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진의 꽃 보다 야구

KBO, 그들은 '아마추어'보다 못한 '프로'

by 알 수 없는 사용자 2010. 7. 9.

초대 한국 야구 위원회(이하 KBO) 이용일 사무총장은 여든이 가까운 나이에도 야구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찾아간다. 야구 발전 토론회가 있는 날이면, 누구보다도 가장 먼저 토론회 장소를 찾는다. 또한, 국내 프로야구를 포함하여 메이저리그, 일본 프로야구 중계를 하루도 거르지 않고 시청한다. 이쯤 되면 이 총장에게 ‘열혈 야구 원로’라는 칭호를 붙여 줄 만하다.


이러한 이 총장이 매번 모습을 드러낼 때마다 KBO를 비롯한 야구 관계자들에게 하는 이야기가 있다. KBO가 해 놓은 것이 없다는 이야기다. 특히, 이제까지 ‘일 하는 총재’가 선임 되지 않았다는 점에 일침을 놓는다. 프로야구 관계자들 입장에서 보면 이 총장의 발언이 섭섭하게 들릴 수 있지만, ‘KBO가 이제까지 해 놓은 것이 없다.’라는 이야기는 사실 하나도 틀린 말이 아니다.


▷ ‘아마’보다 못한 ‘프로’


그러나 이러한 KBO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인 모습을 보이는 단체가 있다. 바로 아마야구를 총괄하는 대한야구협회(이하 KBA)가 그러하다. KBA는 지난 7일, 보도자료를 통하여 2012년 세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를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1982년 제27회 세계 야구 선수권대회를 개최한 이후 야구 분야에서 이렇다 할 국제 대회를 개최하지 못했음을 감안해 보았을 때, KBA의 이번 노력은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특히, 강승규 협회장은 취임 이후 주변으로부터 ‘일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도와달라’는 부탁을 많이 했다. ‘군림하기 위해 존재하는 회장’이 아니라 야구계의 머슴이 되겠다는 각오를 선보인 것이기도 했다. 실제로 강승규 협회장 부임 이후 KBA는 아시아 청소년 야구 선수권대회 개최, 주말리그 시행에 대한 공청회, 각종 야구장 건립을 위한 기금 마련(스포츠토토 수익금) 등 상당히 분주한 움직임을 보이기 시작했다. 구경백 홍보이사를 비롯한 KBA의 주요 인사들도 직접 야구장에 나오는 등 ‘탁상’ 보다는 ‘현장’에 있는 모습을 많이 보여주었다.


‘아마야구’를 총괄하는 KBA가 이렇게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는 동안, KBO는 어떠했는지 반성해 볼 필요가 있다. ‘비 정치인’ 출신으로 8개 구단 사장단들의 추대를 받아 선임된 유영구 총재가 전임 총재들과는 달리 많은 시간을 할애하여 야구장에 나오고 있는 것에는 일단 박수를 쳐 줄만하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인사들이 현장에 있었는가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 ‘현장’보다는 ‘탁상’이 좋은 사람들

올 시즌에 앞서 KBO는 많은 논의를 통하여 ‘스피드 업’ 규정을 비롯하여 ‘스트라이크 존 확대’ 등을 발표한 바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현장의 반응은 싸늘했다. 롯데의 로이스터 감독 역시 “스트라이크 존을 늘릴 바에야 차라리 홈 플레이트를 늘리는 것이 낫다.”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또한, 무승부를 패로 간주하는 승률 계산방법 역시 현장 감독들과 야구팬들의 ‘쓴 웃음’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이러한 행정적인 처분 외에 KBO가 현장에서 한 일은 사실 전무한 실정이다. 오히려 안산 돔구장 착공이 중단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가장 먼저 반응을 보여야 할 KBO는 이렇다 할 보도자료 하나 내놓지 않았다. 이 또한 많은 보도 자료를 통하여 야구팬들과 ‘소통’할 수 있도록 홈페이지를 활성화시킨 KBA와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결국 이러한 행보는 KBO가 얼마나 ‘탁상’에만 앉아있는지를 나타내 주는 단적인 예가 된다. 기록원들과 심판을 제외하면 한국 프로야구의 행정 전반을 책임지는 사람들은 야구장에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이것이 현주소다.


미국의 버드 셀릭 커미셔너와 일본의 야구 원로들이 강한 열정을 바탕으로 자주 야구장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사실 이들이 야구장 일반석에 앉아서 선수/팬들과 함께 호흡을 해 봐야 한다. 그리고 기록강습회 뿐만이 아니라 야구팬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장을 마련해야 한다.


KBA에서 주관하는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KBO 선수로 등록된다(즉, 프로 지명을 의미). 그런 점에 있어서 KBO는 KBA의 ‘형님’ 격이다. ‘아우’보다 못한 ‘형님’의 모습은 여러 야구팬들의 실망감만 부추길 뿐이다. ‘아마추어보다 못하다’는 평가를 받는 KBO는 각성해야 마땅하다.


// 글, 사진 = 유진


아래 손가락 모양의 추천 버튼을 눌러주세요! 로그인 없이도 된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