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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위기의 KIA, 로페즈만 욕할 때가 아니다!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3.

KIA 타이거즈가 충격의 12연패를 당한 것 때문에 지난 2주 동안 한국 프로야구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12연패씩이나 당할만한 팀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여러 가지 원인이 제기되고 있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12연패를 설명하긴 부족함이 느껴지더군요.

 

지난해의 우승팀이라는 프리미엄을 떼어 놓고 보더라도, KIA는 꽤나 강한 팀입니다. 연패가 시작되기 전만 해도 4연승을 달리며 34 31패의 시즌 성적으로 삼성을 따돌리고 단독 3위까지 올라가기도 했었죠. 막강한 선발진을 앞세운 특유의 야구로 올해도 얕볼 수 없는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시즌 초반에 잠시 부침을 겪었지만, 5월 들어 선발진이 제 역할을 하기 시작하더니 점점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죠. 특히 양현종의 연승은 팀의 활력소가 되어 주었고, 최희섭의 변함없는 좋은 타격은 전반적인 타선의 침체 속에서도 그 중심을 확실히 잡아주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한 순간에 그 모든 것이 어긋나기 시작하면서 연패의 늪에 빠져버린 것이죠.

 

사실 올 시즌의 KIA는 처음부터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해 깜짝 우승을 차지하긴 했지만, 그들은 2008시즌 6위의 팀이었죠. 지난해 모든 요소들이 최적화로 맞아 들어가면서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을 뿐, 그 시너지 효과가 사라질 것이 분명한 올 시즌에는 4강 진입을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일 것으로 개인적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지난해 우승팀인 KIA지만, 올해를 낙관하긴 어려울 것 같네요. 로드리게스가 퇴출되면서 벌써부터 구톰슨의 빈자리가 그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지난해 몬스터시즌을 보낸 김상현과 유동훈이 그러한 활약을 2년 연속 이어갈 확률은 2% 미만이죠. 윤석민이 건강하게 풀타임을 소화할 수 있다면, 선발진에는 큰 문제가 없겠지만, 작년부터 지적되어 왔던 불펜의 경우는 유동훈의도미넌트함이 깨지는 순간 와르르 무너질 가능성이 있습니다. 나지완과 안치홍의 성장, 그리고 이용규의 복귀를 감안하면 타선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우승의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투수력이 반감된다면 힘겨운 4강 싸움을 펼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위는 올 시즌이 시작하기 전 시즌 전망을 하면서 제가 KIA에 대해 언급한 내용입니다. 결국 김상현이 원래의 레벨로 원위치 했고, 구톰슨의 빈자리는 생각보다 컸습니다. 유동훈은 블론 세이브 1위의 불안한 마무리가 되었고, 손영민과 김희걸까지 그런 유동훈을 도와주지 못하게 되면서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것이죠.

 

역시 6 18일 경기 패배의 영향이 매우 컸습니다. 당시 KIA는 윤석민이 SK를 상대로 8회까지 1점만 내주는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3-1의 리드를 잡고 있었으나, 9회 윤석민과 손영민, 서재응이 차례로 무너지며 3-4로 역전패하고 말았죠. 그것이 12연패의 시작이었습니다.

 

이미 투구수가 많았던 윤석민을 9회에 마운드에 올렸던 것이나, 유동훈이 아닌 손영민을 먼저 내세운 점 등, 당시 조범현 감독의 투수 운용에는 여전히 의문이 남습니다. 게다가 마운드를 내려간 윤석민은 스스로의 분을 이기지 못해 과격한 화풀이를 하다가 부상까지 당하고 말죠.

 

윤석민이 전력에서 이탈한 후 서재응과 양현종이 고군분투하며 마운드를 지켰지만, 팀의 연패를 끊을 수는 없었습니다. 양현종과 로페즈가 호투한 시합에서는 경기 막판에 불펜이 그것을 뒤엎어버린 것은 상황을 더욱 악화시켰지요. 결국 거듭되는 역전패가 팀 분위기를 더욱 다운시켰고, KIA 특유의 파이팅이 사라지면서 상황은 최악으로 치달았습니다.

 

30일 경기에서는 로페즈가 7회까지 2실점의 좋은 피칭을 해준 덕에 SK 5-2로 앞서 있었지만, 8회에 마운드에 올라온 김희걸과 유동훈이 3실점하며 동점을 허용했고, 결국 연장에서 한 순간 와르르 무너지며 5-10으로 패하고 말았습니다. 이런 식의 패배는 가장 나쁜 패턴으로 그 후유증이 더 오래 남을 수밖에 없습니다.

 

당시 유동훈이 동점을 허용한 후 의자를 집어 던지며 광분한 로페즈는 보는 이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기에 충분했습니다. 그런 행동은 메이저리그에서도 흔한 일은 아니지요. 자신의 투구에 만족하지 못해서 강판된 후 과격한 행동을 보이는 투수들은 있지만, 구원투수가 자신의 승리를 날려버렸다고 그런 식의 분풀이를 하는 선수는 메이저리그에서도 찾아보기 힘듭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연패의 원인이나 KIA 선수단의 전반적인 분위기 침체를 로페즈의 탓으로 돌리는 것은 곤란합니다로페즈는 작년부터 KIA의 일원이었고, 우승의 1등 공신이었습니다. 작년에도 로페즈의 성격은 시즌 초반부터 논란의 대상이었습니다. 하지만 김상훈이 그를 잘 컨트롤 하면서 실력을 발휘하기 시작했고, 마침내 팀을 우승으로까지 이끌었죠.

 

로페즈가 올 시즌 작년보다 부진하긴 하지만, 성격적인 측면에서는 별로 달라진 점이 없습니다. 그는 작년이나 올해나 관계없이 언제 터질 지 모르는 화약고라는 뜻이지요. 그리고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가장 유용한 무기가 될 수도 있는 선수입니다.

 

프로야구에서의 용병은 일종의 무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것도 상당히 날카로운 양날의 검과 같은 존재죠. 모두가 합심하여 잘 다루기만 하면 최고의 무기가 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그 피해가 고스란히 팀에 돌아오게 되는 식입니다. 작년의 KIA가 로페즈라는 날카로운 검을 무척 잘 사용했다면, 올 시즌의 KIA는 그 무기를 제대로 다루지 못해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자주 보여주고 있더군요.

 

로페즈가 등판하는 시합에서는 유독 KIA의 수비가 불안합니다. 타선도 힘을 내지 못했지요. 그가 승리투수의 요건을 갖추고 내려간 상황에서 불펜이 그 승리를 날려버린 것도 3번이나 됩니다. 그러니 로페즈의 심기가 불편할 수밖에 없지요.

 

용병에게 팀 분위기에 대한 책임을 묻고 그가 팀의 단합을 이끌어 내는 주역이 되길 바란다는 건 사실상 욕심입니다. 오히려 어떻게 달래서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가 관건이 아닐까 싶네요. 현재 KIA 코칭스태프와 동료 선수들은 작년만큼 로페즈의 기를 살려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 칼날이 자신들을 향하고 있다 하여 무조건 비난만 할 건 아니라는 뜻이지요.

 

KIA팬이 아닌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현재 KIA의 연패 원인은 크게 4가지 정도로 보입니다.

 

1. 오프시즌 동안 전력보강에 전혀 신경 쓰지 않은 프런트

2. 조범현 감독의 이해하기 어려운 불펜 운용

3. 이종범-서재응 등 고참 선수들의 영향력 상실

4. 극성스런 KIA 팬들의 구단 흔들기

 

지난해 김상현과 유동훈이 보여준 크레이지 모드는 1회용입니다. 올해가 되면 사라질 확률이 98%였죠. 그럼에도 KIA 프런트는 전력 보강에 전혀 신경 쓰지 않으면서, 조범현 감독이 팀의 실권을 잡을 수 있도록 만들어 주는 것에만 신경을 썼습니다. 그 결과 타선과 불펜이 힘을 잃어버렸지요.

 

유동훈은 방어율만 좋을 뿐, 올 시즌 내내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습니다. 6 18일 시합에서 조범현 감독이 유동훈을 올리지 않은 것도 바로 그러한 점을 염두에 두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유동훈이 팀의 주전 마무리인 이상, 그를 기용했어야 했습니다. 차라리 그렇게 해서 패했다면, 그 후유증이 이렇게까지 오래 가지는 않았을 겁니다. 믿는 도끼가 계속해서 발등을 찍는다고 하여, 그걸 놓아버리면 결국 부엌칼로 나무를 베어야 하는 상황이 오게 되지요.

 

지난해 우승 이후 팀 분위기를 꽉 잡고 있던 몇몇 코치와 노장 선수들이 팀을 떠났고, 그때부터 KIA는 그 특유의 분위기를 잃어버렸습니다. 이종범과 서재응은 친화력으로 대변되는 선수들이지, 선수단 내에서의 압도적인 카리스마를 내비치는 선수들은 아니지요. 그들의 영향력이 선수단을 꽉 잡고 있었더라면, 24살의 윤석민이 라커를 주먹으로 내려 치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겁니다.

 

일부 극성스런 KIA 팬들 역시 제3자의 입장에서 보면 문제가 있어 보입니다. 현재 KIA 구단을 가장 크게 뒤흔들며 힘들게 만들고 있는 것은 언론도, 연패도 아닌 팬들의 강도 높은 비난이죠. 시즌 초반에 잠시 흔들릴 때부터 조범현 감독을 비난하기 시작하더니, 최근의 연패가 거듭되자 그 강도가 훨씬 심해졌습니다. ‘책임론을 운운하는 건 시즌이 끝난 후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KIA는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아직 4위와의 차이는 극히 미미하고, 선발진이 건재한 이상 일단 가을 잔치에만 진출하면 얼마든지 이변을 일으킬 가능성이 남아 있습니다. 당장의 암울한 분위기만 떨쳐내면, 또 다시 예상치 못한 연승 가도를 달리며 피치를 올릴 지도 모를 일이지요. KIA 4월 말부터 6월 중순까지 24 16패의 6할 승률을 기록했던 팀입니다.

 

지금은 책임론을 논하기에 앞서, 어떻게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가를 두고 고민할 때가 아닌가 싶네요. 구단이 로페즈의 행동을 놓고 과한 징계를 내리는 것도, 팬들이 지금의 상황만 보고 자신들이 응원하는 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도, 지금의 상황을 더욱 악화시킬 뿐입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KIA 타이거즈,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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