FA 규정상 이승엽의 일본 진출 직전인 2003년에 삼성에서 받은 연봉 63,000만원의 450%283,000만원(혹은 300%189,000만원+보상선수 1)이라는 막대한 금액을 보상금으로 지불해야만 한다. 제 아무리 이승엽이라도 이런 어마어마한 지출을 감수할 구단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병규나 정민태, 이종범 같은 선배들이 그러했듯 이승엽도 친정팀으로의 복귀를 타진하는 것이 사실상의 유일한 대안인 셈이다.

 

하지만 이승엽이 국내에 돌아오는 것도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 현재 삼성의 사령탑을 맡고 있는 선동열 감독은 이승엽의 국내 복귀 가능성에 대하여 여러 번 난색을 표한 바 있다. 표면적으로는 기왕이면 일본에서 명예회복을 하고 돌아오라는 격려의 의미라고는 하지만, 팀 사정을 빌미로 이승엽의 복귀를 달갑지 않게 여기는 듯한 기색이 역력하다. 팀 내에 이미 최형우, 박석민, 채태인 같은 젊은 타자들이 어느 정도 성장한 만큼 이승엽이 들어올 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선동열 감독이 야구계 선배로서 자신의 생각을 밝히는 것은 자유지만, 이승엽은 자타가 공인하는 삼성의 최고 프랜차이즈 스타이며 선동열 감독과 유일하게 비교될 수 있는 한국 프로야구의 레전드급 선수다. 아직 요미우리와의 계약기간이 남아있고, 이승엽이 국내 복귀의사를 밝히지도 않은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이승엽의 거취를 왈가왈부하는 것은 경솔한 발언이며, 한 시대를 풍미한 프랜차이즈 스타에 대한 예우가 아니다. 아무리 현재 삼성의 감독이 선동열이라고 할지라도 함부로 해서는 안 되는 말이 있는 것이다.

 

이승엽 역시 현재로서는 국내에 복귀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지금 돌아가면 패배자로 기억될 수밖에 없다."는 말은 명예회복에 대한 이승엽의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가뜩이나 타지에서 힘든 생활을 하고 있는 이승엽에게 아직 계약기간이 끝나지도 않았는데, 10년 가까이 헌신했던 원 소속팀의 감독으로부터 "돌아올 생각하지 말라"식의 냉대를 받는 속내는 쓰라릴 수밖에 없다.

 

현재로서는 이승엽이 일본 내 타구 단으로 이적하는 것도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다. 지금처럼 팀 내 입지가 줄어들고 슬럼프가 장기화되어 출전기회조차 얻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외국인 선수인 이승엽의 주가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진로에 대한 선택은 전적으로 이승엽 본인의 몫이지만, 중요한 것은 설사 국내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것도 결코 실패나 패배자를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이종범이나 정민태, 정민철 등은 비록 일본무대에서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도 국내에 돌아와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이승엽이 비록 최근 몇 년간 부진했지만 일본무대에서 한때 정상까지 호령했던 성취는 선배 선수들과 비할 바가 아니다.

 

또한 일본무대에서의 성과가 어찌되었든 그가 그간 한국무대에서 쌓았던 업적이나 가치는 별개로 결코 훼손되는 것이 아니다. 이종범이 일본무대에서의 시련을 극복하고 한-일 통산 2,000안타의 대기록에 거의 근접했듯이, 이승엽이 국내무대에 복귀한 후 새롭게 도전할 수 있는 새로운 목표가 있으며, 명예롭게 유종의 미를 거둘 수 있는 많은 기회가 남아있다. 이승엽은 적어도 지금보다 좀더 대우받을 자격이 있는 선수다.

 

// 야구타임스 이준목[사진=삼성 라이온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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