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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진의 꽃 보다 야구

부부젤라, 야구장에서 더 먼저 불었다?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6.

막바지를 향해 가는 2010 남아공 월드컵의 최대 히트 상품은 단연 ‘부부젤라’다. 코뿔소의 뿔처럼 긴 나팔을 쥐어 잡고 쉴 세 없이 그것을 불어댄 남아공 사람들의 모습은 보는 이들로 하여금 신기함을 느끼게 해 준 장면이었다. 그러나 아프리카 대륙에서는 일찌감치 자국을 방문해 준 사람들에 대한 건강과 안녕을 기원하는 의미에서 부부젤라를 불어오기 시작했다고 한다. 즉, 부부젤라 소리는 선수들의 안녕을 기원하는, 일종의 ‘아프리카식 축복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이러한 의미를 잘 모르고 부부젤라 소리를 들었을 때 사람들의 반응은 그야말로 부정적이었다. 중계 화면 소리의 절반 이상이 부부젤라 소리로 가득했기 때문. 그 소리의 의의를 떠나 쉴 세 없이 부는 뿔나팔 소리에 반감을 가졌던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FIFA에서도 선수들의 경기력을 방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보다 낮은 음질의 부부젤라를 사용해 줄 것을 남아공 정부 측에 요청하기도 했다.

그런데 부부젤라는 남아공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2010 남아공 월드컵이 시작되기도 전에 ‘부부젤라’를 사용했던 곳이 있다. 바로 우리나라의 야구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 부부젤라는 ‘건강과 안녕’을 의미. 우리나라는?

지난 5월 목동야구장. 대통령배 전국 고교야구 대회가 한창인 가운데, 16강전 경기에서 한 학교의 응원단이 좀처럼 야구장에서 볼 수 없는 응원 도구를 준비했다. 일명 ‘뿔나팔’이라 불렸던, ‘한국판 부부젤라’가 그것이었다. 그 응원 도구를 준비했던 것은 학교 학생들이 아닌, 해당 학교 동문 선배들이었다.

▲ 아프리카를 제외한 부부젤라의 등장은 우리나라 고교야구판이 최초일 것이다. 그러나 이들이 정말로 선수들의 ‘안녕’과 ‘건강’을 위하여 이를 사용했을까?

그러나 이들은 남아공 월드컵때와는 달리, 일정한 순간에만 ‘부부젤라’를 불었다. 상대 투수가 와인드업을 하는 순간, 갑자기 큰 소리로 그것을 불어댔던 것. 이 소리에 잠시 깜짝 놀라했던 상대 투수는 투구동작에서 잠시 주춤거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부부젤라의 힘이었을까. 결국 해당 학교는 16강전에서 승리했다.

그러나 양 팀은 전력에서 상당한 수준 차이를 선보이고 있어 굳이 상대 선수의 플레이를 방해하지 않아도 손쉽게 승리할 수 있었다. 이에 패한 학교의 한 학부형은 패배를 인정하면서도 승리한 상대 학교에 대해 “강자에 대한 아량은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야구 현장은 교육의 현장이다. 어른들이 솔선수범해서 상대 선수들의 플레이를 방해한다면, 그 학교 선수들이 배우는 것은 무엇이겠는가.” 라며 안타까움을 드러내 보이기도 했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선보였던 부부젤라는 모두의 안녕과 건강을 기원하는 도구라기보다는 자기 팀의 일방적인 응원과 상대 팀의 플레이를 방해하기 위한 도구에 불과했던 셈이다. 그런데, 한국판 부부젤라 응원이 올 시즌 처음 등장했던 것은 아니었다. 지난해에도 해당 학교 동문들은 전국대회 결승전과 4강전 등에서 ‘부부젤라’를 사용하여 후배들의 승리를 기원(?)한 바 있다.


▷ 일본에서도?

월드컵 시즌이 한창일 때, 국내 프로야구에서도 ‘부부젤라’가 등장한 일이 있었다. 이 역시 목동 구장이었다. 삼성과 넥센의 주말 3연전에서 삼성의 팬들이 선수들의 ‘안녕’과 ‘파인 플레이’를 기원하며 부부젤라를 사용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넥센 구단에서는 홍보팀의 이화수 대리의 영면으로 인하여 ‘도구’를 사용하는 응원을 일시 중단한 터였다. 사정을 몰랐던 당시 삼성 팬들은 뒤늦게 구단 직원들의 자초지종을 듣고 나서야 부부젤라를 거두었다.

하지만 부부젤라를 사용한 예는 비단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일본 역시 ‘부부젤라’ 까지는 아니지만, 비슷한 응원도구를 동원한 바 있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때의 일이다.

당시 야구 4강전에서 우리나라 대표팀을 만난 일본은 ‘깔때기’라는 응원 도구를 사용한 바 있다. 이는 감독이나 코치가 작전 지시를 내기 위한 도구에 불과할 뿐이었다. 그러나 일본 벤치에 앉아 있던 선수들은 선발 김광현이 와인드 업을 할 때마다 ‘깔때기’를 사용하여 그의 투구 벨런스를 무너뜨리고자 애를 썼다. 그러나 이 깔때기 응원의 최후는 대표팀의 6-2 승리로 끝이 났다.

똑같은 도구도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에 따라 용도가 달라지는 법이다. 야구장이건 축구장이건, 어떠한 응원 도구를 사용하건 간에 상대방을 존중하는 범위 내에서 매너 있는 응원 문화를 보여주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 유진[사진=직접 촬영 (C) 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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