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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져의 야구 칼럼/프로야구 이야기

류현진-김광현의 같은 생각, 다른 생각

by 카이져 김홍석 2010. 7. 20.

어제였던가요, <스포츠서울>에서 흥미로운 인터뷰 기사를 둘 내보냈더군요. 바로 현재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라이벌로 꼽히는 류현진과 김광현의 인터뷰였습니다. 인터뷰를 통해 두 선수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상당히 재미있는 내용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링크를 통해 한 번 읽어보시기 바랍니다.(류현진 편, 김광현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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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스란?

 

류현진 : 에이스는 팀이 이길 수 있도록 잘 던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 그리고 연패할 땐 연패를 끊고 연승일 땐 연승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게 에이스다.

 

김광현 : 나갈 때마다 이기는 투수가 되고 싶다. 에이스는 연승을 이어가고 연패를 끊어줘야 하고 마운드에 올라갔을 때 팀이 안정돼 보일 수 있어야 한다.

 

에이스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두 선수의 답변입니다. 거의 흡사한 내용을 말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두 선수만이 아닌 야구를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일하게 생각하고 또한 기대하는 에이스의 역할론이 아닐까 싶습니다.

 

에이스라는 수식어를 어깨에 짊어지고 산다는 것은 그만큼의 부담감도 뒤따른다는 뜻이죠. 그리고 그러한 부담감을 이겨낼 수 있어야 비로소 진정한 에이스로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올 시즌 양현종이 팀의 연패 속에서 그것을 끊어내란 부담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한 동안 부진했던 것을 우리는 볼 수 있었습니다. 그게 바로 양현종이 진짜 에이스로 성장하기 위해서 반드시 극복해야 하는 과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미 류현진과 김광현은 그 과정을 통과한 후라고 할 수 있겠죠.

 

올 시즌 류현진의 활약이 너무나 독보적이기에 상대적으로 김광현의 활약이 묻히는 감이 있지만, 김광현도 올 시즌 데뷔 이후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있습니다. 12 4 138탈삼진 1.67의 방어율로 개인 통산 2번째 트리플 크라운을 노리는 류현진과, 12 2 108탈삼진 2.28의 방어율로 류현진의 다승왕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가장 유력한 후보인 김광현. 두 선수의 라이벌 관계는 프로야구에 재미를 더해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사실 이들의 맞대결을 올스타전에서나 볼 수 있다는 현실이 안타까울 뿐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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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어율과 다승, 중요한 것은?

 

류현진 : 방어율과 삼진 부문은 조금씩 욕심이 난다. 다승은 모르겠다. 방어율이 중요하다. 투수 입장에서는 15승을 해도 방어율이 4~5점대면 잘 던지는 투수라고 이야기할 수 없다. 승수가 좀 적더라도 방어율이 낮으면 잘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다.

 

김광현 : 트리플 크라운을 달성해서 나쁠 것은 없지 않나. 해보고는 싶다. 셋 중에 하나를 고르라면 다승을 하고 싶다. 많이 이기면 그만큼 팀에 도움이 되는 것 아니냐. 방어율은 투수를 평가하는 수치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크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방어율이 아무리 좋아도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

 

인터뷰 내용 중 트리플 크라운을 비롯한 몇몇 부분의 내용을 종합하면 위와 같습니다. 여기에서 류현진과 김광현의 생각 차이를 읽을 수 있었는데요. 방어율을 좀 더 중요하게 여기는 류현진에 비해 김광현은 승리, 그것도 팀의 승리 자체를 좀 더 중요하게 여기고 있었습니다.

 

사실 이들의 말은 둘 다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요. 방어율과 다승, 둘 중 무엇이 중요하냐는 것은 투수들을 평가함에 있어 오래도록 반복되어 온 질문이니까요. 딱히 누구의 생각이 옳다, 누구의 생각은 틀렸다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요즘은 방어율 쪽에 좀 더 많은 관심이 모아지고 있지만, 개인적으로는 다승 역시 방어율만큼이나 중요한 지표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방어율을 기록하더라도 유독 더 많은 승수를 따내는 투수가 분명 존재하니까요. 그런 면에서 김광현은 이길 줄 아는 투수라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류현진이 낮은 방어율로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에이스라면, 김광현은 팀의 승리를 견인함으로써 자신의 가치를 입증하는 투수라고 할 수 있겠죠.

 

두 선수가 앞서 언급했던 에이스로서의 자격에 비추어 보더라도 김광현의 생각이 틀렸다고 말할 순 없을 겁니다. 게다가 김광현은 일부 그의 안티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단순히 운이 좋은 투수가 아닙니다. 김광현이 많은 승수를 챙기고 있는 것은 실력이 뛰어나서이지 운이 좋아서가 절대로 아니니까요.

 

류현진은 자신이 승리를 기록한 12경기에서 평균 8.08이닝을 소화하며 1.30의 방어율을 기록했습니다. 너무나 굉장한 성적이죠. 왜 류현진이 명실상부한 한국 프로야구의 1인자인지를 알 수 있게 해주는 대목입니다.

 

하지만 김광현도 만만치 않습니다. 선발승을 챙긴 11경기에서 평균 6.91이닝을 소화하면서 1.18의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습니다. 이닝수의 차이는 있지만, 방어율은 오히려 류현진보다 낮습니다. 11승을 챙길만한 충분한 자격이 있다는 뜻이죠. 게다가 저 이닝수의 차이를 들어 김광현을 운 좋은 투수로 평가절하한다면, 그건 작년까지의 류현진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죠.

 

물론, 두 선수의 차이는 분명 존재합니다. 1인자와 2인자를 가르는 기준, 바로 질 때 어떻게 지느냐가 다르죠. 김광현은 올 시즌 롯데전에서 3.1이닝 동안 8실점한 것을 제외하면, 나머지 경기에서의 방어율은 1.70으로 류현진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하지만 그렇게 막무가내로 대책 없이 무너지는 경기가 없다는 점이 류현진을 1인자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죠.

 

류현진은 승패 없이 물러나거나 패전을 기록한 나머지 6경기에서도 평균 7.22이닝을 소화하며 2.49의 뛰어난 방어율을 기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니 팬들이 류현진의 승운이 나쁘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닙니다. 그에 비해 김광현은 나머지 7번의 선발 등판에서 5.33이닝을 소화했고, 방어율도 4.58로 나빴습니다. 롯데전을 제외하면 2.91이긴 하지만, 어쨌든 결과는 그렇습니다.

 

전체적으로 봤을 때, 류현진이 1인자로서의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면, 김광현도 1인자를 위협하는 최강의 2인자로서의 충분한 능력과 자격을 갖추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라이벌이라 불리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뜻이죠. 김광현이 앞으로 류현진과 비슷한 레벨로 한 단계 더 성장할 수 있다면, 향후 프로야구는 더욱 재미있어 지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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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급 에이스를 힘들게 하는 팀은 바로 두산 베어스

 

두 선수는 가장 까다로운 팀을 말해달라는 질문에 공통적으로 두산 베어스를 지목했습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두산이야 말로 올 시즌 최강 타선임과 더불어, 지난 몇 년 동안 가장 꾸준하면서도 위력적인 타력을 보여준 팀이니까요. 사실 김현수와 김동주가 한 팀에서 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사기죠.

 

많은 분들이 잘못 알고 계신 것이 하나 있는데요. 올 시즌 팀 득점 1위는 롯데가 아닌 두산입니다. 팀 홈런은 롯데(121)가 두산(102)에 비해 더 많지만, 경기당 평균 득점은 분명 두산(5.86)이 롯데(5.71)에 비해 앞서 있습니다. 그리고 그러한 두산의 득점 추세는 역대 최고 수준이죠. 이대로 시즌을 마친다면 두산은 2000년 현대와 2002년의 삼성이 기록했던 단일 시즌 최다 팀 득점 기록(777)’을 경신할 것으로 보입니다.

 

올 시즌 두산의 팀 출루율은 .370이고, 이것은 2003년 현대가 기록한 .374 다음으로 높은 역대 2위의 기록입니다. 롯데(.352)보다 훨씬 높죠. 막강 홈런포로 무장한 롯데 타선의 기복이 그토록 심한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입니다. 장타력이나 팀 배팅(LG)에만 의존하는 타선은 꾸준한 득점력을 보여줄 수 없지요.

 

‘머니볼 이론’에 의하면 타자들이 타석에서 가장 꾸준하게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건 바로 출루율입니다. 그러니 모든 투수들이 두산 타선을 가장 까다로워할 수밖에 없지요. 실제로 류현진조차 2007년 이후 상대 전적에서 두산에 3 6패 방어율 3.65로 밀리고 있습니다. 김광현은 반대로 6 3패를 기록 중이지만, 역시 방어율은 3.46으로 좋지 못하죠. 류현진의 통산 방어율이 2.79, 김광현이 2.67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두산 타선의 위대함을 알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선수가 나란히 최고의 기량을 뽐내고 있는 올 시즌 내에 둘의 맞대결을 보고 싶지만, 두 감독이 워낙 겁을 내고 있는 터라 보기 어려울 것 같네요. 새가슴이라곤 생각하지 않았던 두 감독이라 실망이 이만 저만이 아닙니다.

 

// 카이져 김홍석[사진제공=한화 이글스, SK 와이번스, 기록제공=Stat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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