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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롯데 vs LG, 역대 최고의 명승부 or 최악의 졸전?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4.

7 3일 잠실 야구장에서 벌어진 LG와 롯데의 경기는 한국 프로야구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시합이었습니다. 롯데가 20, LG 21개의 안타를 때려내면서 만들어진 이 환상적인 난타전은 결국 롯데가 14-13의 스코어로 승리를 가져갔습니다. 타자들의 집중력이 돋보인 영광의 승리인지, 아니면 졸전 끝에 얻은 상처뿐인 승리인지, 그 구분조차 쉽지 않은 그런 경기였지요.

 

1회초 롯데의 3득점으로 3-0 리드

1회말 LG 2득점으로 3-2 추격

2회초 롯데의 1득점으로 4-2 도망

2회말 LG 1득점으로 4-3 추격

3회초 롯데의 1득점으로 5-3 도망

3회말과 4회초는 모처럼 득점 없이 통과

4회말 LG 3득점으로 5-6 역전

5회초 롯데의 3득점으로 8-6 재역전

5회말 LG 2득점으로 8-8 동점

6회초 롯데의 1득점으로 9-8 리드

6회말 LG 1득점으로 9-9 동점

7회초 롯데의 2득점으로 11-9 리드

7회말 LG 2득점으로 11-11 동점

8회초 롯데의 2득점으로 13-11 리드

8회말 LG 1득점으로 13-12 추격

9회초 무사히 넘어간 후

9회말 LG 1득점으로 13-13 동점

그리고 연장 11회초 롯데의 1득점으로 14-13 리드

결국 그것이 결승점이 되어 롯데의 승리!

 

참 살다 보니 이런 경기를 다 보게 되는군요. 이렇게까지 상상을 초월한 균형 잡힌 난타전을 보게 될 줄은 정말 몰랐네요. 야구를 보기 시작한지 20년이 넘었는데, 이런 시합은 정말 처음 보는 것 같습니다. 놀라우리만치 대단한 집중력을 보여준 양 팀의 타선이 감탄이라는 놀라움을 안겨주었다면, 속절없이 두들겨 맞는 양 팀의 투수진은 황당함이라는 또 다른 놀라움을 안겨주었습니다.

 

롯데는 정규이닝 중에 5번이나 리드를 잡았지만 그것을 지켜내지 못해 4번의 동점과 1번의 역전을 허용했고, LG 역시 역전 1번을 포함해 5번이나 동점으로 따라 붙었지만 끝내 승리를 가져가지는 못했습니다. 계속되는 도망과 추격, 동점과 역전이 반복되었다는 점에서는 굉장히 흥미진진하고 재미있는 시합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만, 야구가 기본적으로 지키는 것에서 시작되는 스포츠라는 점을 감안하면 계속해서 얻어맞는 투수들에 대한 실망감도 크게 느껴지는 경기였죠.

 

양 팀은 선발 투수를 포함해 각각 8명씩의 투수를 내보냈습니다. 롯데는 배장호(⅔이닝)와 김일엽(2이닝)을 제외한 6명의 투수가 실점을 허용했고, LG는 한 타자를 상대해 안타를 맞고 다시 마운드를 내려간 오상민을 제외한 나머지 7명의 투수가 모두 점수를 내줬습니다. 선발인 이재곤과 더마트레는 그렇다 쳐도, 결국 양 팀 불펜에 믿을 만한 투수는 한 명도 없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만 것이지요.

 

LG 21개의 안타와 8개의 사사구, 그리고 4개의 도루와 3개의 상대 실책을 잘 버무리며 13점을 냈습니다. 하지만 홈런이 단 하나도 없었죠. 그게 결정적인 차이였습니다. 롯데는 20개의 안타와 7개의 사사구 그리고 3개의 도루와 1개의 상대 실책을 통해 1점 더 많은 14점을 냈습니다. 결국 타선의 질적 차이가 승부를 가른 것이죠. 투수들이 그렇게 무너져 내리는 동안에도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고 점수를 내는 타격을 보여준 양 팀 타선은 박수를 받아 마땅합니다.

 

반대로 투수진은 어떤 질책을 들어도 할 말이 없겠죠. 롯데 투수들은 상대의 끈질긴 추격에도 타자들이 계속 점수를 내주면서 리드를 잡았다면, 투수들은 어떻게든 더 이상의 실점을 막아내며 승기를 잡아야만 합니다. 그래야만 투수들과 타자들 사이에 신뢰라는 것이 생겨나죠. LG 투수들 역시 마찬가지, 타자들이 그렇게까지 끈질긴 추격전을 벌였다면 좀 더 좋은 투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어야 했습니다.

 

경기가 이런 식으로 진행되면 양 팀 감독의 투수 교체 타이밍에 대해서도 별다른 말을 할 수가 없어지죠. 불펜의 모든 투수를 총동원해서 출격시켰는데도 이렇게 하나같이 얻어맞기만 하니, 헛웃음이 나올 수밖에 없지요. 그나마 롯데는 마지막 카드로 내밀었던 김일엽이 2이닝 동안 안타 3개와 볼넷 하나를 허용하면서도 실점을 하지 않아 승리할 수 있었고, LG는 오카모토가 또 한 번 무너지면서 패배를 당했습니다.

 

로이스터 감독은 승리하고도 경기 내용에 대한 강한 불만을 표출했는데요, 이런 시합은 진 팀은 물론 이긴 쪽에서도 결코 만족할 수 없었을 겁니다. 그나마 롯데는 좀 낫습니다. 상처뿐이긴 해도 승리라도 챙겼기 때문이지요. 패한 LG의 경우는 그 후유증이 심각하게 오래 남을 수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조심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쩌면 이 경기를 계기로 하여 팀이 연패에 빠져든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지요. 무엇보다 마무리인 오카모토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없게 됐다는 점이 큰 타격입니다.

 

최고의 명승부인지 아니면 최악의 졸전인지 구분조차 쉽지 않았던 시합. 농구나 배구에서 이런 식의 시합이 나왔다면 명승부 쪽에 가까웠겠지만, 야구나 축구에서 이렇게 점수가 많이 나는 접전은 졸전 쪽에 더 가깝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이상하게도 올 시즌 롯데의 시합 중에는 이런 경기가 많은 것 같네요. 하지만 졸전에도 역대 최고 수준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롯데 야구의 특이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과연 일요일 경기의 결과는 어떻게 될까요? 흐름상으로는 롯데가 일방적인 승리를 가져가는 분위기인데, 워낙 두 팀의 보여준 행보가 괴짜스러워서 그마저도 예상하기가 쉽지 않네요.(^^)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LG 트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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